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2

강원일보 컬럼 : [생물이야기]

연재 글 모음

last updated : 2003-7-28

[생물이야기 372] 달팽이의 각피 (4) : 2001-11-5

　달팽이 녀석들은 운 좋게도 집(家) 걱정이 없다. 나면서 부모에게서 집을 제금 받아 나오니 주택부금을 넣을 필요도 없고 지겹게 전세로 전전하는 무주택의 한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재수 좋은 동물인가. 그놈의 게딱지만한 집 한 채 마련하느라 뼈 빠지게 평생을 몽땅 다 털어 바친 우리들이 아니던가. 참으로 지겹게도 애옥한 인생 길을 걸었었지.

　달팽이는 난생(卵生)을 한다. 한 배에 보통 20∼30개의 알을 흙을 파고 낳는데 그 모양이 바로 달걀의 축소판으로, 탄산칼슘으로 된 하얀 껍데기로 쌓여있고 여름엔 20여 일이면 깨고 어린 새끼가 되어 나온다. 갓 부화된 놈은 투명한 집 속에 내장이 보일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껍질이 점점 커나 몸집을 늘려 나간다. 그런데 달팽이 중에서도(우리 나라에만도 100여종이 서식한다.) 난태생(卵胎生)을 하는 놈이 있으니 이들은 어미 몸 속에서 알이 이미 깨이고, 새끼 태어날 때 벌써 어미 빼 닮는다.

　그리고 달팽이는 무거운 집을 언제나 짊어지고 다닌다. 껍질을 어려운 말로 각피(殼皮)라고 하며 그것은 꽤나 단단하기에 천적을 막는데 안성맞춤이다. 한번 뒤집어 쓴 집은 절대로 벗을 수가 없으니 말 그대로 자나깨나 그 집 속에서 살아야하고, 어쩌다 집을 다치기나 하면 곧바로 탄산칼슘(CaCO3)을 분비하여 보수를 한다. 그래서 달팽이를 키울 때 달걀 껍질이나 갑오징어 뼈(실은 껍질이 몸 안으로 들어간 것임)를 넣어주면 녹여 먹어서 알 껍질을 만들거나 각피 수선에 쓴다.

　헌데, 철옹성을 뒤집어 쓴 달팽이도 천적(天敵)의 공격을 받는다. 천적이 없는 동물이 없기에 말이다. 달팽이의 천적은 주로 새(조류)이거나 딱정벌레(甲蟲)들인데, 한 예로 반딧불이의 유충이 달팽이를 먹는다. 그렇다면 사람의 천적은 무엇일까. 범도 뱀도 아닌 자기 자신이 아니겠는가. 제 몸에 들어있는 선(善)과 악(惡)이 언제나 티격태격 다툼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천적은 보통 이기는 놈을 말하는 것이니 우리도 모름지기 더 없는 착함이 하찮은 나쁨을 잡아먹는 천적을 지녔으면 좋으련만….

[생물이야기 371] 달팽이의 생김새 (3) : 2001-10-29

　사람의 몸 속에도 달팽이가 들어있다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속귀에 있으면서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달팽이를 쏙 빼 닮아 그것을 「달팽이관」 또는 와우관(蝸牛管)이라 한다. 요샌 이걸 홀랑 갈아치운다던가.

　한자, 「와우」의 뜻은 그 정도면 될 상 싶고, 영어로는 달팽이 무리를 「snail」이라 한다. 땅 달팽이는 물론이고 물에 사는 다슬기, 골뱅이, 전복까지도 snail이라 부르니 모두가 껍질이 있으면서 그것이 돌돌 말려 있다. 놈들은 다 딴딴하고 넓적한 발(足)로 기어가기에 복족류(腹足類)라하며, 꿈틀꿈틀 아주 행동이 느리다. 그래서 영어로 「walk like a snail」하면 「느림보」란 뜻이다.

　어쨌거나 사람이 보는 눈은 다 같아서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달팽이를 귀엽게 여긴다. 아마도 달팽이는 모 나지 않은 둥그스레한 모양도 모양이거니와 행동이 날렵치 않으면서 더듬이(촉각)의 살랑거림도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미물(微物) 달팽이는 느림과 여유의 미학(美學)을 이미 터득한 동물이다. 그래서 놈들을 닮아 보겠다고 무진 애를 쓰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아직 턱없이 수양 부족타는 것을 새삼 느낀다. 헐래 벌래 쫓기듯 살지 말 것이고 저 느림보를 닮아 봐야지 하고 재 다짐을 하면서….0

　달팽이 더듬이가 넷이라고 했겠다. 잘 보면 머리 위에 큰 것 두 개가 있고 아래쪽에 작은 것이 또 두 개로 모두 두 쌍이다. 대촉각(大觸角) 끝에는 똥그란 것이 달려 있으니 그것이 바로 달팽이 눈이다. 아래 소촉각(小觸角)이 맛이나 냄새 온도 등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는 대신 대촉각의 눈은 사물을 관찰하는 일을 맡으니(썩 좋은 눈이 못됨), 이렇게 더듬이(안테나,antenna)가 네 개인 동물이 어디 또 있는지 모르겠다.

　『달팽이 눈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큰더듬이의 눈알을 손으로 살짝 건드려 보면 순간적으로 쏘오옥 말려 들어가 버린다. 어떤 일에 쑥스럽거나 민망하여 겸연쩍을 때를 비유하여 쓴 말이다. 아무튼 달팽이 눈은 큰 더듬이 끝에 붙었더라! 화가(畵家)들이 조심해야할 대목이다.

[생물이야기 370] 달팽이의 어원과 생김새 (2) : 2001-10-22

　미리 말할 것은 여기에선 민물이나 바다에 사는 것들은 빼놓고, 아주 친근한 땅(뭍)에 사는 「육산패(陸産貝)」류 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가겠다. 바로 「달팽이」라는 놈들이 아닌가. 그런데 춘천 근방에서 「달팽이」하면 강에 나는 「다슬기」를 말 하니, 「달팽이 해장국」이 그렇고, 생물을 전공하는 우리 학생들도 혼란에 빠지는 것을 봤다. 다슬기를 충청도에선 「올갱이」, 경북에선 「골뱅이」, 경남 우리 시골에서는 소래고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통일된 이름을 정했으니 「국명(國名)」으로 「다슬기」이고, 온 세계인이 통할 수 있도록 지은 것이 「학명(學名)」이며 다슬기의 학명(속명)은 Semisulcospira.다.

　아무튼 달팽이는 땅에 사는 놈들을 통 털어 말하며, 밭가나 논둑, 산자락, 높은 산 등 살지 않는 곳이 없으니 우리 눈에는 온 지구가 달팽이로 덮여 있다. 참고로 달팽이는 껍질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패각(貝殼)이 없는 민달팽이도 달팽이로 묶어 같이 취급한다.

　우선 「달팽이」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언제나 말하지만 우리말 이름의 어근(語根)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질 않다. 아마도 달팽이란 말은 그 모양(형태)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리 보면 둥그런 달(月) 꼴을 하고 저리 보면 얼음판에 지치는 팽이(top)를 닮았으니 에라, 달팽이라 부르자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작명이 아주 잘 되어서 부르기도 좋지 않은가, 달팽이!

　달팽이의 한자 이름은 와우(蝸牛)다. 이름에 소 우(牛)자가 들어있는 것은 행동이 소처럼 느리다는 뜻이라 중국 사람들 역시 작명을 썩 잘했다고 본다. 저 굼뜬 달팽이는 느릿하면서도 쉼 없이 꾸준하다는 점(특징)을 우리도 배워야 할 것이다. 영어의 「slow and steady(천천히 그리고 꾸준히)」를 상징하는 동물은 달팽이를 빼곤 찾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와우각상(蝸牛角上)」이라거나 「와우각상전(蝸牛角上戰)」이란 말은 머리 위에 네 개의 더듬이(角)가 움직이면서 서로 얽히는 양태를 말하는 것으로, 좁은 세상(나라)에서 하찮은 일로 쩨쩨하게 아웅다웅 다툴 때를 일컫는다. 산이 높아야 골이 깊고 통이 커야 많이 담을 수가 있는 법.

[생물이야기 369] 달(月)과 팽이를 닮았다는 달팽이 (1) : 2001-10-15

　사실 강원일보에 7년이 넘게 글을 써왔건만 아직 필자의 본색을 숨겨왔다. 무슨 말인고 하니 딴 소리만 늘어놨지 제 전공에 관한 글은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의 별명이 「달팽이 박사」요 대표적인 저서가 「꿈꾸는 달팽이」인데도 여태 달팽이를 다루지 못해왔다. 허나, 늦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 했으니….

　이때쯤이면 달팽이 놈들은 이미 땅 깊숙이 틀어 박혔거나 두꺼운 가랑잎 이불을 둘러쓰고 겨울맞이를 하기에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이 「겨울에 대 죽순 이야기」요 「하루살이에 얼음 이야기」 꼴이 되어 느낌이 가슴에 찰싹 달라붙지 않을 줄 알지만 생각이 난 김에 소상히 소개를 한다. 이야기도 시 때를 가려야 하는데.

　필자의 전공은 軟體動物(연체동물)이고 그 중에서도 패류가 주 전공이다. 거듭 말하면 생물학 중에서도 동물학, 그 중에서도 분류학이며 그 중에서도 무척추동물학, 또 그 중에서 연체동물학에 패류학이니 꽤나 학문이 세분화되었다 하겠다. 커다란 나무를 생물학이라고 보면 그 많은 가지에 전공하는 사람들이 여럿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셈이다. 그것도 돈이 되지 않는 기초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허나 이런 뿌리 학문 없이는 절대로 돈 되는 응용과학이 있을 수 없으니 그래도 긍지 하나는 잃지 않고 살고들 있다.

　필자는 땅이나 강, 바다(전 국토)에 사는 조개나 고둥(소라) 무리를 채집하고, 그것을 실험실에 들고 와서 이름을 붙이고, 일일이 사진 찍어서 있을 자리에 갔다 놓아 설명하여 책을 만드니 그것이 패류도감이다. 전국 강산과 바다를 30여 년 돌아 치어 4권의 도감을 내고 70여 편의 논문을 썼으니 남들이야 뭐라 하든 나름대로는 피와 땀이 배인 업적이라면 업적인 것이다.

　어쨌거나 흔히 말하는 「魚貝類(어패류)」란 말에서 「魚」는 물고기요 「貝」는 필자의 전공인 패류다. 그래서 어류뿐만 아니라 패류도 우리 밥상에 오르는 반찬으로 큰 몫을 하며, 필자의 연구의 대상에는 조개 고둥은 물론이고 껍질 없는 오징어 문어도 들어간다.

[생물이야기 368] 고대 버섯의 신성성 (9) : 2001-10-8

　버섯 하면 우리는 그저 먹는 것에다 보약이 된다는 정도로 인식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숭배(崇拜)의 대상물로 또 다른 곳에서는 영감(靈感)을 주는 환희(歡喜)의 물건으로 삼았다. 산마루 어둑한 구석데기에 흩뿌리듯 피어나 있어서 공포의 상대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에겐 아주 설게 느껴질 정도다.

　독특한 예술과 과학을 발달시킨 고대 마야(Maya)문명의 대표적인 것중에 「버섯 돌(mushroon stone)」이라는 것이 있다. 높이가 25~30㎝ 정도의 돌에다 머리는 버섯의 갓을 둘러씌워 얹었고 자루에는 사람이나 여러 동물의 얼굴을 불쑥 튀어나오게 조각해 놓았는데, 주로 밭가에서 이 유적물이 채집이 된다고 한다. 농경문화의 산물인 것임을 단방 알게 하는 것으로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토속신앙에서 이 돌이 생겨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고대 인도에서는 버섯의 환각성(幻覺性·hallucination)을 신성시 하였다고 하는데 주로 광대버섯이나 말똥버섯류로, 이 버섯에는 실로시빈(psilocybin)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 사람의 신경을 흥분시켜 환각상태로 접어들게 한다. 밀에 생기는 맥각균(麥角菌)에서 LSD라는 환각제를 뽑아내는데 이것 또한 곰팡이(버섯)인 것으로 딱 한 번만 우리의 신경(神經)이 맛을 보고 나면 자꾸 요구를 하니 그것이 습관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실로시빈이나 LSD는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중독성이 있는 환각물질로 보지만 이것은 모두 정신병 치료제로 쓰이는 약제(藥劑)라는 점도 무시하면 안된다.

　이제 버섯 연재를 다 마쳐가면서, 독버섯으로 여름에 귀찮게 구는 파리잡는 이야기를 한다. 이름도 「파리버섯」인데 이 버섯을 밥풀에 으깨어 아무데나 놓아두면 파리 놈들이 달려들어 먹고는 죽어 나자빠진다. 사람에게도 해롭기 짝이 없는 「파리약」대신에 천연 버섯을 이용하여 파리를 잡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왜 연연(連延)히 이어가지 못하는 것일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정신 말이다.

　여기까지 「지성사」에서 낸 「버섯」(조덕현 저)을 아주 고맙게 참조하여 글을 썼음을 밝혀둔다.

[생물이야기 367] 버섯의 식용, 약용 (8) : 2001-09-24

　야생(野生)하는 버섯 중에서 30~40%는 거진 식용이 가능한데도 독성에 대한 인식이 하도 강하게 각인(刻印)되어 있어 버섯만 보면 모두가 겁먹어 눈길도 피하면서 후둘후둘 떤다. 실은 필자도 매 한가지라 가까이 가는 것을 꺼릴 정도고 언감생심, 만지는 것은 생각 밖이다.

　아무튼 버섯은 식용으로 또 약용으로 쓰이니 버섯을 빼고 삶을 논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버섯은 다른 생물이 갖지 못한 특유한 영양 성분을 가진 탓으로 당당하게 대접을 받는다. 금보다 비싼 송이야 논외로 치고 그래도 식탁에 자주 오르는 느타리, 목이, 양송이, 싸리버섯, 표고, 팽이버섯, 능이 등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며 거의가 다 버섯 밭에서 키울 수 있으니 좋다.

　식용은 그렇다 치고 약용버섯도 꽤나 다양하다. 영지버섯만 해도 우리집 뒤 언덕 산에서도 해마다 몇 개씩 건지는 것이지만, 옛날부터 길조(吉兆)의 상징으로 또 영약(靈藥)으로 취급받아서 신초(神草), 선초(仙草), 불사초(不死草)로 불러왔고, 진시황이 신선술사(神仙術師) 노생(盧生)을 시켜 불로불사(不老不死)의 약을 찾게 하였으니 멀리 우리 나라와 일본까지 가서 구했다는 것이 이 버섯이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가 아닌가. 게다가 불로장생(不老長生)의 상징물인 십장생(十長生)에도 끼었으니 사슴, 학, 거북, 소나무, 대나무, 바위, 물, 구름, 태양과 함께 영지(靈芝)가 들어간다.

　이것 외에도 신선이 내렸다는, 소나무를 벤 후 여러 해 후에 뿌리 주변에 생기는 복령(茯笭), 뽕나무에 열리는 상황버섯, 아가리쿠스(Agaricus), 동충하초 등 많고도 많다. 한 때는 홍차버섯이 유행을 하더니 요새는 「티벳버섯(kefir)」열풍이 불고 있으니 버섯도 유행의 바람을 탄다. 유행은 언제나 일시적인 것. 그런데 「티벳버섯」은 절대로 버섯이 아니다. 한때 내 집에서도 키워봤지만 이것은 효모(酵母·yeast)와 세균(3종의 유산균)의 공생채(共生體) 덩어리가 우유를 분해하여 젖산(유산)으로 만들면서 거기서 생기는 에너지를 얻어 끊임없이 불어난다.

　감히 말하지만 암을 잡고 죽이는 것이 따로 없다. 뭐니해도 골고루 여러 음식을 먹는 식보(食補)가 제일인 것이니 어줍잖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음이 옳으리라. 하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어찌 지푸라기를 잡지 않겠는가.

[생물이야기 366] 버섯 포자 퍼트리기 (7) : 2001-09-17

　버섯이 반딧불이 처럼 빛을 내는 것도 있으니 화경버섯과 받침애주름버섯이 그것들로, 아마도 옛날에 이 불빛을 귀신불로 보고 기절(氣絶)도 혼절(昏絶)도 했으리라. 물론 공동묘지 귀퉁이에 튀겨진 뼈다귀에서 내뿜는 인광(燐光)에도 혼쭐났을 것이고.

　화경버섯을 밤에 달(月)빛을 낸다고 하여 「달버섯」이라고 한데서도 버섯이 광을 낸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빛을 내게 하는 것은 램프테로플라빈(lampteroflavin)이라는 물질로 구체적인 발광(發光)원리를 필자는 알지 못한다. 하여튼 버섯에 따라서 푸른색, 누른색 등 아주 다양하며 특히 열대지방의 것들은 더욱 강렬한 빛을 낸다고 한다.

　여기서 앞서 말한 화경버섯에 대해서 조금만 덧붙이면, 옛날에 죄인에게 내리는 사약(死藥)이 바로 이것이었다는 설이 있다. 보나마나 심한 고통을 당하면서 죽어 갔을 것인데, 최근에는 이 버섯에서 항암 물질을 추출한다고 한다. 언제나, 어느 물질이나 다 칼의 양날을 갖는 것이므로 약이 독이 되고 독이 약이 되는 것이니 이이제이(以夷制夷)라, 오랑캐를 써서 오랑캐를 무찌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어느 하나 독을 갖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양이 극히 적다는 것이지 독을 가지고 있지 않는 생물이 없다. 때문에 어떤 음식이든 그것만 계속하여 섭취하면 좋지 않은 것이며, 우리가 먹는 식품은 그 많은 생물 중에서 가장 독이 적은 것을 골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독버섯만 탓하고 나무랄게 아닌 것이고, 어느 생물이나 모두가 제가 살기 위한 방어물질을 소지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참, 생물은 어느 하나 특성이 똑같은 것이 없다. 이를 다양성(多樣性, diversity)이라고 하니, 버섯이 나는 것만 봐도 어떤 것은 홀로 나는 것(단생, 單生)이 있는가 하면 무리짓는 군생(群生), 여러 개가 뭉쳐나는 속생(束生), 여기저기 사방 흩어져있는 산생(散生), 가운데는 비고 둘레에 둥글게 떼 지우는 윤생(輪生)등 행태가 다 다르다.

　사람도 잘 관찰하면 누구 하나 닮은 얼굴이 없고 옷도 모두 다르게 입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이를 개성(個性)이라 일컫지만 생물학에서는 다양성이라 부른다. 하여 남이 나와 같길 바라지 마라.

[생물이야기 364] 버섯 포자 퍼트리기 (5) : 2001-09-03

　버섯은 어떻게 포자(홀씨)를 널리, 멀리 퍼뜨릴까. 크게 보아서 바람, 물, 동물을 통해 삶터를 넓혀 나간다. 센바람에 홀씨를 날리면 저 멀리 보낼 수가 있으니 영역 확장에는 최고다. 흐르는 물이나 튀는 물방울에 묻어 어미 자리에서 멀어져 가기도 하고, 동물 중에서도 곤충, 예로 파리가 매개(媒介)가 되기도 하니, 버섯이 분비하는 끈적한 단물을 파리가 빨아먹고 날개나 다리에 묻힌 포자를 퍼뜨려준다니 「주고받기」를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런데 유달리 소똥이나 말똥에 잘자라는 버섯이 있다. 이것은 바람, 물을 타고 온 것이 아니고 소마(牛馬)들이 풀을 뜯을 때 풀에 묻어 있던 포자가 내장을 통과하여 똥과 같이 나와서 거기에서 자란다. 야, 기막힌 작전이 아닌가. 똥이라는 좋은 거름(양분)까지 끌어안고 나왔으니.

　이보다 더한 녀석이 있다. 동충하초(冬蟲夏草)라는 놈이다. 기기묘묘한 삶을 터득한 꾀보 버섯들의 지혜로움에 혀가 내둘린다. 버섯이 벌레를 먹는다니 말이다! 아니, 여름엔 풀(하초)인데 겨울엔 벌레(동충)가 된다! 실은 곤충이 버섯에 먹히는 것으로, 벌레의 겉껍질(외골격)은 키틴(chitin)질이 있어 아주 딱딱 하지만 여기에 동충하초 버섯의 포자가 떨어지면 그것이 분해효소를 분비하여 껍질을 녹여 파고 들어가고 균사(菌絲)를 뻗어내어 곤춘의 육살(단백질)을 죄다 먹어치운다.

　이렇게 죽은 벌레는 겨울에는 겉은 멀쩡하게 곤충으로 보이지만 다음해 껍질을 뚫고 풀 모양의 버섯대가 솟아나오니 「동충하초」란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다 그렇듯이 곤충과 버섯의 짝이 정해져 있어서(열쇠와 자물쇠처럼) 매미에서 생기는 것과 벌에 생기는 버섯이 다르다. 요새는 누에등의 곤충에 일부러 홀씨를 묻혀서 단백질 먹은 버섯을 키우니 버섯도 키워먹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다음 일이 가능하지 않은가. 이미 깊게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 일이지만, 이 동충하초(맥각균류)의 포자를 달려드는 메뚜기 떼(실은 풀무치 무리임)에 확 뿌려버린다는 것이다 메뚜기 때려잡고 동충하초도 얻을 수가 있으니 말 그대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다. 버섯 하나도 예사로운 생물이 아니다.

[생물이야기 363] 버섯의 번식과 수명 (4) : 2001-08-27

　버섯은 눈에도 안 보이는 작은 포자(홀씨)로 번식한다고 했는데, 과연 버섯 하나가 얼마나 많은 홀씨를 만들까. 싸리버섯류에 속하는 큰국수버섯은 무려 700억 개를 만든다고 하는데(세상에, 그 홀씨를 일일이 헤어리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손으로 갓을 건드리면 연기처럼 푹! 솟아 흩날린다. 사람이 한 번 사정하면 3억~4억개의 정자를 만들고 그 중의 오직 한개가 수정하듯이 이 많은 버섯 홀씨가 모두 버섯이 될 수 없다. 만일 그랬다면 온통 세상은 버섯으로 덮이고 말았을 것이고, 강 바다에서 쏟아내는 암수 놈 물고기의 씨알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모든 생물이 거친 인해전술(人海戰術)로 새끼 퍼뜨리기를 한다. 게다가 버섯이 올망졸망 삿갓을 땅바닥 위에다 올려놓는 뜻은 아마도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면서 툭 툭 차주길 바라서일 것이다. 하여 가능한 멀리멀리 자손을 분산(分散) 시키고 싶어서 말이다. 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이 버섯들은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일까. 말해서 수명이 얼마나 될까. 물론 버섯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평균하여 3~5일에 지나지 않으며, 정원에서 자주 보는 먹물버섯처럼 겨우 몇 시간의 일생을 사는 놈도 쌔고 쌨다. 비가 온다거나 그늘 지고 축축한 곳의 버섯은 좀 오래 가지만 갑자기 햇볕이나 쨍쨍거리는 날에는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져 버리고 만다. 그런가하면 나무를 썩게 하는 버섯은 그 나무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몇년이고 죽지 않고 버틴다고 한다. 길든 짧든 간에 그 동안에 모두가 새끼치기를 끝낸다. 새끼 포자(胞子·spore)를 만들고 사라진다는 말이다. 금년에 버섯이 있었던 자리에는 내년에도 반드시 그 버섯이 나는 것은 거기에다 씨를 떨어뜨려 놨기에 그렇다. 남은 것은 오직 유전자뿐인 것이니 우리도 버섯을 닮아봤으면….

　그렇다면 버섯의 성장 속도는 얼마나 될까. 흙 밑에서 균사들이 덩어리를 지우고 있을 땐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한다. 일단 머리를 밀고 나오는 유균(幼菌·어린 버섯)이 자라는 것을 보면, 빠른 망태버섯 같은 것은 겨우 서너 시간만에 다 자라 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어느 생물이나 빨리 자라면 보통 일찍 죽는다. 그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생물이야기 362] 버섯 (3) : 2001-08-20

　버섯은 홀씨(포자)로 번식한다. 이 번식을 위해서는 나무나 풀을 분해하여 양분(에너지)을 얻는 것이니 공짜로 썩혀주는 것이 아니다. 생물계에는 공짜는 절대로 없어서 언제나 서로 주고받으면서 살아간다. 도통 줄 줄은 모르고 받기만을 좋아하는 노랭이 사람께서 들으라고 일부러 한 말이다.

　버섯의 홀씨가 적당한 수분과 온도를 만나면, 식물의 씨앗이 싹을 틔우듯이 발아(發芽)를 한다. 씨앗은 자라서 바로 풀이나 나무가 되지만, 버섯의 포자는 일단 가느다란 실이 나와 뻗어나가니 이를 팡이실(균사·菌絲)이라 하고, 균사는 바로 옆의 균사와 짝짓기(접합·接合)를 하며(버섯이 짝짓기를 한다!?), 이것들이 덩어리를 지워서 일정한 모양을 만들어 겉 흙을 뚫고 올라오니 이것이 버섯(자실체·子實體)이고, 종에 따라서 크기 색깔 모양이 다르게 태어난다. 때문에 버섯이란 바로 균사 덩어리인 것이고 버섯을 먹는다는 것은 곧 균사를 먹는 것이요, 버섯이 곰팡이의 일종인 것이니 곰팡이를 먹는 셈이다. 버섯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제일 위에 삿갓 모양의 균모(菌帽·갓), 아래에 자루(대), 그 아래에 대 주머니가 있으며, 갓 아래에는 주름살이 수많이 짜개져 있으니 그 속에 홀씨(담자균·擔子菌)를 만들어 담는다.

　버섯의 꼴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싸리 모양, 빗자루, 국수, 방망이, 말뚝, 접시, 술잔, 망태, 새 발, 게 발, 귀 모양 등 종마다 다 제 특유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겉모양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만드는 홀씨도 같은 것이 없으니 주로 외형(外形)과 홀씨 모양으로도 버섯(종)을 분류한다. 그래서 버섯을 전공하는 사람도 현미경 보느라 눈알이 빠진다. 전자현미경 사진까지 등장하니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버섯도 종족 보존을 해야하니 많은 홀씨를 만들어댄다. 모든 버섯은 균모(갓)가 우산같이 펴지기 시작하면 홀씨가 익었다는 신호로 주름 속의 홀씨들이 어미를 떠날 준비를 한다. 이쯤 되면 버섯의 일생도 마감 길에 드는 것이고, 만일에 송이(松●)라면 맛이 덜하니 제값을 못 받는다. 이처럼 늙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갓 펴진 송이 꼴이요 더 나갈 길이 없는 막장 신세가 된다.

[생물이야기 361] 버섯 (2) : 2001-08-13

　「생태계(生態系·ecosystem)」란 말을 누구나 흔하게 쓰는데 그 참뜻을 여기에서 한 번 따져보자. 크게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온 지구를 「생태계」라고 해도 조금도 탓할게 없다. 작게보면 작은 웅덩이 하나도 생태계인 것이니, 거기에는 생산자(生産者·producer)라는 엽록체를 가진 식물이 있고, 그것을 먹고사는 소비자(消費者·consumer)인 동물이, 그리고 그 동·식물의 시체나 노폐물을 깨끗이 청소하는 분해자(分解者·decomposer)가 있으니 이 셋이 모두 갖춰져서 따로 거름이나 먹을 것을 주지 않아도 되면 그곳은 이미 「생태계」를 이룬 것이다. 한 마디로 생태계는 물질순환이 제대로 일어나 외부에서 따로 양분을 공급하지 않아도 먹이사슬이 잘 이뤄지는 독립세계를 말한다.

　모두가 생산자와 소비자는 알고 있지만 「분해자」에 대해선 좀 서툴다. 분해자는 곧 곰팡이(버섯)와 세균을 묶어 말하며 이것이 없으면 물질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여 생태계가 유지되지 못한다. 밭이나 논에 퇴비를 줬을 때 그것을 썩혀야 식물이 양분으로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고 그 식물을 동물이 먹는 등의 아귀가 맞아 돌아간다. 분해자는 쉽게 말해서 부패에 관여하는 것이며, 썩어 문드러지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인간들이 쏟아내는 똥오줌이나 수술후의 핏물이 분해되지 않는다면 어쩌겠으며, 죽은 시체가 온통 썩질 못하고 길바닥에 널려 있다면 어쩔 뻔했나. 고맙다, 곰팡이(버섯)야, 세균아!

　그런데 곰팡이는 배설물이나 주검을 치우는데 관여하기 보다는 주로 죽은 나무나 풀을 썩정이로 만든다. 세균에 비하면 양반이라 해 두자. 마당가에 쌓아둔 방추형 두엄더미를 녹여낸다거나 고목으로 쓰러진 나무 둥치를 먹어들어 가는 것이 세균과 버섯으로 이것들이 없이는 산야를 청소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고목 나무에 그 많은 버섯이 핀다. 청소부가 있었기에 길이 깨끗하고 교정이 말쑥한 것이다.

　하여, 버섯은 분해자요, 분해자는 청소부인 것이며 때문에 버섯을 「숲의 청소부」라고 하는 것이다. 썩혀진 풀이나 나무의 양분은 옆의 풀 나무가 빨아먹고 자란다. 이런 것을 물질순환(物質循環)이라 하며 생태계에서 분해자가 어떤 자리에 있는가를 강조해봤다.

[생물이야기 360] 자연의 청소부요 숲의 요정, 버섯 (1) : 2001-08-06

　버섯의 어원을 알 수 없을까. 헌데, 혹시나 벌어져 틈이 생긴 것은 『버성기다.』라고 하는데, 버섯의 갓 아래쪽에 틈새가 나 주름살이 많으니 그래서(거기에서) 생긴 말 이려나? 어쨌거나 우리말의 뿌리(어근)를 알 수 없는 것이 하도 많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찌들게도 못 먹어 낯바대기에 석이(石耳)처럼 더덕더덕 달라붙었던 마른버즘도 버섯으로 「건버섯」이라 했겠다. 괜스레 남한테 침을 뱉으면 생기는 것으로 알았던 건버섯이 아니던가. 어머니가 언제나 타일렀던 말이다, 침 뱉지 말라고.

　버섯하면 여름철에다 그것도 비가 잦은 장마철을 연상케 한다. 길섶 후진 곳에 어제 없던 버섯 밭에 눈이 끌리는데 그것들도 떼를 지어 군락(群落)을 이룬다. 모양도 가지가지요 색깔도, 크기도 다 달라서 가까이 다가가 눈 여겨 들여다보면 아연 그 매력에 끌려들어 홀리게 마련이다. 아, 어쩌면 저 예쁜 버섯이 저렇게도 수많이 날수가 있단 말인가! 크고 작은 것들이 현란한 색을 띠고 올망졸망 흩뿌려져 있는 것을 보면 「숲의 요정」이란 말이 절로 되살아난다. 필자처럼 달팽이 하나에 미쳐 사는 사람이 있듯이 버섯에 홀딱 반해 일생을 보내는 학자도 더러 있으니 정말로 다행한 일이다. 시체말로는 별 볼일 없는 것(분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결눈질을 당하지만 그런 「외로운 이」들이 있었기에 버섯의 세계를 논하고, 숨어있는 비밀을 논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감히 말하지만 행복은 절대로 돈이 아니다. 오직 하나에 미쳐 즐김을 향유한 이가 행복한 사람이다.

　어쨌거나 버섯은 동물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식물도 아니다. 나름대로 고유한 세계와 특이한 영역을 차지하여 제 자리를 누리고 있다. 생물계(生物界)를 커다랗게 모아 금을 그어보면 동물, 식물, 균류(菌類, fungus), 세균 등 넷이 되겠는데, 의당 버섯은 균류에 속하며 여기에는 곰팡이도 들어간다. 뭉뚱그려 말하면 버섯이 곰팡이고 곰팡이가 버섯인 셈이다. 장마철에 이불이나 책갈피에 달려드는 곰팡이와 불로초(不老草)인 영지버섯이 다 한 통속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버섯이라는 생물이 자연계에서 어떤 자리(니체, niche)를 차지하고 있는 가도 보고 또 그들의 비밀도 숨어 들여다보자.

[생물이야기 359] 상어 (9) : 2001-07-29

　상어는 어느 물고기보다 여러가지 감각기관을 다 동원하여 먹이를 찾는다. 먹잇감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낼 때 제일 먼저 들려오는(물고기의 요동) 소리로 감을 잡고, 수 백 미터밖의 것은 냄새로, 더 가까이 오면 몸 양쪽에 줄지어 나있는 옆줄(측선,側線)로 진동을 감지하며, 아주 접근하면 그때 사 눈으로 확인한다. 게다가 청각이 발달하여 1㎞이상 멀리있는 고기의 소리도 듣는다고 하니 상어를 「예민한」 동물이라고 하면 틀리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 나라에는 몇 종류의 상어들이 살고 있을까. 「지성사」에서 나온 「상어」라는 책에서 보면 저자는 14종을 기록하고 그 습성까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최대 몸길이가 6ｍ나 되는 식 상어 백상아리, 체장이 65㎝에 지나지 않아 외국에서는 낚시꾼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청상아리가 대표적인 것이고 고래상어, 돌묵상어, 귀상어, 홍살귀상어 등이 산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상어에 관한 기록은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경남 울주군의 한 곳에는 암벽의 벽화에 상어 모습이 바위에 암각(巖刻)되어있고 조선조 정조때 한치윤의 「해동역사」에도 『5월 후에는 바닷속에 큰 물고기가 있어서 사람을 해치므로 이때는 바다에 들어가지 말아야한다』라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바다를 끼고 사는 우리에겐 상어 또한 중요한 삶의 대상물이요, 식물(食物)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앞에서도 강조하였지만 이 무서운 상어도 더 악질 동물에게는 기를 못펴고 맥을 쓰지 못하니 그 동물이 바로 「머리에 털 난 짐승」이다. 사람에 걸려들면 살아 남는 동물이 없으니 하는 말인데 이제는 인간도 다른 생물과 상생(相生)하는 여유와 배려가 있어야할 때가 아닌가 본다. 대통령에서 선생들까지도 끼리를 적으로 보게 만드는 서양식 적사생존의 경쟁의식을 자랑삼아 부추기고 있으니 정말로 사람 사는 꼴이 말이 아니다. 그러니 상어니 뱀이니 박쥐니 하는 동물 나부랭이가 눈에 들 리가 없다.

　세상에 독불장군 없다는 말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인지, 서로 아끼며 살아가야 할 지어다. 없이 살아도 정(情)이 넘치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생물이야기 358] 상어 (8) : 2001-07-22

　날고 뛰는 「간 큰 사람」도 상어 간(肝)에는 당하지 못한다. 어떤 녀석(종)은 내장의 90%가 간으로 채워져 있다니 하는 말이다. 상어는 왜 그렇게 간이 큰 것일까. 상어는 다른 물고기처럼 공기를 저장하여 넣었다 뺐다하여 부력(浮力)을 조절하는 부레(swim bladder)가 없다.

　부레에 공기를 채우면 몸이 뜨고 빼면 가라앉는 부침(浮沈)에 부레는 아주 중요한 몫을 한다. 상어는 부레 대신 지방 덩어리인 간이 커서 물에 잘 뜰 수 있도록 적응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물고기 종류는 모두 다른 동물에 비해 간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다. 그 간에서 간유(肝油)를 뽑아내어 약을 만드니 그것이 간유구인 것이고 비타민 A,D가 많이 들어있어서 야맹증(夜盲症)등 눈(眼)에 좋다. 고기주고 간까지 빼주는 상어야, 너 참 고맙다 야!

　바다의 폭군 상어는 몇 살이나 살까. 확실하지는 않으나 장수하는 놈은 100살을 넘긴다고 하니 꽤나 장수집안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하겠다.

　사실 물고기는 늙어 힘 빠지면 단방에 다른 놈이 달려들어 잡아 먹어버리기에 사람처럼 똥 싸 붙이면서 근근이 생명을 부지하는 녀석이 없다.

　정말로 필자도 이제는 죽음을 깊게 생각하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의당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단어가 글을 쓸 때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자연적인 현상일 것이다. 세상 떠난 어머님이 노래처럼 읊으시던 『자는 잠에 죽어야 할긴대』란 말씀이 바로 내것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행복 중에 제일이 「죽음 복」이라고 하더니 이제 그것을 뼈 깊숙이 느끼게 되다니….

　그러면 상어의 나이를 어떻게 알아낼 수가 있을까. 상어가 자라면 자랄수록 등뼈(척추)도 커 가기에 거기에서 나이를 찾는다. 등뼈를 세로로 잘라서 들여다보면 나무의 나이테(annual ring)와 똑같이 고리가 보이는데 그것도 여름에는 간격이 넓고 겨울엔 아주 좁아있다.

　상어는 나이를 뼛속에다 묻어 두었다! 물고기는 등뼈 말고도 비늘이나 이석(耳石·귓속에 들어있는 뼈)에서도 나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는데, 사람은 주로 얼굴과 손등에서 세월의 풍화작용을 본다.

[생물이야기 357] 상어 (7) : 2001-07-15

　상어사랑은 유별나다. 어디 세상에 물고기(어류) 녀석이 교미(交尾)를 하여 체내수정(體內受精)을 한다니 괴이타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고기는 모두가 암놈이 알을 낳으면 거기에다 방정 (放精, 정자를 뿌림)하는 것이 예사인데 전술한 것처럼 상어 놈들은 짝짓기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수놈의 배지느러미 안쪽에 손가락 모양의 한 쌍의 긴 교미기를 가지고 있는데 묘하게도 뱀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암놈의 생식공(生殖孔)에다 둘중의 하나를 삽입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둘을 모두 쓰기도 한다.

　상어들의 구애(courtship)행위 또한 별나다. 수놈이 암놈의 배 아래에 있는 생식공 근방에 코를 들이대고 암놈을 쫓으면서 생식 가능성을 확인하고는 가슴지느러미나 아가미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몸을 맞대고 짝짓기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암놈의 살을 물어서 크게 상처를 낸다고 한다. 모두가 암놈에게 자극(산란을 재촉함)을 주는 행위로 개구리가 교미기가 없으면서도 수놈이 암놈 등을 힘차게 껴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교미를 끝낸 암놈은 온 몸에 상처투성이라고 한다. 격렬한 사랑 끝에 남은 「검은 상처」라서 애처롭다 할 수가 없다. 다행히 암놈 뱃가죽이 수컷보다 두 배가 두꺼워 그 정도의 사랑에 흔쾌하게 견뎌낸다.

　상어의 임신 기간이 꽤나 길다. 8개월에서 10개월까지 가는 놈이 있다니 말이다. 아무튼 뱃속에서 수정(체내)이 일어난 수정란은 종에 따라서는 어미 몸에서 양분을 얻어 자라는 태생하는 놈에다 일단 부화되어서 알속의 양분으로 자라서 나오는 난태생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동물이나 태생하는 놈들은 임신 기간이 아주 길고, 태어나는 새끼도 아주 크며 그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다 커 나오니 다른 물고기의 밥이 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그렇다. 우리도 낳아서 모두 잘 키우지 못했던 옛날에는 애낳다 세월을 다 보냈는데 요새는 의학의 발달로 유아 사망률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나 원리가 같다. 아무튼 무적(無敵)의 상어도 새끼 땐 다른 큰놈들의 먹이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생물이야기 356] 상어 (6) : 2001-07-08

　상어는 암흑의 저 깊은 바다에서도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간다. 눈이 어떻게 생겼기에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다 살게 마련이라고 참 신기한 일이다. 심해 생물들은 하나 같이 발광기(發光器)를 가지고 있어서 빛을 내어 반사광으로 먹이를 찾거나 적을 쫓아버린다. 그런데 발광기가 없는 이 상어는 눈이 아주 밝아서 칠흑 속에서도 먹잇감을 척척 쉽게 찾아낸다. 상어 눈은 고양이의 것과 유사하여 어둠에 아주 민감하다. 다시 말하면 상어 눈알의 저 안 쪽 망막(網膜)의 뒤 맥락막(脈絡膜)에 은색판(銀色板)이 깔려 있어서 약한 빛도 강하게 반사시켜 물체를 구분한다. 그 은색판을 타페텀(tapetum lucidum)이라고 하는데 은색 결정체인 구아닌(guanine)이 주를 이루고 이 감광색소(感光色素)는 반사뿐만 아니라 옅은 빛을 잘 흡수하는 성질도 갖는다. 밤에 고양이 눈을 보면 이상한 빛이 나는 것은 바로 이 타페텀이라는 구조물 때문이다. 많은 야행성 동물들이 이런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지만 사람에는 전연 그런 특징을 발견할 수 없다. 만일에 그것이 있다면 전깃불이 필요 없고, 「올빼미 족」들이 더없이 좋아할 뻔했다. 눈에서 불빛까지 내는 괴물인간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보통 물고기는 눈알이 한자리에 박혀 있어서 움직이지 않으나 상어 놈들은 눈알을 굴리고 또 순막(瞬膜)이라는 얇은 막이 있어서 열었다 닫았다하여 눈방울을 보호한다고 한다. 먹이를 잡아 물고 흔들 때는 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순막이 없는 백상아리는 눈을 뒤로 돌려서 눈동자를 숨겨버리고 청새리상어는 아래에 있는 순막으로 눈을 덮어버려서 보호를 한다. 그런데 「순막」이 뭔지 의문이 드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순막이 퇴화되어 버렸기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흔적이 남아 있으니, 양쪽 눈알의 안쪽에 붉그스레한 살점이 바로 그것으로 일종의 퇴화기관(退化器官)인 것이다. 개구리나 닭의 눈에 자극을 가하면 투명한 막이 눈을 덮었다 여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순막이다. 사막에 사는 낙타 눈에 그것이 없다면 모래 바람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겠는가. 생물들은 이렇게 재빠르게 적응을 잘도 한다.

[생물이야기 355] 상어 (5) : 2001-07-01

　상어가 사람의 적일까 아니면 사람이 상어의 적일까. 바다에서 상어에 물려 죽을 확률은 땅에서 벼락을 맞아 희생되는 것보다 낮다고 하니 상어가 인간에 주는 피해는 아주 극미(極微)하다 하겠다. 인간이 모든 동물의 적(천적)에 해당한다는 것은 누누이 강조하고 지적한 바가 있다. 세계에서 일년 내내 상어에 물려 사망하는 건수는 30정도로 뱀에 물리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리고 400여 종이나 되는 상어 중에서 아무 상어나 사람에 달려드는 것이 아니고 단지 세계적으로 12종에 그친다고 한다. 어쨌거나 놈들 중에는 5월이면 난류를 타고 우리 나라 서해안에까지 올라 와 전복이나 키조개를 잡는 어부를 노린다고 하니 경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군산을 거쳐 안면도 까지 진출을 하니 매년 5월이면 상어 경계령이 내린다. 여기에 등장하는 식인상어는 「백상아리」라는 이름을 가진 놈으로 이것들이 왜 사람을 공격하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상어를 물리치는 방법도 실은 없다고 하니 조심하는 수밖에 없고, 특히 밤에 물위로 올라온다고 하니 조심하고 유의할 일이다.

　상어가 「바다에 포식자(捕食者)」란 대명사가 붙은 것은 그 무서운 이빨에서도 단방에 감지할 수가 있다. 물론 고래처럼 물을 한껏 들여 마셔 아가미로 흘려 내면서 플랑크톤을 걸러먹는 종류들은 이빨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다른 고기나 조개류를 먹는 놈들은 톱니 모양이거나 송곳 모양, 어금니 모양의 이빨을 가진다. 이빨을 보면 식성을 아는 것은 당연하고 종(種) 분류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는 송곳니가 소는 어금니가 발달한 것도 식성 탓이다. 그리고 상어는 우리와는 달라서 일생동안 여러 번 이를 간다. 종에 따라서는 이가 두 줄로 나 있어서 앞의 것이 빠져버리면 뒤의 것이 채운다고도 한다.

　그리고 상어가 먹이를 물면 반드시 머리를 흔들어댄다. 하긴 개나 고양이도 마찬가지지만 씹을 때 턱이 좌우로 움직이지 않기에 흔들어서 먹이를 자르고 상처를 줘서 죽이는 것이다. 허긴 「씹어 돌리」는 것은 사람도 매한가지다.

[생물이야기 354] 체내수정을 하는 물고기, 상어 (3) : 2001-06-24

　상어는 꼭 우리 사람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다. 이젠 지느러미를 먹을 차례니까 하는 소리다. 바다에 지느러미(fin)가 잘려서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떠 다니는 놈들이 널려있다고 한다. 잡은 상어에서 예리한 칼로 비싼 지느러미만 잘라버리고 바다에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잡탕 비슷한 요리에 상어 지느러미를 조금 집어넣어서 만드니 그것이 앞에서도 말한 「shark' fin」이다. 한천(寒天)모양을 하면서 오돌오돌 입에 씹히는 맛이 괜찮은 상어 지느러미 요리다. 상해나 홍콩 등지에서 음식을 들기 전에 맛 선기로 상어 지느러미가 나온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그것을 먹어 볼 팔자가 못되어서…, 실은 얼마 전에 상해를 거쳐 소주, 항주, 계림(桂林)을 다녀오는 여행을 했지만 언감생심, 어찌 가난한 여행자가 그런 비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가 있단 말인가.

　계림에 갔을 적에 역시 안내하는 청년에게서 들었지만 「모기 눈알 요리」가 거기에 있다고 한다. 「박쥐」이야기에서 소개를 했던 것으로, 실제로 작은 접시 한 그릇에 300달러를 호가한다니 그또한 그림의 떡(畵中之餠)이 아니던가. 아무리 돈에 기가 죽어 살아도 언제나 마음 저 안에 『부자가 천당을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는 성경의 말씀을 되씹으면서 살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해 본 것도 여행의 값진 수확이었다. 가난한 사람이 켠 등불 하나, 빈자일등(貧者一燈)이 더 센 빛을 발한다고 하던가.

　중국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더하자. 우리도 그들에게 한치도 지지 않지만 그들도 못(안)먹는 것이 없다. 중국의 잘 아는 교수한테서 들은 말이지만 하늘의 비행기, 바다의 잠수함, 네 발 달린 책걸상 빼곤 다 먹는다고 비유한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이렇게 먹이 문화는 하늘 똥구멍을 찌르는데 어찌하여 배설 문화는 그렇게도 땅 속을 기어드는 것일까. 대소변을 거름으로 써왔던 탓에 그럴 것이라고 추리는 해봤으나 우리 기준에서 보면 도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필자도 항아리를 묻은 「통시」에 변을 보고 자랐지.

[생물이야기 353] 체내수정을 하는 물고기, 상어 (3) : 2001-06-17

　상어 하면 사람 잡아먹는 「식상어」와 고급요리의 하나인 「상어지느러미(shark's fin)」 그리고 내륙 지방 사람들이 반드시 제사상에 올리는 상어토막을 생각하게 된다. 앞의 둘은 나중으로 미루고, 왜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선 제물로 상어 토막고기를 써왔을까. 상어가 제사상(祭祀床)에 오르지 않으면 제사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독자들은 저 남쪽나라 목포의 명물 중의 하나가 「홍탁」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반쯤 썩인 홍어(洪魚) 안주에 걸쭉한 탁주가 일품 궁합이란 말이다. 알다시피 홍어를 두엄 속에다 파묻어서 얼 썩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이렇다. 상어 홍어 등의 연골어류는 소변의 주성분이 우리처럼 요소(尿素)라서 (경골어류는 암모니아임)잡아 성한것을 바로 먹으면 지린내가 나서 고기가 맛이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요소가 분해되길 기다리는 것이 「썩힘」이란 행위인 것이다. 물론 썩인 홍어나 가오리도 오줌 냄새에다 암모니아 가스를 풍긴다. 그래도 그 맛에 인이 박히면 필자처럼 글을 쓰면서도 침을 흘리게 된다.

　다시 제사 이야기로 돌아와서, 한마디로 연골어류는 여느 물고기처럼 쉽게 부패하지 않으니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 옛날에도 저 먼 시골까지 운반할 수가 있었고, 그래서 자연적으로 상어가 제사에 쓰이게 된 것이다. 보통 경골 어류를 뜨끈한 두엄 속에다 며칠 처박아 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동해안의 바닷가 여염집 제사에는 고래고기토막이 반드시 올려졌던 것을 보면 제사상도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하여 제례(祭禮)도 다 조금씩 다르고, 『살아 탁주 한 잔이 죽어 큰상보다 낫다』고 하니 제사타령은 여기서 접는다.

[생물이야기 352] 체내수정을 하는 물고기, 상어 (2) : 2001-06-10

　상어 또한 우리의 대형(大兄)이시다. 약 4억 년 전에 이미 이 지구에 태어나시어 바다를 누비셨으니 하는 말로, 우리보다 100배 이상 긴 시간 지구에 오래 사셨다는 계산이 된다. 하기야 지구의 생물 중에 우리보다 늦게 온 것이 없으니 막내둥이 인간이 하룻강아지로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대어 온통 지구를 헤집고 할퀴며 날뛴다. 온 생물들이 철딱서니 없는 꼬마 망나니 녀석만 나타나면 큰 변을 당할까봐 벌벌 떤다. 봐라, 언젠가는 네가 판 구렁텅이에 폭 빠져 뒈지는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인간들아, 바로 자연을 경외(敬畏)로운 존재로 봐야한다는 뜻을 전한다는 것이 좀 격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경솔한 인간 생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쓴 소리로 치부해주기 바란다. 강이고 산이고 온통 난장판이니 이런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것을 어쩌겠나. 나도 나는 억 누르지 못하고.

　상어하면 영화 「죠스-Jaws」와 소설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상어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전자는 상어 중에서도 「백상어」이고 후자는 「청상어」의 짓이라고 한다. 상어면 다 같은 상어가 아니란 뜻이다. 상어는 세계적으로 350여종, 우리 나라 근해에만도 10여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상어는 뼈가 말랑말랑하여 통째로 다 먹는 연골어류로 아가미뚜껑이 없어 아가미가 겉에 드러 나 있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물론 홍어나 가오리도 아가미가 나출(裸出)된 나새류(裸●類)다 그리고 상어는 어느 것이나 아주 꺼칠꺼칠한 방패모양의 비늘(순린·楯鱗)을 가지고 있어서 그 껍질을 벗겨 말려서 사포(砂布·Sandpaper) 대용으로 물건을 문지르는데 쓴다.

　상어는 뼈가 연골이라 했다. 필자들은 당장 「상어연골」이라는 약 생각이 날 것이다. 암 치료에 좋다고 하던가. 좋고 안 좋고 하는 것은 초들지 않고 상어는 온 뼈가 물렁물렁해서 몸이 아주 가볍기에 물에 잘 뜰 수가 있어서 좋다. 상어 연골은 우리 사람의 코뼈나 귓바퀴 뼈와 꼭 같은 탄성연골(彈性軟骨, elastic cartilage)이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우리의 귓바퀴나 콧등이 딱딱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고맙습니다. 조물주 님.

[생물이야기 351] 체내수정을 하는 물고기, 상어 : 2001-06-03

　날씨도 칙칙하고 텁텁하니 이제 광활무변(廣闊無邊)하여 가슴이 탁 트이는 여름바다로 가본다. 왜서들 바다를 저렇게 즐겨 찾고싶어 하는 것일까? 학자들이 『지구에서 제일 처음 생명체가 바다에서 생겨났고 그것이 진화(변화)하여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 말을 믿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자궁 속의 양수(羊水)가 바닷물과 비슷한 짜기(염도)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하여, 어머니의 양수를 대신하는 안태본(安胎本)인 바닷물이 그래서 그립고, 그 안에 푹 한번 담기고파서 저렇게 쥐 떼처럼 바다로 몰려드는 것이리라.

　바다는 물고기들의 집이요 고향이다. 온도 변화가 적은 물에 사는 놈들은 한 겨울이라는 칼 추위와 화들짝 더욱 맛을 보지 않아서 좋다. 어쨌거나 물고기(어류)는 대별하여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硬骨魚類)와 물렁한 연골어류(軟骨魚類) 둘로 나눈다. 거의 대부분이 경골어류이고(민물에 나는 것은 모두 경골이다) 일부가 연골어류인데 거기에는 홍어, 가오리 무리와 상어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상어만 쏙 뽑아 골라내어 몇회에 걸쳐 속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제목부터 풀이해보면, 보통 물고기는 산란기(産卵期)가 되면 암수가 짝을 만나(떼를 지우기도 한다) 암놈이 알을 낳고 따라서 서둘러 수컷이 정자를 그 위에다 뿌려버리는 체외수정(體外受精)을 하는데 상어는 그렇지 않고 반드시 암수가 교미(交尾)를 하여 몸 속에서 수정을 하는 체내수정(體內受精)을 한다. 묘한 놈들이 아닌가! 몸밖에서 수정이 된 새끼들은 거지반 다른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버리기에 알을 수많이 낳아야하나 상어는 이미 몸 속에서 다 자라서 태어나기에 소수의 알을 낳아도 된다.

　아주 경제적인 동물이라고 할 수가 있으나 딴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이기적(利己的)인 동물인 셈이다.

　알이 밖에서 발생하면 난생(卵生), 어미 몸 안에서 깨여 그냥 커서 나오면 난태생(卵胎生), 탯줄을 통해 어미에서 양분을 받고 자라는 것을 태생(胎生)이라 한다. 출생도 생물에 따라 하나같이 이리도 다르다.

[생물이야기 350] 짐승과 새를 넘나드는 박쥐(8) : 2001-05-27

　박쥐 똥이나 죽은 사체는 동굴 생태학에 아주 중요한 몫을 한다. 동굴 저 안에는 빛이 들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을 만들 수가 없다. 결국 먹을 것이 없어 생물이 살지 못할 것 같은데도 캄캄한 동굴 안에는 지네 노래무리등 여러동물이 살고 있다. 바로 박쥐 똥이나 시체를 먹고 사는 것이다. 동굴안에 흐르는 물속에도 채집이 되니 「장님 새우」뿐만 아니라 필자가 전공하는 패류(貝類)도 여러 가지가 살고 있다. 당연히 빛을 받지 않는 곳에 살기에 살색은 모두 흰색이고 눈은 퇴화하여 「장님」이다.

　열대 지방에는 떼지어 사는 박쥐 똥이 아주 좋은 거름이 되니 「구아노(guano)」라는 것이다. 동굴 속에 수 톤씩 쌓여 있어서 기름 진 귀한 비료가 된다. 그리고 「모기 눈」으로 만든 중국 요리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그 눈은 바로 이 똥에서 얻는다. 무슨 수로 그 많은 모기의 눈을 구한단 말인가. 박쥐가 벌레를 잡아먹으면 다른 부위는 소화가 되어서 똥이 되지만 벌레의 눈알만은 소화가 되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 이 똥을 가는 체로 걸으면 값비싼 눈알요리가 된다. 박쥐 똥에서 요리감을 얻는다?! 그것이 또한 좋은 한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니 똥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 박쥐 똥이다.

　박쥐 이야기를 끝마쳐가면서, 우리 나라에 사는 박쥐는 24종(種)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은 「지성사」에서 낸 「박쥐」를 중심으로 엮었는데, 그 책의 필자들도 아직 확실하게 모두를 채집하지 못했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때문에 박쥐도 잘 잡히지 않는다고 이들도 하소연을 하고 있다. 죄 없는 박쥐를 계속하여 때려잡아야 하는 것일까. 먹을게 없어 그렇다면 동정이나 사겠지만….

　동굴 애호가들이 즐겨 쓰는 말을 여기다 남겨본다.

「Take nothing but picture,
kill nothing but time,
leave nothing but footnote,
put nothing but love.

　동굴에 오면, 사진만 찍을 것이고, 시간만 죽이며, 발자국만 남기고, 사랑 외에는 두고 가지 말 것이다.」

[생물이야기 349] 짐승과 새를 넘나드는 박쥐 : 2001-05-20

　박쥐는 살 찐 11월경에 짝짓기를 하고 다음해 7~8월에 출산을 한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럼 임신 기간이 10개월이나 되는 사람에 맞먹는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실제로 수태(受胎, 아이를 뱀)기간은 두 달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11월에 교미하여 받은 정자는 곧바로 수정을 하지 않고 겨울동안 자궁에서 머물다가 (「정자 저장형」)다음해 사 오월 경, 먹이 활동을 시작하면 그때 사 배란(排卵)이 되어서 정자와 수정을 하는 것이 있는가하면 또 다른 하나는 일단 11월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하여 겨우내 자궁속에서 수정란(受精卵)으로 머물다가 여름이 오면 자궁에 착상(着床)하여 발생하는(「지연 착상형」)것이다. 일단 힘이 남아 돌 때 교미를 해 놓고 그 정자를 보관해 있다가(발생은 하지 않고)다음해 먹이 감이 충분할 때 잘 먹으면서 새끼 발생을 시키는 아주 지혜로운 발생법을 박쥐가 갖고 있다는 말이다. 실은 이런 일은 단지 박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고 북극곰 등 추운 지방에서 겨울을 보내거나 겨울잠을 자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취하는 생식법인것이다. 아주 영리한 동물이라 하겠다.

　이렇게 태어난 박쥐 새끼는 발육이 매우 빨라서 2년이 지나면 벌써 임신이 가능하게 된다. 벼랑에 붙은 수많은 새끼들은 어미들이 먹이를 잡아 돌아오면 서로 소리(초음파)를 질러서 제어미, 제새끼를 찾아낸다. 물론 어미는 먹이가 많은 철이라 잘 먹어 퉁퉁 불은 젖을 먹인다. 약 한 달 가량 젖을 먹으면 새끼들은 독립을 시작하여 날개짓에다 먹이 잡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박쥐 젖이 타 동물에 비해서 꽤나 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박쥐의 모성 본능도 대단하여서 적의 침입을 예감하면 새끼를 달고 날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박쥐는 붙박이 생활을 하지 않고 철에 따라 먼 곳까지 이동하여 삶터를 바꾼다고 한다. 먹이가 많은 곳은 물론이고 새끼 키우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물론 한 동굴 안에서도 자리를 바꿔 생활하기도 한다. 날개가 있으니 서식처를 옮기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따로 집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생물이야기 348] 짐승과 새를 넘나드는 박쥐(5) : 2001-05-13

　박쥐들의 서식처(棲息處)는 생각보다 여러 곳이다. 어느 동물이나 살 자리를 잡을 때는 천적으로부터 보호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새끼치기에도 적합한 곳을 고른다. 박쥐의 적은 족제비, 매 등과 같은 육식동물들이 있다. 박쥐가 사는 곳은 동굴 말고도 인가(人家)의 처마밑 바위틈 고목의 빈 구멍 등이고 아프리카의 어느 종은 나뭇잎을 말아서 그 안에서 살기도 한다.

　박쥐의 먹이도 다양하다. 일부 언급이 됐듯이 벌레를 먹는 놈이 태반이고, 과일이나 꽃의 꿀을 먹는 놈, 쥐 개구리 물고기 도마뱀은 물론이고 작은 친구 박쥐를 잡아먹는 놈이 있고, 피를 빨아먹는 흡혈박쥐도 있다. 흡혈박쥐를 실제로 사람에 달려들지 못한다. 주로 잠자는 가축에 기어올라(흡혈박쥐는 몸이 뚱뚱하여 날지 못하고 땅에서 껑충껑충 뛴다고 함) 예리한 이빨로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먹는다. 박쥐의 침에는 모기나 거머리처럼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마취 성분과 피를 굳지 않도록 하는 항(抗)응고 물질이 들어있다.

　이야기를 다른 데로 틀어서, 박쥐는 어지럽지도 않은지 언제나 거꾸로 매달린다. 그리고 그런 자세에서 똥도 싸고 새끼도 낳는다고 하니 고약하고 괴팍한 녀석이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비유하여서 체조 선수와 같다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하체가 무척이나 퇴화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처럼 다리엔 근육이 거의 없고 뼈와 힘줄만이 발달하였고, 또 새가 홰에 걸터앉으면 저절로 발가락이 오므라들어 나무를 잡게되어 잠을 자도 떨어지지 않듯이 박쥐는 거꾸로 매달리면 자동으로 발톱 끄트머리가 바위틈에 끼어지게 된다. 힘을 전연 따로 들이지 않고도 달라붙는다는 말이다.

　박쥐는 7~8월에 보통 한 배에 한 마리 새끼를 낳는데(서너 마리 낳는 종도 있다) 역시 달아 매인 자세에서 출산을 한다. 이들도 포유류라서 사람과 별 다를 게 없이 산통(産痛)에다 태반도 나온다. 세상밖에 나온 털도 없는 새빨간 새끼 놈들은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곧바로 어미 가슴을 파고들어 젖꼭지를 물고 빤다고 한다.

　무서운 본능이다!

[생물이야기 347] 짐승과 새를 넘나드는 박쥐(4) : 2001-05-06

　이렇게 쓰다보니 박쥐는 一見(일견)하여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은 이들이 해충인 나방 등 벌레를 잡아먹어준다는 점이다. 하룻밤에 제 체중의 2분의1 정도를 먹어치운다니,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작은 「집박쥐」 한 마리가 여름날 밤에 3,000~5,000마리의 모기를 잡는다고 한다. 이런 박쥐를 쥐뿔도 모르는 인간들이 마구잡이를 해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밤에만 활동을 하니 눈이 밝은 놈이라고 곡해하고 시력회복에 좋다하여, 또 왜 그런지는 몰라도 정력에 효험(效驗)이 있다하여 아직도 민간요법에선 즐겨쓰고 있다고 한다. 그놈의 정력이나 미용이란 말만 나오면 바퀴벌레도 잡아먹을 사람이 수두룩한 이상 우리의 박쥐는 몸 붙일 곳이 없다. 내 같아도 벌써 딴 나라로 도망치고 말았겠다.

　다른 생물도 마찬가지지만 박쥐도 인간 놈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고 개중에는 이미 멸종이 된 것도 있는것으로 본다. 제일 중요한 감소 원인은 서식지의 파괴다. 살 곳과 새끼를 낳아 기를 터를 잃었으니 수가 줄지 않을 수 없는 게 아니겠는가. 동굴이 주 삶터인데 돈 몇 푼 벌겠다고 그놈을 온통 개발해 버리고, 동굴의 파괴를 막는답시고 굴 입구를 막아버리니 박쥐가 들 틈이 없다. 그리고 몇 톨 더 먹겠다고 들판에 농약을 쳐대니 약 먹은 박쥐가 죽어 나자빠진다. 아, 정말 박쥐 신세가 가련하다. 「죽일 놈들」이라고 부르짖는 그들의 소리에 우리는 귀를 틀어막아버린다. 저승에 무간 지옥이 있다니 거기 가서 박쥐한테서도 혼날줄 알아라. 은혜는 못 갚아도 되우 죽이지는 말아야 할게 아닌가.

　열대 지방에는 밤에만 꽃을 피우는 꽃식물이 의외로 참 많다. 밤에는 꽃가루받이(수분)를 시키는 벌이나 나비가 없는데도 선인장 무리나 「박쥐식물」이 있다. 식물은 꿀이나 꽃가루를 박쥐에게 주고 박쥐는 꽃의 수정을 돕고 있는 것이다. 다 살게 되어 있으니 이것이 박쥐와 식물의 공생(共生·symbiosis)인 것이다. 또 그 식물에 맺힌 열매는 어미로부터 멀어져야 발아를 한다는데 그것을 먹은 박쥐가 멀리 날아가 똥을 누어주니 이거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꼴이다.

[생물이야기 346] 중국에선 박쥐를 : 2001-04-29

　중국에선 박쥐를 편복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batman의 bat가 박쥐가 아닌가. 앞에서 나왔던 지조 없는 행태를 꼬집은 「박쥐구실」이란 말은 실제로는 중국어 「편복지역」에서 온 것이다. 여하튼 한자 「편」자가 「福」과 음이 비슷하고, 쥐보다 훨씬 오래 산다고 하여 중국이나 우리 나라 모두 박쥐를 영물(靈物)의 동물로 취급하여 그것을 신선의 경지까지 올려서 「성스런 쥐」, 「선서(仙鼠)」라고 하고, 때문에 오래 산다거나 오복(五福)과 관련된 장식 문양(紋樣)에는 언제나 박쥐가 등장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말로 한자음이 같아 그런 것일까. 아닐 것이다. 옛날 그 옛날 우리 조상이 동굴에 살 때 언제나 친하게 같이 지내던 그런 유전형질(遺傳形質)이 알게 모르게 전해 내려와서 박쥐를 엄청나게 귀케 여기게 된 것이 아닐까. 착각과 비약은 자유라고 했던가.

　박쥐는 포유동물(짐승)이라서 몸에 털이 부숭부숭 나있다. 짐승의 특징의 하나는 털(hair)을 갖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박쥐는 다른 어느 동물에 비해서 귓바퀴가 무척 크다. 녀석들은 눈이 청맹(靑盲)과니라서 눈으로 보지 못하고 대신 귀로 본다. 세상에는 별 놈들이 다 있다! 그래서 재미나는 세상이 아닌가. 박쥐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초음파(超音波, supersound)를 쏘아서 먹이 감에 부딪쳐서 되돌아오는 소리를 감지하여 잡고, 물론 천적을 피한다거나 장애물을 비켜 갈 때도 같은 작전을 쓴다. 초음파는 20~200킬로헤르츠로 주파수가 하도 높아 우리는 듣지 못한다. 묘하게도 우리는 듣지 못하나 그것을 알아내는 기계(bat detector)는 만들어서 박쥐의 종류를 판별한다고 한다. 그것은 박쥐마다 그들이 내지르는 주파수(소리)가 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데, 똑똑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박쥐에서도 한 수 배우게 된다. 맹인들의 특수 안경이 그것이니 그것을 쓰면 앞에 나타난 물체를 피할 수가 있다. 또 레이더를 만들어서 군사용으로 쓰며, 실제로 실행이 된 것은 아니지만 2차 대전 때 미국에서 박쥐에 고성능 폭탄을 달아 일본에 날려 보내려고 했다고 한다. 터널이나 방공호 같은 굴을 좋아한다는 박쥐 놈의 습성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생물이야기 345] 짐승과 새를 넘나드는 박쥐 (2) : 2001-04-22

　박쥐는 비록 날개를 가졌지만 우리와 다름없는 체온이 따뜻한 온혈동물에다 새끼를 젖 먹여 키우는 포유동물(젖빨이동물, 짐승)이다. 그래서 찬겨울은 온도 차이가 적은 따슨 동굴에서 서로 체온을 나누면서 무리 지어 그렇게 붙어 월동을 하고 있다.

　봄꽃이 흐드러진 사월이 왔다지만 그들은 설 늙은이(그다지 늙지는 않았지만 기질이 매우 노쇠한 사람)처럼 추위를 타는지라 아직도 굴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마냥 여름이 오길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밤 공기가 차가워서 나방이가 흩날리지 않으니 나와봤자 도로(徒勞)인 것임을 박쥐들도 귀신같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쯤이면 한결 바깥이 따뜻해진 것을 알고 가끔 기지개를 펴보기도 하겠지.

　박쥐는 참 특수하게 적응한 동물이라 하겠다. 짐승이면서 날개를 가졌으니 말이다. 포유류이면서도 지느러미를 달고 물 속을 헤매는 고래만큼이나 괴짜 동물이라 하겠다. 아무튼 박쥐는 날개를 가져 비행(飛行)을 하기에 익수류(翼手類)라 하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날개 손 무리」정도가 된다. 앞다리를 쭉 펴면 날개(翼)가 되고 오므리면 손(手)이 된다. 하여, 녀석들은 낮 새를 만나면 『난 새다』, 밤 쥐를 만나면 『요래도 쥐가 아니냐?』라고 우기면서 무리에 끼어 달라고 조를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쨌거나 우리 조상들도 이놈의 형태를 너무나 잘 알았기에, 이리 붙고 저리붙고 하여 반복무상(反覆無常)하게 지조 없이 행동하는 것을 비유하여 「박쥐구실」이라 했고, 낮에는 쥐죽은 듯 방안에 틀어 박혀 있다가 밤만되면 돌아 치는 사람들을 「박쥐족」, 겉으로는 행세를 잘하면서 남 몰래 오입 잘하는 사람을 「박쥐 오입쟁이」, 쥐락 펴락 할 수 있는 서양우산을 「박쥐 우산」이라 불렀다. 얼마나 멋 들어지게 잘 비유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박쥐 날개는 새의 날개와는 사뭇 다른 구조를 한다. 새는 앞다리 그자체에 깃털이 붙어 날개가 되는데 박쥐의 것은 앞다리에서 생긴 얇은 비막(飛膜)이 뒷다리와 꼬리에 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날다람쥐는 날개를 펴고 오므리지 못하기에 비행이 아니라 공기 부력으로 나는 단순한 활공(滑空, gliding)인 것이다.

[생물이야기 344] 짐승과 새를 넘나드는 박쥐 (1) : 2001-04-15

　1966년이면 꽤 오래 전이 아닌가. 극구광음(隙駒光陰), 세월은 흐르는 물같이 빨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덧없이 지나치고 말았다. 물보다 더 빨라 화살 같다는 말이 맞다. 아니다, 로켓이란 말이 더 옳을 듯 하다. 아무튼 필자가 대학원(석사)을 끝내고 오갈곳이 없어서 월급도 못받는 무급조교를 할 때다. 백수건달을 면하고 그나마도 경력을 인정해 줬으니 그 자리를 차지한 것만도 천만 다행이었다. 전화위복이요 새옹지마라고 그 어려웠던 세월이 대학교수가 되는 씨앗이요 거름이 되고 보니 더욱 값진 시간이었던 셈이다.

　「중앙일보」가 주체가 되어서 삼척, 도계에 있는 환선굴(幻仙窟) 탐사를 나갔었다. 사람들이 굴 입구나 들락거렸지 그 험한 저 안 쪽 몇 ㎞까지는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한 미지(암흑)의 세계로 남아 있었으니 그때 환선굴 바로 아래에 있는 대이굴(大耳窟)도 물론 똑같이 처녀성(處女性)을 잃게 되었다. 지금은 개발이 되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하고 있어 「돈 굴」이 되어버렸는데 애석하게 아직 가보지 못하고 있다. 도계역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는데 지금은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있다.

　물론 그 굴 탐사에는 쟁쟁한 산악인들이 동행을 했다. 동굴(洞窟·cave)이란 「산 속의 강」인 것이라 물이 퀄퀄 흘렀고 때문에 여러 생물이 산다. 우리는 이 생물을 채집하는 것이 임무였고, 때는 겨울이었으나 굴속은 견딜 만 했던 기억이 난다. 150여ｍ에 도착했을 때 조그만 한 웅덩이가 있고 그 위 벼랑에 박쥐 떼가 그득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세상은 아는것 만큼 보이는 것이고 언제나 처음 보는 것은 신기한 것이 아닌가. 생물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살생 본능을 태생적으로 갖는 것일까. 와! 하고 탄성을 지르는 순간 냅다 바닥의 돌멩이를 쳐들어 박쥐 무덤에 돌팔매질을 해댔으니 말이다. 찬 물 바닥에 툭 떨어진 몇 마리는 제 잡힐 줄도 모르고 물가로 헤엄을 친다. 잽싸게 들고 간 보자기에 집어넣는데, 본능을 발휘하는 사람이 옆에 또 있었으니 사진 쟁이다. 날개를 펴 벌려줘야 사진을 찍을게 아니겠는가. 눈망울이 말똥말똥한 그 박쥐 놈이 여태 뇌리에 선하다.

[생물이야기 343] 한국산 뱀은 모두합쳐 11종 : 2001-04-08

　이제 뱀(snake) 이야기도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11회면 원고지 55매에 달하는 것이니 꽤 긴 이야기를 이어왔다. 물론 아주 간략하게 정리를 했을 뿐이지만.

　과연 우리 나라에는 몇 가지(종) 뱀이 살고 있을까? 첫 회에 언급했듯이 뱀에 미쳐(좋은 뜻)사셨던 고 백남극(白南極) 선생님이 계셨기에 그나마 이 정도의 뱀 이야기가 가능했다는 것을 다시 밝혀둔다. 이 지구는 하나에 미친(crazy) 사람들이 바꾼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산 뱀은 모두 합쳐봐야 겨우 11종에 지나지 않는다. 열대 우림 지대의 큰 계곡 한 구석에 사는 종(種) 수 보다 못하다. 추운 곳에서 냉혈 동물이 산다는 것은 너무나 고된 일이기에 그렇다. 열대 지방의 뱀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색깔도 현란하다. 나비나 새만 봐도 그렇다.

　국산 뱀을 모두 여기에 써보면, 유혈목이, 대륙유혈목이, 비바리뱀(제주도에만 산다), 실뱀, 능구렁이, 구렁이, 누룩뱀, 무자치, 살모사, 쇠살모사(여기서 「쇠」란 말은 「작다」는 뜻임), 까치살모사 등이다. 잘 모르지만 이 중에서 인간이라는 짐승들의 손 때문에 그 수가 아주 줄어들어서 멸종 직전에 놓인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덧붙여서 도마뱀은 뱀과 아주 가까운 파충류로 백 교수님은 이 분야에도 심혈을 쏟아 「우리의 것」을 밝혀 놓으셨다. 뱀은 그렇다 치고 「도마뱀」이란 말이 꽤 재미있어 보인다. 「도마」란 식칼 질을 할때 밑받침을 하는 나무토막이 아닌가. 도마란 자른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으로, 도마뱀도 잡히면 꼬리를 잘라버리고 도망을 치니 그런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이렇게 제 몸뚱아리를 자르는 것을 자절(自切)이라하는데 도마뱀이 자르는 꼬리의 자리는 유전적으로(태어날 때) 정해져 있어서 반드시 그 자리를 자른다.

　우리 도마뱀(lizard)은 모두 5종이 있으니 아무르장지뱀, 줄장지뱀, 표범장지뱀, 장지뱀, 도마뱀이 그것으로 그 생태가 뱀과 아주 유사하다. 뱀이나 도마뱀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지성사」의 책 「뱀」을 참고하기 바라면서 긴 이야기를 끝맺는다.

[생물이야기 342] 코브라는 경계용 가면 지녀 : 2001-04-01

　뱀도 생물이라서 돌연변이가 많이도 일어나니 언젠가 말했던 흰 뱀에다 머리가 둘이 달린 쌍두사(雙頭蛇)도 생겨난다. 몸뚱어리 하나에 머리 둘이 생긴 것을 쌍두사라 하는 것인데, 너무나 섬뜩한 일이지만 사람에서도 쌍두인(雙頭人)이 더러 생긴다. 두 다리에 머리 둘이 붙은 사람 말이다. 남자아이는 전혀 없고 여자아이만 그렇게 태어나는 수가 있다.

　그건 그렇고, 코브라의 뒤 꼭지에 두 눈이 그려져 있으니 그건 왜 그런가? 물고기 지느러미나 나비, 나방의 날개에도 태극 무늬나 눈(眼)모양의 무늬가 또렷이 그려져 있으니 모두가 속임수다. 그것은 『내가 너를 보고 있으니 접근하지 말 것』이라는 경계(警戒)인 것이다. 인도의 어느 시골지방에서는 숲 속을 갈 때는 사람 얼굴가면(假面)을 뒤통수에 써서 호랑이의 등 쪽 공격을 막는다고 하지 않는가. 어쨌거나 생물은 어느 것이나 제 생존을 위한 작전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고,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도 가면을 뒤집어쓰고 남을 속이면서 살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방안에다 뱀을 키우면서 같이 뒹굴며 뱀을 즐기는 뱀 애호인도 쌔고 쌨다고 한다. 보통 사육상자는 뱀 몸길이의 2/3정도의 직사각형으로 밑바닥은 모래나 자갈, 나무, 나무껍질을 넣고, 신문지나 창호지를 바닥에 깔아서 습기를 흡수토록 한다고 한다. 물론 청소를 일정한 간격으로 해주고 온도관리, 먹이주기 등 신경을 써야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먹이인데 외국에서는 뱀 먹이를 따로 판매를 한다. 뱀은 야행성이라 밤에 먹이를 먹는다고 하고, 살아 있는 개구리 등도 먹이감이 된다. 뱀은 먹이를 단번에 많이 먹고 쉬는 습성이 있으니 여름엔 일주일에 한번, 겨울에는 한달에 한번이면 된다고 한다.

　아무튼 뱀을 키우든 달팽이를 키우든 사육은 취미를 벗어난 하나의 본능에 가까운 행위인 것이니 어린이들에겐 좋은 감성(感性)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에 살아서 닭이나 개나 고양이를 키워보지 못한 채 TV나 컴퓨터에 붙어 본능을 빼앗기고 사는 저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하다. 우리 속에 갇힌 돼지 새끼들이.

[생물이야기 341] 뱀은 신경독 출혈독 2가지 : 2001-03-25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뱀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한다. 어디 뱀이 물고 싶어 무는가. 보통은 제 몸길이의 1/3거리까지 몸을 뻗어 문다는 것을 알면 참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독뱀은 보통 머리가 삼각형을 한다. 그런데 무자치는 위험에 처하면 갑자기 머리 꼴을 삼각형으로 위장을 한다니 일종의 「의태(擬態, mimicry)」인 것이고, 머리 모양이 삼각형이 아닌 유혈목이도 강한 독을 갖는다고 하니 뱀 대가리로 섣불리 독, 무독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아무튼 뱀의 독은 무서운 것이다. 우리 나라 농촌 사람들도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뱀에 희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뱀 독(toxin)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신경에 해를 주는 신경독(神經毒)과 혈관을 망가뜨리는 출혈독(出血毒)이 그것이다. 신경독의 특징을 간단히 보면, 혈압이 떨어지고 두통이 나며 동시에 어지럼증도 생기고 시력과 청력이 약해지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호흡 곤란에 심하면 죽게된다.

　출혈독은 물린 자리가 심하게 아프고 퉁퉁 부풀어올라 부기가 옆으로 퍼져나가고 모세혈관이 녹아서 출혈에다 진물이 많이 난다. 백혈구, 적혈구가 줄어 항균력(抗菌力)이 떨어져 이차 세균감염이 생기고 심하면 내장 출혈이 나서 오줌과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온다.

　뱀에 물리면 제일 먼저 병원으로 가서 항독소(抗毒素, antivenom) 주사를 맞아야 한다. 병원을 가기전에 해야할 일은 먼저 안정하고(흥분하면 혈액 순환이 빨라져서 독이 온 몸으로 퍼진다) 될수록 움직이지 말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처부위를 칼로 잘라 피를 빠는 무지(無知)한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물린 자리에 조금 떨어진 자리를(심장 쪽으로) 끈으로 꽉 묶고(15분간격으로 풀었다가 묶었다 반복함, 피가 너무 오래 안 통하면 조직이 상함) 병원으로 가서 주사를 맞는 것이 제일이다. 주사를 맞고 일주일이면 너끈히 낫는다고 하니 너무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 말 것이다. 먹이를 잡아먹고 자기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뱀독이 무섭기는 무섭다. 때문에 뱀이 있을만한 곳을 들 때는 긴작대기로 휘 휘 저으며 간다.

[생물이야기 340]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8) : 2001-03-18

　뱀은 파충류라서 주로 알을 낳지만 몇 가지는 새끼를 낳으니 앞의 것을 난생(卵生), 뒤의 것을 난태생(卵胎生)이라 한다. 난생은 닭이 알을 낳는 것과 같은 것이나 난태생은 좀 색다른 새끼 낳기라 하겠다. 우리 나라 뱀 중에서도 살모사 무리(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북살모사)는 난태생을 하는데, 어미 몸속(수란관)에서 알이 부화하여 새끼로 태어난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보니 뱀의 배에서 뱀 새끼가 나오고 어미는 새끼 낳느라 맥이 빠져있는 것을 보고, 저 새끼들이 배가 고파 어미를 잡아 먹나보다라고 생각하여 「어미를 먹는 뱀」이라하여 「살모사(殺母蛇)」란 이름이 붙었던 모양이나 아무리 인정머리 없는 뱀이지만 어미를 먹진 않는다. 은혜를 갚진 못하지만 어이 어미를 먹는단 말인가, 어불성(語不成)도 유만부동(類萬不同)이지.

　뱀 알은 달걀(「닭의 알」이 준말) 같이 껍질이 그렇게 딱딱하지 않다. 마냥 질긴 막(膜)이라 보면 되겠는데, 그것도 야문지라 알속의 새끼는 새처럼 부리에 예리한 이빨이 있으니 이를 난치(卵齒)라고 하고 이것으로 알을 깨고 나온다. 다른 동물도 매한가지지만 뱀 새끼들도 같은 시각에 알 막을 뚫고 나오는 동시성(同時性·synchronism)이 있다. 이것은 새끼들끼리 서로 신호(信號·signal)를 보낸다는 증거로, 이미 깰 준비가 다 된 놈도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나온다고 한다.

　뱀은 보통 한 배에 몇 개의 알을 낳을까. 우리 나라 구렁이는 15~20개, 유혈목이는 그보다 많은 15~40까지도 낳는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따뜻한 곳에 알을 낳고 어미는 「양육본능」이 없는지라 그냥 떠나버리지만 모성이 강한 누룩뱀은 알을 모아 서리를 틀고 있다고 한다.

　뱀은 냉혈이라서 부화에 온도를 높여 줄 수가 없어서 다만 지열(地熱)을 이용하지만 구렁이 무리는 두엄에 알을 낳아 그 열을 이용토록 한다. 그래서 농촌의 마당 구석에 두엄이 사라진 것도 구렁이가 줄어든 원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참고로, 난생은 알을 낳는 것이고, 태생은 포유류에서만 보는 것으로 어미의 태반(胎盤)에서 영양 공급을 받는 것이며, 난태생은 단지 모체(母體)에서 깨일 뿐 따로 어미에서 양분의 공급을 받지 않는다.

[생물이야기 339]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7) : 2001-03-11

　뱀이 교활하고 차게 보이는 것은 날름거리는 혀(舌)와 꽉 박혀 움직이지 않고 노려보는 눈(眼) 그것 때문이리라. 혀 바닥을 쏙쏙 내미는 것은 누굴 약 올리는 행위가 아닌가. 물론 겸연쩍고 민망스러울 때도 혀를 살짝 내밀지만. 눈이 자리를 지키고 움직이지 않을 땐 무엇에 골몰하고 있거나 골이 무척 많이 났을 적에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런가하면 너무 자주 눈알을 굴리는 사람도 정나미가 떨어진다.

　뱀의 시력은 그리 좋지 않아서 약 5ｍ정도의 거리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겨우 본다고 한다. 그런데 뱀은 사람처럼 눈알을 덮는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을 수가 없으니 「찬 눈」이라 하는 것인데, 그래도 눈꺼풀 대신에 살갗이 변한 투명한 비늘이 눈동자를 덮어서 보호한다. 눈이 움직이지 않아도 눈동자는 빛의 양에 따라 우리처럼 커졌다 작아지는 조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눈동자(瞳子, pupil)는 두 종류로 야행성(夜行性)은 모두 고양이 눈동자를 닮은 타원형이고 주행성(晝行性)인 놈은 꼴이 둥글다.

　뱀의 눈이 흐리멍덩한 반면에 그 보상(補償)으로 다른 동물에선 볼 수 없는 두 개의 작은 구멍인 피트(pit, 작은 구멍, 「제2의눈」)를 가지고 있어서 열을 감지해낸다. 다른 말로는 적외선(赤外線)탐지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눈과 코 사이에 움푹 파진 틈이 그것인데 0.003℃까지도 구분하는 예민한 기관이다.

　그래서 숲에 숨어있는 토끼나 쥐 같은 온혈동물을 찾아내는 것은 누워 떡 먹기다. 아무리 탱크를 위장술로 숨겨놔도 귀신 같이 찾아 폭격을 하니 바로 열(적외선)추적 장치 때문이 아닌가.

　그러면 뱀의 혀 놀림은 무엇인가. 뱀은 또한 귀가 우둔해서 귀머거리이다. 대신 혀는 매우 예민해서 냄새를 썩 잘 맡아낸다. 혀끝이 둘로 짜개져서 표면적이 넓어졌고 그것을 날름거리면서 묻힌 냄새입자를 입안의 야콥슨 기관(Jacobson organ)에 갖다 대어 곧바로 냄새를 알아낸다. 풀숲에 숨어있는 냉혈동물인 개구리는 피트가 아닌 이 혀로 잡아낸다.

　눈과 귀가 퇴화한 대신 피트와 혓바닥에 의존하여 사는 놈이 뱀이다.

[생물이야기 338]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6) : 2001-03-02

　뱀은 오른쪽 허파만 남고 왼쪽 것은 퇴화되었다고 한다. 허파 하나로 숨을 쉬면서도(1분에 5~10회) 너끈히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아주 커다란 먹이를 먹을 땐 후두(喉頭)를 틀어서 옆으로 비끼게 하여 질식하지 않으니 이것도 뱀의 특성이다.

　그런데 이맘때면 땅굴 속의 뱀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짝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곳에 떼지어 삼동(三冬)을 넘기는 것은 봄에 짝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도 있으니 흩어져 겨울잠을 잤다면 암수가 서로 만나는데 힘(에너지)이 훨씬 더 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생물경제학(生物經濟學)인 것으로 어떻게 하든 집단(集團)내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장치인 것이다. 위아래(hierarchy)를 철저히 지켜 싸움박질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수컷이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암컷에 다가가서 아래턱을 암놈의 꼬리에서 머리까지(등골을 따라)비비면서 턱에서 「쾌락액(快樂液)」을 분비하니 암놈의 교미욕(交尾慾)을 항진(亢進)시킨다. 계속하여 목을 비틀고 꼬리를 감고 요동을 친다. 여느 동물 치고 교이전에 구애동작을 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희한한 일이 아닐수 없다. 흥분된 암놈은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몸통이 파도를 치니 이를 미두파(尾頭波)라 하는 것으로 이것을 알아차린 수놈은 꼬리를 직각으로 굽혀 암컷의 꼬리를 들어올리고 생식기를 삽입한다. 이리하여 수놈은 암놈의 머리를 누르고 짝짓기를 한다. 뱀의 사랑도 사람에 못지 않는다.

　수컷 뱀의 생식기는 특유하다. 음경의 끝이 반으로 짜개져 있어 이를 반음경(半陰莖,hemipenis)이라 하는데 둘 중의 하나를 삽입하고 다른 하나는 딴 암놈에 사용하려고 남겨둔다. 음경에는 가시 돌기가 많이 나 있어서 쉽게 빠지지 않으며, 정액은 생식기의 긴 홈을 따라 내려가 질(膣)에 저장이 되고, 암놈이 땅굴을 나가 먹이를 한껏 먹은 다음에(4~5개월 후에) 알을 만드니 그때서야 정자가 수정에 쓰인다.

　그런데 반음경은 종(種)에 따라 다 달라서 같은 것끼리 궁합(宮合)이 맞는다는 것은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다. 동물을 분류할 때 생식기를 비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생물이야기 337]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5) : 2001-02-23

　아직은 뱀이 굴을 빠져 나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꿈속에는 맛나는 먹이 감이 걸려들 것이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먹을 것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뱀이 먼저 나와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뱀이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것은 개구리이고 다음이 쥐 벌레 새 도마뱀 순서라고 하니 뱀은 육식동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남미(南美)에 사는 세상에서 제일 큰 애너콘다(anaconda) 뱀은 마을에서 키우는 집돼지를 잡아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돼지를 먹은 뱀은 몸이 무거워서 도망을 못가고 쉽게 잡히고 만다나.

　그러면 뱀은 어떻게 먹이를 잡아먹을까. 무엇보다 뱀의 특징은 위아래 턱이 우리처럼 관절(關節)로 되어있지 않고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크게 입을 벌려 아주 큰 먹이도 냉큼 집어 삼킨다. 그리고 독뱀(毒蛇)과 무독뱀이 먹이를 잡는 방법이 다르다. 독뱀은 독니에서 독이 나오기에 먹이를 단방에 물어서 먹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여 먹이를 몸으로 감아 숨통을 조르거나 눌러, 죽여서 먹는다. 먹이를 먹은 뱀은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 체온이 20℃이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뱀도 천적(天敵)이 있다. 다 크면 다르지만 어릴 때는 여러 동물의 공격을 받는다. 독수리 같은 큰 새는 물론이고 닭 공작 부엉이 등 조류에다 멧돼지 고양이 족제비 고슴도치 등의 포유류가 있고 하물며 황소개구리가 뱀을 공격할 정도다. 그러나 뭐니해도 뱀의 최고의 천적은 사람이 아닌가. 사람만 나타나면 남아나는 것이 없으니 인간 등쌀에 모두가 전전긍긍한다. 고약한 동물, 인간 놈들이라고 이(齒)를 갈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래서 뱀은 몸을 또아리로 만들어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 살무사는 냄새나는 황색 액체를 확 뿌리며, 구렁이는 숨을 강하게 밭아 `쉬쉬' 소리를 내며, 코브라는 목을 길게 빼어 머리통을 납작하게 하여서 위협하고, 방울뱀은 꼬리를 흔들어 방울 소리를 내어서 경계(warning)를 보낸다. 그러나 뱀은 절대로 사람을 먼저 물려고 달려들지 않는다. 제몸 길이 보다 더 가까이 왔기에 생명의 위협을 받아 물었을 뿐이다. 정당방위라는 것이니 물려도 뱀을 탓할 일이 못된다.

[생물이야기 336]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4) : 2001-02-16

　세상에 태어나 60년을 넘게 살아온 필자지만 아직 뱀을 내 손으로 잡아본 적이 없다. 생물학을 전공한다는 사람이 말이다. 달팽이 채집을 하다가 바로 눈앞에 똬리를 틀고 있는 살무사 놈에 하도 놀라 엉겁결에 돌로 때려 쳐서(실은 여러 번)죽인 적은 있다. 그리고 나서 곧 벌받아 낭떠러지에 때굴때굴 굴러 떨어져 버렸다. 뱀 죽인 것이 마음에 걸려 발을 헛디디는 마음 여린 사람이다. 부디 살생을 금하라!

　우리도 뱀을 날걸로 먹는 사람이 있다지만 대만(臺灣)에 갔을 적에 야시장(夜市場)에서 젊은 부부가 구렁이 생살을 태연자약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구역질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도 그들의 문화인 이상 탓하고 비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 나라 뱀 집에서는 탕을 해서 비싸게 팔고있지 않는가. 백사(白蛇) 한 마리에 수천만원을 호가한다고 들었다. 과연 그것이 그렇게 효험(效驗)이 있는 것일까. 뱀은 정말로 불로장생(不老長生)하고 그래서 사람 몸에 그리도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허물을 벗고 나오는 것으로 보고 아마도 죽은 놈이 되살아 나는 것으로 착각한 탓이리라. 제 몸 불리려고 하는 짓임을 모르고. 뱀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어디 천년 먹은 이무기가 있단 말인가. 동물원에서 사육한 기록을 봐도 코브라가 29년으로 가장 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훨씬 그 수명이 짧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백지리(흰 뱀)가 몸에 좋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 몸에 생겨야할 색소(色素)가 생기지 못한 속된 말로 병신 뱀이 백지리 아닌가. 흔히 사람에서도 피부가 하얗게 되는 백화증(白化症·albino)이 생기고 백마, 흰토끼, 흰까지, 흰참새 등이 모두 같은 증상인 것이다. 희귀하다는 의미 외에는 아무 것도 다를게 없는 뱀 한마리가 어지간한 집 한채 값이 나간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나 돈 많은 사람들은 못(안)하는 짓이 없는 지라 할 말을 잃는다. 끝으로 백사끼리 교미를 시키면 새끼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열성(劣性)동물이라는 것도 덧붙여둔다.

[생물이야기 335]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3) : 2001-02-09

　뱀도 곤충같이 딱딱한 껍질을 벗어야 덩치가 커진다. 탈피(脫皮)라는 것이다. 사람도 뱀처럼 한 해에 두 세번 허물을 벗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신입구출(新入舊出)의 정신으로 살고 싶다는 말이다. 허긴 사람도 두꺼운 껍질을 벗지는 않지만 때라는 형태로 새 살이 끊임없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뱀의 허물 벗기는 먼저 입술 부위부터 시작한다. 주둥이를 땅바닥에 문질러서 상처를 내고 몸뚱이를 밀어 차례대로 벗기니 다 벗겨진 껍질은 양말(스타킹)을 뒤집어 벗어 놓은 꼴이 된다. 탈피 전 10일쯤이면 밑에는 새 각피(殼皮)가 생기고 헌 껍질 사이이에 기름 성분을 분비하여 쉽게 탈피가 되도록 한다. 빠른 놈은 껍질 벗기가 몇 분(分)안에, 느린 경우는 몇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뱀은 걸리는 다리가 없다. 머리를 제외하곤 온몸이 바닥에 닫기 때문에 다리가 없는 것이 더 유리한 적응(適應)을 한 것으로 본다. 다리가 없어졌기에(처음엔 있었다가) 사막, 강, 호수, 숲 등은 물론이고 좁은 틈새까지 모든 환경에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어갈 때 보면 S자 형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데 역학(力學)적으로도 아주 유리한 운동으로 배 비늘을 이용하여 땅바닥을 밀고 나간다. 하긴 나름대로 모든 생물은 다양하게 특징 있는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는 네 다리 중에서 뒷다리로 설 수 있어서 좋다고 주장을 하듯이.

　뱀은 주변의 온도가 바뀌면 체온이 따라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그러나 무한대로 오르내리지 않는다. 뱀의 체온은 9~38℃(평균25℃)로 기온이 그 이하거나 이상이면 겨울잠(동면)이나 여름잠(하면)을 잔다. 조류나 포유류 같은 정온(항온)동물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키 위해서 아주 추운 겨울이면 더 많은 열량을 배출해야하기에 쉼 없이 게걸스럽게 먹어야하지만 뱀은 바깥 온도에 따라 몸의 체온이 변하기에 열량 소모가 적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그래서 사육(飼育)뱀 중에서 1년을 먹지 않고도 끄떡없이 살아 배긴다고 한다. 우리 인간도 변온 동물이었다면 먹는 걱정 덜 하고도 살수가 있었으련만, 겨울잠도 한껏 잘 수 있어 좋고.

[생물이야기 334]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 (2) : 2001-02-02

　「뱀」이란 말은 「배암」의 준말이 아닌가. 뱀을 논하면서 이 분야를 전공하셨던 白南極(백남극)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뱀과 도마뱀(파충류)을 모두 채집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셨고, 필자와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하고 존경했던 분인데 얼마전 고희(古稀)를 지낸 후에 영면하셨다. 강릉대학에서 퇴임하신 후 지성사에서 「뱀」이란 불후(不朽)의 저서를 저술하셨으니 사람은 훌쩍 떠나버리지만 책은 영원히 남는 것.

　뱀은 화석(化石) 등 여러가지 증상을 추리해 보았을때 중생대 쥐라기에 생겨난 것으로 보는데, 계산을 해보면 지금부터 약 1억 3,500만년전이된다. 아무리 길게 봐도 겨우 100만전에 태어난 사람과 비교가 할 수가 없는 대형(大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런 큰 형님을 징그럽다하고 「에덴의 동산」 사건(?)을 빙자하여 혐오의 대상물로 눈에 띠었다하면 돌팔매질에 꼬챙이로 찌르기까지하니 애궂은 이 동물이 가련타 하지 않을수 없다. 우린 그보다 더하여 생살은 물론이고 탕으로 끓여대니 못된짓을 골라 다하는 것이다. 형님대접을 제대로 해드리도록 하자. 못난 형도 형은 형이니. 상생(相生)은 정치 나부랭이들만이 하는 말이 아니다.

　뱀은 분류학상으로 척추동물, 파충류(reptile), 유린목(有鱗目)에 속한다. 파충류에는 거북이 악어 도마뱀 등이 있지만 뱀은 도마뱀과 아주 가까우며 가늘고 긴 몸통에 작은 비늘이 규칙적으로 무수히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뱀을 분류하는데는 이 비늘의 배열과 머리의 특징을 중시한다. 그런데 뱀의 비늘(scale)과 물고기의 것은 영판 다르다. 물고기의 것은 하나하나 따로 떨어져 있다면 뱀의 것은 피부의 일부로 모두가 서로 붙어있다. 뱀이 벗어 놓은 허물을 봐도 그렇고, 그것으로 만든 혁대나 지갑에서도 그런 점을 알 수가 있다.

　뱀의 배 비늘인 복린(腹鱗)은 이동(운동)에 중요한 몫을 한다. 뱀은 앞으로만 갈수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기왓장 모양으로 배열된 비늘이 모두 뒤로 향하고 있어서 돌담에 끼인 뱀 꼬리를 아무리 잡아 당겨도 끌려 나오지 않는다. 몸통이 토막이 났으면 났지.

[생물이야기 333] 유난히 기다란 몸뚱이에 찬 눈을 가진 뱀(蛇) (1) : 2001-01-26

지난 경진년(庚辰年) 한 해는 꽤나 필자에겐 힘을 실어줬다. 태어나 60년 한 바퀴를 돌아 태생(胎生)의 해를 맞아 그랬다는 것인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땜을 하느라 배를 째는 아픔도 있었다. 인생 한 테를 돌아 살았으니 이제 새 한 살로 마냥 철부지, 「쓸개 빠진 놈」으로 살아 갈 것이다.

　세월은 여류(如流)하여 어느새 뱀의 해(辛巳年)가 훌쩍훌쩍 지나가고 있다. 헌데, 열 두개의 지지(地支), 십이지(十二支)는 누가 어디에 근거를 두고 만들었는지 알 수 없으나 그 동물들을 분류학적으로 따져보니 특이한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자 축 인 묘 진(辰) 사(巳) 오 미 신 유(酉) 술 해」 중에서 한자를 병기한 것만이 조금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 고등한 포유류(哺乳類)다. 진(辰)과 사(巳)는 파충류(爬蟲類)나 용은 상상의 동물이고, 유(酉)는 닭이니 조류다. 한 마디로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순서 없이 늘어놓은 것이 십이진데 포유류와 조류는 정온(온혈)동물이고 파충류는 변온(냉혈)동물이다.

　이 추운 날 밖에 나가보면 박새나 까치(조류)와 들고양이 청설모(포유류) 밖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두 무리만 정온동물이고 나머지 모든 동물은 변온동물이다. 후자(後者)는 이런 추위엔 밖에 얼씬도 못하고 땅 밑이나 지하실 구석에 처박혀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어쨌거나 뱀 역시 냉혈동물(冷血動物)이라서 남쪽을 향한 바위틈이나 고목의 뿌리, 들쥐구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혼자 월동을 하지 않고 여러마리가 떼를 지어 서로 체온을 나누면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으며 가을에 올려놓은 살을 녹여 먹고 있는 것이니 무척 허기(虛飢)에 차 있다. 그러나 독샘(毒腺)에는 진한 독액(毒液)이 그득 차 있어서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봄 뱀을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다. 온기를 느끼는 날에는 재빨리 기어나가 먹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말이다. 허나, 제 놈이 아무리 마음이 바빠도 개구리나 벌레가 나와야 뒤따라 나올 수 있다. 먹을게 없는데 기어 나와봐야 소용이 없다.

[생물이야기 332] 담석은 간, 요석은 콩팥에서 생긴다. (9) : 2001-01-19

　수술 후 3, 4일 경으로 기억한다. 어쩐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올라 눈물을 가누지 못하는 경험을 하였다. 아, 이제 죽지 않고 회생하는 가보다, 그런 감정이 무의식중에 발로한 것으로, 여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죽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내심 걱정을 했던가보다. 집사람도 따라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역시 비슷한 심리상태였던 모양이다. 환자가 괴롭지만 간호하는 사람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기껏 몇 년 생명을 연장한 것인데 그렇게 고마운가 보다. 이제 우리 더욱 착하게 살다가 죽자가 둘이서 나눈 대화의 모두였듯이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나 선하고 착하게 살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하긴 착한 일만 하고 살아도 너무나 짧은 인생이 아니던가.

　사실 필자는 재수가 좋아서 학교 병원에 누워 있으니 마냥 집에 누워있는 듯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은 인턴 레지던트가 없으니 교수(의사)들이 직접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붙여 주었으니 세상에 이런 칙사 대접을 어디에서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바로 병원장 최원진 교수와 채기봉 교수께서 집도하고 치료를 도맡아 하셨다. 두 분은 물론이고 간호과장 손춘희선생 그리고 간호사 여러분께 이자리를 빌려서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들의 치료와 간호가 없었다면 나는 벌써 저승으로 가버렸을 사람이라 생각하면 더욱 여러분들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다. 병원 하면 무조건 두려워하고 기피하며 거부감까지 느껴왔던 필자였으나 이제는 여차하면 병원으로 달려가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마음 여린 환자로 바뀌고 만 것이 어쩌면 가련하다. 그러나 어쩌리, 늙으면 병이 아침 저녁으로 놀러올 것이니 너무 과민하지 말아야하지만 미련한 것도 큰 탈을 만들 수가 있다. 조금 안다고 자기를 과신하는, 식자우환이란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이번 입원에서 병원도 변한다는 것을 느꼈다. 몇 년 전 병원에 늑막염으로 입원을 했을 적엔 환자복 윗도리에 호주머니가 없는데, 강대병원환자복에는 주머니가 있었다.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선, 죽어 입는 수의(壽衣)에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섬뜩한 생각이 들었었는데….(大尾)

[생물이야기 331] 담석은 간, 요석은 콩팥에서 생긴다. (8) : 2001-01-12

새해도 우리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하면서, 앞의 글 어딘 가에도 우황(牛黃) 청심환(淸心丸)이란 말이 나왔다. 우황이 무엇인가. 소의 쓸개나 쓸개관에 생긴 담석을 우황이라고 하는 것으로, 지금은 도살장에서 그것을 골라내고 있겠지만, 옛날에는 우황이 든 소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소도 쓸개나 담관에 돌(담석)이 생기면 너무나 아팠기에 그 통증에 울어애는 소리를 십리 밖에서도 전문가는 알아냈다고 한다. 물론 그 병든 소는 딴 소에 비해서 비싸게 팔려나갔다.

　그리고 앞의 글 어디에서 필자도 엄지손가락 마디 만한 두 개의 큰 담석을 잘라냈다고 했다. 환자의 몸에서 나온 추출물은 병원에 비치해 두는 것이 원칙이라 하여 두 개를 모두 얻지는 못하고, 대학병원의 배려로 그 중 하나를 얻어서 사무실에 두고 오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다. 크기는 물론이고 꼴도 우황청심환을 영판 닮았다.

　만일에 이것을 재료로 하여 청심환을 만들면 「인황(人黃)청심환」인 것이니 얼마나 약효가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담석(gall stone)이나 요석(urolith)모두가 몸 안에 생긴 결석(結石)인데, 크게 콜레스테롤(cholesterol) 성과 탄산칼슘(CaCO₃)성으로 둘 다 긴 세월에 걸쳐서 조금씩 붙어 쌓인 것으로 아주 딱딱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간이나 쓸개에서 생긴 담석(콜레스테롤 성)보다는 콩팥이나 방광에서 생긴 요석(탄산칼슘성)이 훨씬 더 야물고 단단하다. 그런데 날고 기는 현대 과학(의학)도 아직은 이들 결석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다 못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 몸에는 여러 군데에서 결석들이 생기고 있으니 폐에 생기는 진폐(塵肺)도 칼슘 성이고, 뼈 마디마디에도 여기 저기 결석이 생길 수가 있다. 이런 여러 결석이 높은 열을 만나면 광택이 나는 사리(舍利)가 되는 것이다. 식물성 음식만을 먹으면서 심신을 수련하는 스님들의 몸에서, 특히 뼈마디 사이(관절)의 연골이 야물어져서 사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여, 필자의 담석도 60년 넘게 사는 동안 응어리진 고뇌의 심(心)알이었으리라.

[생물이야기 330] 담석은 간, 요석은 콩팥에서 생긴다. (7) : 2001-01-05

　새해도 우리 모두 건강하길 기원하며 글을 잇는다.

　이제야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쓸개주머니와 담과 수술로 쓸개즙을 옆구리로 뽑아 주머니에 모으고 있는 환자의 똥색은 어떤 색일까? 먹은 음식이 쓸개즙을 만나지 못하는 그 사람의 대변에는 황색을 내게 하는 빌리루빈이 섞이지 못하기에 대변은 희뿌연 석회(石灰)색이다. 역으로 똥색이 노랗지 못하면 간이나 쓸개에 이상(異常)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대변이 자장면 색을 띠면 위나 장에 출혈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하지 않는가. 똥이 제 색을 지녀야 건강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간이 탈이 났거나 담관이 막힌 사람은 쓸개즙이 소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온 몸에 돌기 때문에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누르스름하게 변하니 바로 황달(黃疸)이 생긴다. 많아도 탈, 적어도 탈이라고 하듯이 쓸개즙 하나도 제대로, 제 자리로 빠져나갈 때 건강한 것이다. 적혈구가 파괴된 일종의 노폐물이 섞인 쓸개즙이 몸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몸안에 돌고 있는 것은 큰 병인 것이다.

　필자만 해도 눈에는 플라스틱을 박는 백내장(白內障)수술을 했으니 말해서 「개눈」이고 이빨도 일부는 가짜를 박았으니 틀니에다 이제는 쓸개까지 잘라내었으니 얼추 「인조인간」에 가까워져 간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 못하니 사람의 한 평생이 기구타 하겠다. 그러고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희희낙락 살아간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 환갑을 지난 이 나이에 입원을 했다면 위암이거나 창자가 안 좋다는 등 몹쓸 병에 걸리기가 일쑨데, 쓸개 정도 자르는 수술은 약과라고 다들 위로를 한다. 그것도 한 여름이 아닌 가을에 수술을 했으니 얼마나 좋은 철에 잘랐는가. 습도가 높고 후텁지근한 여름 환자는 병이 낫는 속도가 느리고 잘못하면 딴 병이 달려드는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동물 중에서 숫제 쓸개(gall bladder)가 없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나 쥐, 비둘기들이 그렇다고 한다. 이 동물들은 필자처럼 하루 종일 끊임없이 담즙이 줄줄, 술술 창자로 흘러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동물들은 지방(脂肪)을 적게 섭취하는지라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말(馬)을 닮은 필자, 달리기를 잘 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