일상이 이렇게 위대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그것은 공기나 물만큼이나 우리의 곁에 있고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주는 그 엄청난 편안함을 잊고 산다.
옷 입기, 식사 하기, 전화 하기, 산책하기, 차 타기,
물건 구입하기, 병원 가기, 관리비 내기, 세금 내기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우리는 정말 잘 모르고 산다.
그동안 자주 일상의 구조, 일상적 시각을 그렇게 강조하였건만
그것들이 그렇게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가 그토록 힘든 일인가를 정말 몰랐었다.
그런데 일년을 외국에서 살려고 준비하다보니
그 일상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고 위대한 것이었다.
집은 세를 놓아야 하나, 비워두어야 하나?
세금과 관리비는 누가 내고, 우편물 처리는?
자동차는 팔아야 하나? 무슨 차를 사야 할까? 일년 후에 가져와야 하나?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신발은?
쌀밥, 김치, 된장국, 김 등은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까?
식기는 어떤 걸 가져가야 하나?
한국과의 통화는?
아프기라도 하면? 보험은 어느 것이 괜찮을까?
운전 면허증 바꾸어야 하지? 차량 보험금은 어떻게 산정하지?
혹시나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그 많은 짐은 어떻게 옮기지?
생각해보면 정말 일상은 무수하며
그 어느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당장 어렵고 힘들어진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였다.
고마움도 몰랐다.
대단한 줄은 더욱 몰랐고,
위대하다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이다.
이제 며칠 후면 그 위대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겠지?
수 많은 낯선 당연시와 만나게 되고
새삼 이 땅에서의 일상에 대한 위대함을 실감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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