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먼저 경험한 영국의 사례분석

* IMF구제 금융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영국의 사례

영국의 경제 위기의 배경

70년대 영국 경제위기의 근본 뿌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일컬어지는 폭넓은 사회복지제도와 산업 국유화 등으로 인해 비대해진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예산의 절반 가량을 이들 부문에 쏟아 부어야 했다. 또한 당시 영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고용안정으로서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마저도 실업난 해수를 위해서 팽창적인 재정·금융 정책을 앞다투어 시행했다.

둘째 원인은 국제수지와 관련된 영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다. 이러한 취약점을 초래한 요인으로는 첫째, 영국의 지역별 수출구조가 시장신장률이 낮은 영연방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수출증가율이 저조했다는 점, 둘째, 식량 및 원자재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중간재마저도 외국 제품에 뒤져 수입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수입의 소득탄력성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 원인은 물가 안정의 실패에 있었다. 1973년 오일쇼크에 따른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억제 정책이 불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정부는 1966년 시행했던 임금동결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임금과 물가가 연쇄적으로 급상승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초래되었다.

넷째는 파운드화의 가치 폭락이다. 영국은 전통적인 고물가경재체질로 인해 수입물가 억제를 위해 강제통화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1975∼76년 사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확대로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욱이 영국 정부는 1973년 오일쇼크의 파급효과와 임금인상률, 그리고 물가상승률 등의 정확한 예측에 실패함으로써 매년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은 경제정책을 분신하게 되었고 경제정책의 신뢰성 상실이 파운드화 폭락을 가속화시킨 요인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70년대 중반 영국의 경제위기는 영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더불어 73년 오일쇼크라는 외부 충격에 영국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고 하겠다.

*IMF의 금융지원 조건과 노동당 정부의 대응

이 스탠바이협약 내용을 보면, 영국 정부는 국제수지 균형과 인플레 억제를 위해 향후 2년간 33.6억 SDR(약 39억 달러)을 인출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영국 정부는 정부 지출을 축소하고 경제성장과 물가 억제 그리고 통화 안정을 위해 재정적자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3개년 거시경제 정책으로서 첫째, 경제성장률을 당해년도인 1976/77년에는 2%로 억제한다. 둘째, 공공 부문의 지출을 대폭 축소한다. 셋째,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등 통화량을 엄격히 관리한다. 넷째, 임금인상률을 매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작업을 계속하며 노사 안정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업의 성과를 배가한다. 다섯째,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수출과 생산적인 부문에 집중하여 경제 안정화를 꾀할 것 등을 약속했다.

켈러한 내각은 IMF조건에 의거,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취했다. 공공지출을

1977/78년 중 10억 파운드, 1978/79년 중 15억 파운드 절감했으며, 세출 부족분 보전을 위한 외부차입(PSBR)도 1976년 11.3억 파운드에서 1977/78년 8.9억 파운드, 1978/79년 8.5억 파운드로 각각 감축했다. 또한 국내 신용팽창 상한선을 설정하여 1976년 90억 파운드에서 1977/78년에는 77억 파운드, 1978/79년에는

62억 파운드로 통화량을 억제했다. 이러한 긴축 정책은 종래의 경제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으로써 상당히 고통스런 작업이었으나, 경제안정화에 주력한 결과 1977년 중반부터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 IMF차관 도입 전후의 경제 상황

IMF 차관을 제공받기 전에 1.63불까지 떨어졌던 파운드화 가치가 1977년 1월에는 1.71불 수준으로 회복한 후 1978년 2월에는 1.94불 수준으로 복귀했다. 영국의 경우 환율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IMF 차관을 제공받은 후 약6개월이 소요되었다. 외환보유고도 1977년 2월에는 62억불, 1977년 12월에는 150억불로 증가하여 영국 정부는 기한 내에 IMF차관을 모두 상환할 수 있었다.

또한 1976년 3∼4월 동안 9.5%였던 대출 금리는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타다가 그 해 11∼12월에는 최고 수준인 1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부의 긴축 통화 정책에 힘입어 금리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1977년 하반기에는 6.1%가지 떨어지게 된다. IMF차관 전후로 금리가 매우 불안정하게 등락했음을 알 수 있는데, 금리가 예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약 1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주가 또한 1976년 한해 동안 상당한 등락을 거듭했는데, 1976년초 148.85을 기록하던 주가(MSCI 총수익률)는 한때 상승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5월부터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더불어 떨어지기 시작하여 10월에는 110.76까지 하락했으며, IMF차관 제공이 결정된 12월에는 다시 급반전하여 141.20으로 급상승하였다. 이후 주가는 일사천리로 계속 상승하여 1977년 9월에는 211.20으로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당시 영국의 주가흐름을 보면 IMF 차관을 계기로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게 되자 주가는 단숨에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부실 은행의 정리

현재 부실 은행 정리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한 우리와는 달리 영국은 이미 IMF관리체제 이전부터 부실 은행 정리 문제가 거론되었다. 영국은 1973년 이후 정부의 금융 긴축 정책에 의한 조달금리 상승, 오일쇼크에 따른 경기후퇴 및 부동산 가격 폭락등으로 중소 금융기관(Secondary Bank)의 부실채권이 증가하여 경영난이 심화되었다. 중소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관련 융자 비지니스를 주로 하고 있었다 . 그에 따라 이들 중소 금융기관에 거액의 채권을 갖고 있던 상업은행과 생명보험회사의 경영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되어 전면적인 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에 1973년 12월 , 영국중앙은행(BOE)은 제1차 은행 구제 정책(lifeboat operation)으로서 대형 상업은행과 공동으로 신용관리위원회를 설립하여, 1974년 말까지 문제 금융기관에 대해 약 12억 파운드의 협조융자를 실시했다. 협조융자의 부담은 BOE가 10%, 민간 상업은행이 90%를 부담하였으며, 그 후 BOE는 단독으로 8,500만 파운드를 추가로 융자했다. 협조융자에 따라 26개 금융기관이 구제융자를 받았으나, 그 중 8개 은행이 청산 또는 도산하고 이로 인해 BOE는 약 1억 파운드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 후에도 90년대 초 또 한 차례 은행 구제가 있었으나 영국 정부는 아직까지 도산 금융기관 처리를 위해 재정을 지출한 사례는 없다.

* IMF 차관을 계기로 영국이 얻은 교훈

먼저 IMF가 제시하는 차관 제공 저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로 영국 정부는 IMF회원국들에게 조건을 완화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는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왜냐 하면 IMF 강대국이나 약소국 모두를 공평하게 대우하기 때문이다.

둘째, 일부 조건은 일부 정부가 이행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영국 정부는 물론 중앙은행이 국민을 설득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셋째, 영국 정부는 IMF차관 33.6억 SDR(39억불) 가운데 16.4억 SDR만 사용했는데, 만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면 자금을 모두 사용했을 것이다. 넷째, 조건을 무난히 이행한 결과 파운드화의 신뢰도 회복, 금리 하락, 외환보유고 증가 등 경제지표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다. 다섯째, IMF프로그램 이행기간 중 IMF와 긴밀한 혐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정책수립 및 시행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1) 1978년 ‘불만의 겨울’도래와 정권 교체

IMF의 긴축 프로그램(austerity program)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족한 외화만을 한시적으로 빌려주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영국 경제를 송두리채 변화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로 인해 IMF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권 교채가 이루어지게 됐고, 1979년에 집권한 보수당이 경제개혁에 착수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IMF차관 제공 이후 긴축 정책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외형적으로는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IMF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켈러한 내각은 부처간 갈등은 물론 그들의 정치적 기반인 노조와 노동자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공공지출 축소로 인해 부처간에 예산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노동자들의 실질해 부처간에 예산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노동자들의 실질가처분소득이 상당히 감소하게 되어 노동당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히 하락했다. 특히 정부의 긴축 정책에 불만을 품어 왔던 영국 노조(TUC)는 임금 인상폭을 둘러싸고 노동당 정부와 갈등을 빚게 되는데, 임금 인상률을 5%롤 묶어두자는 정부에 맞서 노조측은 정부가 제시한 것보다 5배 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 결과 영국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이 발생하게 된다. 1978년 9월 포드 자동차 회사의 파업을 시발로 1926년이래 최대의 총파업이 발생하였고, 1979년 봄 150만 명의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4시간 파업에 돌입함으로써 영국 전역의 공공 기능이 마비되는 무정부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켈러한 내각은 긴급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보다는 노조 설득에 주력했으나 설득에 실패하였고, 노동당은 임금 정책을 둘러싼 내분으로 분당(分黨)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노동당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되고 드디어 1979년 5년 총선이 실시되었는데, 개혁의 기치를 내건 대처의 보수당이 노동당을 누르고 압승을 거두게 되었다.

결국 켈러한 내각은 IMF차관을 기한 내 상환하고 외형적인 경제 안정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의 근본 요인을 사실상 치유하지 못한 채 그 몫을 보수당에게 넘겨주개 된 셈이다.

(2) 대처 정부의 개혁 정책

대처 정부는 1979년 이후 영국병 치유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여 1980년대 줄곧 공기업의 민영화,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개혁, 노조 활동의 제한, 빅뱅(Big Bang)이라 일컬어진 금융 분야의 개혁, 정부 조직의 혁신, 외국인 직접투자의 적극 유치 등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펼쳤다.

철강, 조선 등 사양 산업(sunset industries) 정리를 통해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부실화된 기업은 폐쇄하거나 외국인에게 매각하는 등 국가 주력 산업을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 나갔다. 또한 50∼60년대 국유화했던 BP, British Gas, British Steel 등 50여개 대형 기업들을 민영화하는 등 공공 부문의 2/3 가량을 민간 부문으로 전환하였다. 그 당시 민영화된 기업들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여 현재 동종업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해 있다. 정부는 민영화 과정에서 종업원 지주제를 적극 도입한 결과 조업원의

90%이상이 우리사주가 될 수 있었다. 또한 규제 완화는 물론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임금 정책을 포기하고 시장 기능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도록 하였다.

대처 수상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노조가 ‘불만의 겨울’을 초래한 영국병의 근원이라고 보고 노조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979∼80년 동안 5개의 노동법을 통과시켜 노조 내 민주주의를 부활하고 노조의 면책특권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노사분규를 근절코자 했다. 또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동자 해고와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가능하도록 했는데,해고 노동자는 정부의 사회보장제도로 흡수하여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했다.

대처 정부는 1986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금융 부문의 빅뱅을 단행하여 금융업계에 경쟁체제를 전면 도입했다. 은행의 증권업 진출을 허용하는 겸업화를 단행하고 증권 관련 업무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다.

또한 고용 창출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의 직접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섰는데, 투자 환경의 개선을 위해 내외국인의 직접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섰는데, 투자 환경의 개선을 위해 내외국인 차별 정책을 전면 철폐하고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함과 아울러 각종 투자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그리고 1979년 상공부(DTI)산하에 투자 유치 전담 기구로서 영국 투자청(IBB)을 신설하여 대외홍보를 통한 적극적인 투자 유치 활동을 전개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국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부 기능의 효율화를 들 수 있는데, 정부 조직을 과감히 혁신하기 위해 공공 부문의 영역을 ‘최소화하고 민간 기업의 경영 방식을 정부 부문에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 부처수를 축소하는가 하면 1979년에 73.5만 명에 이르던 중앙 정부의 공무원수를 49.5만 명으로 1/3가량 대폭 감원했다.

*경제개혁의 성과

개혁 초기인 1980년대 초에는 제2차 오일쇼크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어 1980∼81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고 소비자물가 또한 1980년에는 16.3%, 1981년에는 11.2%까지 상승하였다. 또한 긴축 정책으로 공공지출이 삭감되고 부실 기업들의 도산 사태가 증가하자 실직자들이 급증했다. 당시 대처 정부의 재무 장관 제프리 하우(Geoffery Howe)는 실업자가 300만 명을 넘더라도 물가 억제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경제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정부역할에 크게 의존해 왔던 공공 부문의 노동자들은 정부 지출의 축소로 인해 누구보다도 더 큰 경제적 박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영국의 경우, 개혁 초기에는 정부 지출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해고 요건의 간소화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 등을 명분으로 한기업들의 대량 해고로 실업자가 급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진자와 못가진 자 간에 빈부의 격차가 심회되는 사회적 모순이 더욱 커졌다. 영국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종업원 지주제를 적극 도입, 노동자들을 우리사주가 되도록 함으로써 주식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노동자들의 부의 증대를 도모코자 노력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대와 외국계 기업의 투자 증가, 공기업 민영화 등의 경제 개혁 성과가 점차 가시화됨으로써 고용이 증가되었다. 그리고 물가 안정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대처 정부의 경제 정책이 8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결실을 맺게 됨에 따라 영국 경제는 90년대 들어 괄목할 만한 높은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은 현재 OECD국가 중 경제 개혁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호평받고 있다.

1973년의 오일쇼크와 방만한 사회보장제도,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 심화 등이 이유가 되어 IMF에 긴급차관을 요청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영국 경제는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국가 저력을 발휘했다. 70년대 말-80년대 초의 방황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경제 개혁에 매진한 결과 80년대 후반부터 영국병이 치유되고 90년대부터는 경제 모범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IMF차관은 영국의 경제 개혁에 불을 지핀 도화선이었으며, 영국의 경제 개혁에는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쉽과 철저한 자본주의 정신으로 재무장한 영국인들의 뒷받침이 있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