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3

강원일보 컬럼 : [생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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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 200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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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야기 454] 견문발검, 모기보고 깔을 뽑아 (4) : 2003-07-25

사실 유별나게 모기를 타는 사람이 있다. 같이 있어도 한 사람에게만 모기가 달려드니 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모기에 시달려서 짜증이 나고, 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집사람은 태연하게 코를 골면서 곤하게 잠을 자고 있으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어른보다 어린아이에 모기가 더 달라붙는다. 모기는 건강하여 물질대사가 활발한 사람에게 몰려온다. 응당 내가 건강하여 모기 밥이 된다니 조금은 위로, 위안이 됨직하다.

　모기 눈은 있으나 마나, 모든 자극은 더듬이가 받아들인다. 그저 요리 감일 뿐이다? 모기가 절대로 피 냄새를 맞고 모여드는 것이 아니다. 숨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습기, 땀에서 나는 젖산이나 아미노산, 몸에서 풍기는 체온 등이 모두 자극이 된다. 젖산은 20m 거리에서, 이산화탄소는 10m에서 벌써 모기 놈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것을 찾아 날아간(온)다. 한 생물이 화학물질이 자극이 되어 그 쪽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양성(+)주화성(走化性)이라 하는데, 모기가 전형적인 예가 되겠다. 대사가 활발할수록 위에서 말한 대사산물이 더 많아 나온다. 그러니 몸이 건강한 사람이나 어린아이에게 모기가 달려든다는 말이 옳다.

　그러면 창문을 열어놨을 때 모기는 어느 곳으로 날아들까. 창(문)을 가로로 잘라 삼등분 하여서, 위, 중간, 아래 어느 쪽으로 모기가 날아들겠는가 라는 물음이다. 물론 방에는 사람이 있어서 화학물질을 막 쏟아내고 있다. 몸에서 내는 열이 공기를 데워 위로 올라간다. 따라서 다른 화학물질도 공기의 대류를 타고 위로 올라가 창(문)의 제일 위쪽으로 흘러나가고, 때문에 그것을 알아낸 모기는 창문의 위쪽으로 날아든다. 맞지 않는가? 맞다.

　과학을 조금만 이용해도 편리하고 또 득이 된다. 모기향을 피워 방의 어디다 놓으면 좋을까. 모기향은 제충국(除蟲菊)이라는 식물에서 뽑은 것으로, 특히 신경계에 해롭다. 모기에게 해로운 것이 사람에게 이로울 리가 없다. 그래서 모기향은 책상(코) 밑에 놓지 말고, 머리 위 장롱이나 책장에 올려놓아도 공기를 타고 위로 흘러나가기에 모기가 무서워 근접을 못한다. 꼭 그리하시라. 모기약(독)을 방에 뿌리는 것은 자살행위!

[생물이야기 453] 견문발검 (3) : 2003-07-19

“모기 소리만 하다”는 말은 소리가 매우 작고 약하다는 뜻이라면,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낸다”는 것은 약해도 모여 합치면 큰 힘을 낼 수가 있다는 의미리라. 아무튼 모기가 소리를 낸다. 여름밤에 잠이 들라는 차에 귓가에 앵! 하고 스치듯, 달려 들면서 내는 천둥(?)소리에 온 세포가 쪼그라든다. 잡겠다고 날뛰지만 헛손질에 제 귀때기만 찰싹. 오늘 밤 잠자기는 틀렸다. 왜 이 녀석이 같은 방에 있는 자는 할마씨 한텐 얼씬도 않고 나만 잡아먹으러 드는가. 암놈이라 수놈인 내 피를 먹으러 달려드는 것은 아닐테고. 내 피가 달아서 그럴까?

　어쨌거나 모기는 소리를 낸다. 암놈과 수놈의 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또 종(種) 사이에도 소리가 다르고. 그래서 끼리는 소리를 듣고 짝을 찾곤 하는 것이다. 모기 소리는 날개가 떨어서(진동하여) 낸다. 그런데 보통 날개는 1초(秒)에 250～,500번을 떤다고(흔든다고)하니 믿을 수가 없다. 다른 곤충들도 이와 유사한 날개 떪을 하니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고, 그 횟수에 따라서 소리가 다른 것이다. 과연 우리는 1초에 몇 번 최고로 팔을 흔들 수 있을까. 그대 위대한 모기여! 3mg 짜리, 그 작은놈이 천둥소리를 내다니! 절대로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힘을, 묘술(妙術)을 그대가 가지고 있으매...

　모기는 절대 죽일 놈이거나 나쁜 놈이 아니다. 장구벌레는 미꾸라지 등 물고기의 먹이가 되니 생태계의 먹이그물을 얽어 엮어나가는데 없어선 안 되는 한 코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만도 1,000마리가 넘게 장구벌레를 먹는다고 한다. 성충 모기는 어떤가. 박쥐는 모기나 나방이 없인 살지 못한다.

　딴 이야기지만 박쥐가 모기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언뜻 생각이 떠오른다. `모기눈알요리' 말이다. 중국 계림에 갔을 적이다.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한 접시에 300달러나(?) 한다고 한다. 박쥐가 잡아먹은 모기의 눈알은 소화가 되지 않는다. 박쥐 똥을 모아 체로 거르면 고스란히 눈알이 쏟아져 나오니 그것이 일품요리가 된다. 과연 그 모기눈알을 우리는 소화를 시킬 수가 있을까? 아무렴 한 번 먹어나 봤으면 좋으련만, 언감생심.

[생물이야기 452] 견문발검 (2) : 2003-07-12

　모기는 우리의 큰형이라 했다. 우리가 지구에 나타난 것이 몇 십 만년 전이라면 모기는 벌써 1억 년 전에 탄생하시어 궂은 세파를 다 겪고도 꿋꿋이 살아남으셨으니... 아무리 때려 잡으려들어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모기 파리가 없어지는 날은 곧 지구의 종말일 터. 그들이 득실거린다는 말은 어머니 지구가 건강하다는 뜻이렸다.

　모기는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탈바꿈을 한다. 완전변태를 한다는 말인데, 고인 물에 알을 낳으면 그것이 이틀도 되지 전에 부화(孵化)하여 애벌레인 장구벌레(타악기 장구를 닮아 붙은 이름)가 되고 그것은 1～2주안에 4번의 허물벗기(탈피)를 하여 곧 번데기로 바뀐다. 번데기는 2～3일 지나면 껍질을 벗어 날개를 달고(우화,羽化) 물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성충(成蟲)이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들은 하루 이틀 사이에 떼를 지어 공중에서 짝짓기를 한다! 정자를 받은 암놈은 드디어, 곧바로 피(血)를 찾아 나선다. 피를 빠는 놈은 암놈으로, 피 속의 단백질 성분을 먹어야 알이 성숙하고 발생이 일어나기에 그렇다. 흡혈(吸血)의 대상은 단지 사람만이 아니고 야생동물까지 온혈동물은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않는다. 수놈들은 풀의 즙액을 먹고사는데, 암놈에 비해서 더듬이에 털이 많은 것이 차이고, 주둥이가 살을 뚫을 만큼 발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암놈은 보통 한 달을 살고, 그 동안에 알을 3～7회 낳는다. 한번에 150여 개의 알은 낳으니 모두 합치면 한 마리가 700개가 넘게 알을 낳는다. 꽤 다산 체질이다! 모기의 종류나 기온 등의 차이로 여러 날짜나 숫자가 다 같지 않다.

　그런데 물 속의 장구벌레의 먹이는 세균 등의 미생물이다. 그리고 애벌레와 번데기는 꼬리 끝에 있는 숨관(기관)을 물밖에 내밀어서 숨을 쉰다. 그래서 웅덩이에서 놈들이 노는 것을 보면, 일단 물밑으로 몸을 꼬물꼬물 비틀어 내려 갔다가도 얼마 안 있어서 반드시 물위로 올라서 숨관 끝을 공기 중에 내미는 것을 본다. 그래서 그 웅덩이나 물 고인 항아리에다 석유 몇 방울 떨어뜨리면 장구벌레와 번데기의 숨관이 막혀 죽어버리니 기름 뿌리기가 가장 좋은 모기 방제법이다.

[생물이야기 451] 견문발검 (1) : 2003-07-05

　모기 파리가 기승을 부리는 철이다. 딴 말로 곤충이 제 때를 만난 것이다. 메뚜기도 오뉴월 한 철이라 하지 않던가. 이때 한껏 알을 슬어 새끼를 늘여놔야 이놈 저놈들에게 다 잡혀먹어도, 또 겨울이 와서 이리저리 다치고 얼어죽어도 종자를 남길 수가 있다.

　주로 모기 이야기가 되겠는데, 모기와 파리를 사촌간이라고 한다면 것이 꽤나 괴이하게 들릴 것이다. 어째서 둘이 사촌간일까. 우릴 괴롭히는 `더러운 놈들'이라 통째로 뭉뚱그려 그렇게 부르는 것일까. 단언컨대 그들은 절대로 더러운 존재가 아니다. 우리 인간보다 이 지구에 먼저 온 큰 형님(大兄)이요, 실은 사람보다 그 수가 훨씬 많고, 살지 않는 곳이 없으니 분명 그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요, 우리는 빌붙어 사는 곁다리일 뿐.

　둘은 많이 닮았다. 무엇보다 둘 다 날개가 두 장(한 쌍)이라서 '사촌'이라 부른다. 곤충 하면 몸이 머리, 가슴, 배 세 마디, 다리가 세 쌍에 날개가 두 쌍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들도 곤충이다. 그러나 모기와 파리는 어쩌다가 뒷날개가 퇴화하고 말았다(왜 없어지고 말았는가 하고 물으면 답이 어렵다). 그래서 곤충 분류학자들이 그 점을 알고선 파리목(目)에 둘을 집어넣어 사촌을 만들었다.

　이제 독자들은 모기 파리를 잡아서(나중에 손을 씻으면 됩니다!) 날개가 두 장인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을 것이다. 커다란 똥파리가 더 좋다. 놈을 한 마리 잡아서 날개를 떼어버린다. 땅바닥에서 벌벌 기기도 하고 펄쩍 뛰기도 한다. 그리고 몸을 잡아보면 `삐이'하는 큰소리가 들린다. 날개가 있던 자리를 들여다보면 거기에 하얀 곤봉(棍棒) 꼴을 하는 작은 돌기를 발견할 것이다. 그것이 뒷날개가 퇴화한 흔적이요, 평형간(平衡桿,balancer)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몸의 평형 유지에 필요하다.

　그리고 모기가 손등에 달라붙어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보드라운 살(곳)을 찾는다. 그놈이 피를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반사적으로 때려잡으려 들지 말고 날개가 몇 장인가 확인해보자. 잘 들여다보면 모기나 파리가 얼마 맵시 나는 곤충인지 알게 된다. 세상에 예쁘지 않은 벌레 없더라!

[생물이야기 450]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8) : 2003-06-28

　누군가는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반복)라고 했고, 평화는 전쟁을 위한 잠깐 동안의 휴식이라고 까지 표현하지 않았던가.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세계의 역사는 인간과 병과의 싸움이라 해도 무방하다. 새로운 병이 생겨나서 사람을 죽인 다음에 수그러들고 또 새로운 병이 태어나기를 반복했기에 하는 말이다.

　사람의 얼굴을 얽게 했던 천연두 바이러스는 얼마나 많은 얼굴에(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고 사라졌는가. 코렐라, 페스트 등 수많은 병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지금 말썽부리는 새로 생겨난 신종 병 사스 녀석도 머지 않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신약을 개발하여 병을 잡아버리는 수도 있지만, 저절로 항체가 생겨 병을 이기기도 한다. 보다 다행한 일은 어느 병이나 어느 정도 기승을 부린 다음에 저절로 수그러들고 만다는 점이다.

　그런데 요새는 비행기라는 놈이 있어서 세계가 일일 권에 들어 병도 재빠르게 퍼져나간다. 중국서 생긴 사스가 여기 번쩍 저기 번쩍 하루아침에 전세계에 전파되어 수선을 피우는 것을 보면 `세계화'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것 하나만 봐도 `우물 안 개구리'의 사고 방식을 빨리 버리고 세계화 도전해야 하겠다.

　끝으로 사스라는 병의 특징을 다시 요약해보면, 바이러스가 허파의 폐포(허파꽈리)에 들어가서 5～6일 안에 염증증세를 나타내고, 며칠 후에는 사방으로 염증이 퍼지면서 폐 조직이 부어오른다. 폐포에 액체가 고이고 백혈구 등의 찌꺼기가 차면서 폐포가 깨진다. 하여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에 지장을 받고, 감염된 후 21일이 지나면 충분한 산소가 허파에 들어가지 못해 산소결핍증을 일으키다가 환자는 죽는다.

　폐(허파)는 공기의 산소를 받고 이산화탄소를 내 놓는 호흡기관이다. 산소는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가서 양분을 분해(산화)시켜서 에너지와 열을 내게 하는 것인데, 산소가 부족하면 세포가 그 기능을 잃게 되니... 세포는 죽고 만다. 즉 생명을 잃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사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이겨 낼 수가 있다. 평소에 건강을 잘 지켜서 강한 면역성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이다. 건강제일!

[생물이야기 449]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7) : 2003-06-21

　사스와 감기는 사촌 정도 되기에 사스 이야기에 이렇게 감기가 길게 끄집어 들고 있다. 다같이 공기로 또 접촉하여 옮는 것도 아주 닮았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을 자주 씻어야한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믿으러 들지 않는다. 감기는 공기로 옮는 것이라고 머리에 박혀버려 그렇다. 실은 공기감염과 접촉감염이 반반이다. 어린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은 바로 손에 묻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그 손을 입으로 빨고, 눈을 비비고, 코를 쑤셔대니 바이러스가 쉽게 몸에 들어가서 감기를 자주 일으킨다.(번식한다)

　아이들은 `지혜열'이라 하여 한 번 앓고 나면 더 똑똑해 지듯이 어른도 병 끝에 건강의 고마움을 느끼니 병에 가끔 걸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 병에 대한 항체도 생겨나고... 손을 자주 씻으면 눈병까지 예방하니 말 그대로 일거양득이다. 손과 가장 멀리 지내야할 우리 몸의 부위는 그래서 눈이라고 하는 것.

　사스 이야기로 돌아오자. 사스도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하는 것은 감기와 다름없다. 사스에 걸리지 않겠다고 마스크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유행성감기가 날뛸 때도 입 마개를 하는 것이 옳다. 마스크를 한다고 완전히 예방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능한 적은 양의 바이러스 입자를 흡입(吸入)하겠다는 의미고, 바이러스가 몸에 많이 들어올수록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사스 바이러스가 대변에 묻어 나와서 손에 묻어 전염이 된다고 하니 공중 위생 전반에 신경을 써야하겠다.

　여기에 욕먹을 글을 써야하는 필자의 고통을 독자들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인구(특히 남자)가 증가하면 따라서 전쟁이 났고 그리하여 인구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전쟁 말고도 전염병이 유행하여 역시 인구수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에이즈가 먹을 게 없는 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것이라든지 사스나 특이한 유행성감기 또한 단연 인구밀도가 높은 중국 등지에서 발생하는 것을 예사로 보고 넘길 일이 아니다. 전쟁이나 유행병이 자연적으로 인구 조절을 해왔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에서도 개체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유사한 방법으로 집단의 크기를 조절한다.

[생물이야기 448]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6) : 2003-06-14

　감기에 대해서 조금 더 논하자. 감기바이러스는 코 안 점막에 달라붙기도 하고 기관지에 감염되기도 한다. 어떤 바이러스인가에 따라서 코감기, 목감기 등으로 나뉜다. 코나 기관지건 간에 이것들은 점막 세포를 뚫고 들어가 번식을 하면서 그 세포들을 상하게 한다. 이 다친 세포를 보호하고 또 바이러스를 씻어내 버리기 위해서 점막에서 많은 점액을 분비하니 그것이 콧물이요 가래다.

　사실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눈물이나 침, 콧물, 가래에는 라이소자임(lysozyme)이라는 다른 생물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물질이 섞여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려서 콧물을 흘리고 가래를 뱉는 것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생리적 현상이니 절대로 귀찮아만 할 일이 아니다.

　감기가 고통스런 것은 콧물, 가래를 뱉는 기침만이 아니다. 고열이 나면 맥을 못 춘다. 그러면 높은 열을 내는 것은 어떤 자가치유현상일까. 병에 걸렸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응은 우리 몸을 보호하자고 하는 것임을 알아야한다. 여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잡아먹고(식균) 있던 백혈구가 너무 많은 병원균이 침투해 들어오니 감당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구조요청(sos)을 하기에 이른다. 파이로젠(pyrogen)이라는 발열물질(發熱物質)을 백혈구가 분비하여서 체온을 올리게 한다.(간뇌가 신호를 받고 열을 올림)

　이제 몸이 펄펄 끓기 시작한다! 몸이 노그라지면서 신경질이 늘게된다. 여기서 또 하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열은 사람만 괴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몸 안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더 죽을 맛이다. 뜨거워 쩔쩔 매면서 번식 할 엄두도 못 내고 살기에 급급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 몸에 나는 열의 의미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은 열을 너무 겁내지 말 것이다. 너, 병균 놈들 죽어 봐라하고 지내는 것이 상수다.

　그러나, 어린이는 빨리 열을 잡아줘야 한다. 해열제는 물론이고 몸의 옷을 벗기고, 물로 몸을 닦아주고, 심하면 알코올을 손발에 문질러서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 어린이의 뇌세포(腦細胞)는 열에 아주 약하여 열을 받으면 세포가 다쳐 머리가 나빠지기에 세심한 주의를 해야한다. 부모의 할 일 중에서 가장 제일인 것이 열을 잡아주는 것!

[생물이야기 447]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5) : 2003-06-07

　여기서 우리는 감기(보통감기와 유행성감기)를 한 번 논해도 좋을 듯하다. 이것들 모두가 사스와 같이 RNA바이러스성 병이니까. 쉽게 말해서 보통감기는 철을 구분하지 않고 걸리는 고뿔이라면 유행성감기는 한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놈이다. 여기서 뚱딴지같은 질문 하나, 저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 인들은 감기에 걸릴까? 그곳엔 감기(바이러스)가 없다란 답이 맞다. 바이러스도 제 살기에 좋은 온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사스의 맹위가 조금씩 수그러든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튼 우리 나라의 유행성감기는 한겨울에 날개를 단다. 이 병도 옛날엔 젊은이,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 생명을 잃게 했으나 이젠(면역이 생겨서)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만 치명상을 입힌다. 그런데 그 전해 10월경에 유행성감기 예방접종을 하면 좀 가볍게 넘긴다. 그렇다면 감기에 약이 있단 말이 아닌가. 치료약은 아니고 일종의 예방약인 백신일 뿐이다. 이렇게 감기바이러스는 백신이라도 만들 수가 있지만 고약한 에이즈바이러스는 그것조차도 불가하여 애를 먹인다.

　유행성감기 예방접종은 이런 것이다. 내년에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견하고 그것의 백신(항체)을 만들어서 접종을 하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그것이 들어맞지 않아서, 즉, 다른 바이러스성 감기가 유행하면 백신을 맞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고 어린이나 노약자가 그 백신을 맞는 것이지 성성한 사람은 맞을 필요가 없다. 그만큼 사람이 그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머지 않아서 사스라는 병에 대한 저항력도 생겨날 것이기에 너무 두려워할 병이 못된다는 것도 알아 둘만하다.

　이제 이런 결론도 가능하다. 감기는 바이러스성 병이다. 바이러스를 잡는 약이 아직 없다. 고로 감기 약이란 없다. 맞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감기기만 있으면 약을 먹는 이유는 무엇인가. 감기에 걸리면 건강한 사람은 그냥 견뎌내는 길이 최상이다. 약 일주일 지나면 항체가 생겨 치유되기 때문이다. 감기약이란 해열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이 들어있어서 감기를 좀 가볍게 넘기는 것과 세균의 2차감염을 막자는 것이지... 절대로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 약은 독이 아닌 것이 없는지라...

[생물이야기 446]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4) : 2003-05-31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는 이유는 숙주 세포에 핵산만 살짝 쏟아 넣어버리는 것과 돌연변이를 너무 자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돌연변이란 다름 아니고,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핵산이 바뀌는 것이(염기가 달라지는 것) 주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바이러스와 핵산을 교환하므로 엉뚱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잡을 듯하다가도 그만 놓쳐버린다.

　문제의 사스도 동물에 기생하던 놈이 갑자기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사람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령모개, 변덕이 심한 바이러스가 감기나 에이즈를 일으키는 것을 지금은 별 게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지금의 사스처럼 얼마나 사람들이 두려워했었는지 몰랐다.

　사스의 원인을 좀더 보자. 이 병의 발원지인 중국 광둥성에서, 작년 11월경에 페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을 했으나 어쩐지 약발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폐렴은 세균성이라서 정해진 항생제를 쓰면 단방에 효과를 보는데 어쩐지 이 환자는 듣지 않았다. 그래서 추적을 했더니 엉뚱한 바이러스가 원인임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재빨리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였던들 지금처럼 난리를 피우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만만디에 익숙한 중국 사람들이 그만 시기를 놓치고... 나라 망신까지 당하게 되었다.

　아직은 확실치 않으나 사스는 아마도 돼지가 아니면 오리에 기생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성하여(신종 바이러스가 되어) 사람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고있다. 사실 동물과 동물, 동물과 사람을 넘나드는 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에이즈도 아프리카의 원숭이 한 종이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변성되어 사람에게 들어왔고, 1957～58년에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백만 명이 넘게 희생자를 낸 `아시아 유행성감기'는 오리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돼지에 들어가 거기에서 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됐던 것이다. 그 외에도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 넘어온 것으로 확인 된 여러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장수하고 싶으면 동물과 가까이 하지 말라는 조상들의 말씀에 귀 기울려 봄직하다.

[생물이야기 445]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3) : 2003-05-24

　바이러스를 부를 때는 `입자'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입자 안에 들어있는 핵산에 따라서 DNA바이러스와 RNA바이러스로 나뉜다.(헤르페스 등 일부만 DNA바이러스다) 물론 식물성바이러스(식물에 기생하는 놈들)는 모두가 RNA바이러스고 감기바이러스도 RNA성이고 이야기의 주인공 사스 또한 RNA바이러스다. 핵산 말고도 단백질이 주성분인 겉껍질의 모양이나 크기도 바이러스를 분류하는 기준(열쇠)이 된다.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모양이 개기일식 때 태양의 둘레에 보이는 빛살인 코로나(corona)를 빼 닮았기에 붙인 이름이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물체(세포)에서 번식하는가를 보도록 하자. 사스 바이러스가 사람의 허파에 들어갔다고 치자. 녀석이 허파세포(허파꽈리, 폐포)에 달라붙어서 세포막에 구멍을 내고, 제가 가지고 있는 핵산(RNA)만 세포 안에 쏙 집어넣는다.(단백질 껍질까지 통째로 다 들어가지 않음) RNA는 세포 속의 물질을 이용하여 DNA를 합성하고 그것으로 단백질과 RNA를 만들어서 겉껍질은 단백질이고 안에는 핵산이 든 똑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든다.

　반복하여 여러 개의 바이러스를 합성한 다음에 허파꽈리를 깨뜨리고 나온다. 이때 폐포는 죽게되고 때문에 몸에 열이 나고 폐렴 증상을 보인다. 동시에 기침을 하면 멀리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가 되니 끊임없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간다.

　보다시피 사스 바이러스 역시 가진 것이라고는 핵산(RNA)과 단백질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서 모두 숙주세포(폐포)의 것을 쓴다. 이렇게 `입자'의 수를 늘려가니 이것이 바이러스의 생물적 특성이라 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번식을 하기에 잡기가 어렵다. 즉, 숙주 세포는 전연 다치지 않고 바이러스만 꼬집어 내어 죽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세균의 경우에는 세포 전체가 숙주에 들어가기에 따로 죽일 수가 있으나 바이러스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핵산만 쏙 집어넣으니... 그리고 바이러스는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변성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재빨리 돌연변이를 일으켜버리는 요술쟁이가 바이러스다.

[생물이야기 444]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2) : 2003-05-17

　사스(중증급성호흡증후군 SARS)는 새로 생긴 변종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흡기병이라고 했다. 여기서 변종이란 말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뜻이고, 바이러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이렇게 자꾸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방약이나 치료제를 만들기 어려워서 여태 에이즈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날고 긴다는 현대 의·약학이 그렇게 발달하였는데도 말이다.

　그럼 먼저 바이러스(virus)의 특징을 짚고 넘어가자. 바이러스는 물론 세균(박테리아)보다 훨씬 작고 종류에 따라서는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있으니 이를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 한다. 바이러스는 이리 보면 생물이고 저리 보면 무생물인 요물단지다. 생물적인 특징은 다름 아닌 번식이다. 어디 연필이 또 돌멩이가 그 수를 늘여가던가. 그런데 바이러스는 반드시 생물(식물, 동물, 세균)의 세포 속에 들어가야 번식을 할 수가 있다. 저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다른 생물 세포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몽땅 써서 새끼치기를 하는 완전 기생체다.

　바이러스의 가운데(속)에는 핵산을, 바깥 껍질은 단백질로 구성 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탄수화물이나 지방 등 여러 가지가 빠지고 단지 핵산과 단백질로 되어 있기에 무생물이다.(일부 바이러스는 지방 성분을 갖는 것도 있다.) 살아있는 달걀(생물)을 삶아버린 것(무생물)에 비유가 된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세포니 하는 말은 쓰지 않고 단순히 `입자(粒子 particle)'라고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예를 들어서, “사스는 변종 바이러스 입자가 유발하는 병이다”라고 하면 맞는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는 생물이지만 밖에 있으면 휴면 상태인 무생물인 창조물이다. 생물도 아닌 것이 또 무생물도 아닌 것이.... 어찌하여 사람을 이다지도 괴롭힌단 말인가!

　사람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성 병에는, 보통감기, 유행성감기, 천연두, 허피스(herpes),에이즈 등이고, 다른 동식물에도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기생한다.

[생물이야기 443] 사스는 변종바이러스의 짓 (1) : 2003-05-09

어디서 도깨비처럼 후딱 날아든 바이러스 놈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떠들썩하게 난리를 피우는 것일까? 온 세상의 인심이 흉흉하여 심리적인 공항상태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 너나 내나 죽는 건 겁이 나고 무서운 모양이다. 사실 알고 보면 유행성 감기 정도의 사망률(치사율)을 가진 것인데도 아직 그 병의 원인을 확실히 밝히지 못하고 또 치료법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 처음 보는 신종 병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새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간들이 어찌하여 이것은 그렇게 무서워하고 기피하는 것일까. 실로 새로운 문화 모두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하는데...,

　사스(SARS)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앞 글자를 따 온 말로, 직역하여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라 쓴다. 말 그대로 아주 중증을 일으키는 급성병인데, 호흡기, 특히 허파(폐)를 다치게(부어오르게)하는 병으로 약 7%의 치사율을 보인다고 한다.

　유행성감기에도 제법 익숙해졌고 그 무서운 병인 에이즈도 처음엔 놀라 자빠졌으나 이제는 그 예방법을 알고선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사스도 얼마 후면 원인도 밝혀지고, 치료도 가능할 것이니 너무 호들갑 떨 병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병이 왜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하였을까. 중국이라는 나라는 음식문화는 그렇게 발달하였으나 괴이하게도 배설문화가 형편이 없다. 물론 똥오줌을 거름으로 쓴 것이 우리도 엊그제였으니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똥이 금이 아니었던가. 결코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옛날의 배설물은 전부 논밭으로 되돌아가서 거름으로 재순환(recycling) 되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여 그것이 온통 물을 오염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국은 광동성이 아니더라도 시골에 가보면 돼지까지도 골목과 마당에 굴러다닌다. 특히 광둥성 지방에서는 돼지와 오리, 닭, 개,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산다고 한다. 이런 환경이 사스라는 병을 낳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스는 다른 동물의 바이러스가 변성되어서 사람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본다.

[생물이야기 442]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8) : 2003-05-02

개구리 이야기가 어언간 끝장에 왔다. 뚱딴지같은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으니, ‘황소개구리’를 우리 나라 양서류 목록에 넣는가, 아니면 흘러들어 온 녀석이라 빼 버려야 할까. 소위 말하는 `유입종'을 어떻게 대접해야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죄다 씨를 말리려 모질게 달려들어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황소개구리가 아니던가.

　사실 처음부터 이 땅에 살아온 재래종 생물이 어디 몇이 되는가. 거의 모두가 들어와서 자리 잡은 귀하생물이 아닌가. 위대한 자연(自然)이 “너 여기 살아도 좋다”고 허락이 떨어진 이상 지구에 빌붙어 사는 우리가 대추 놔라 감 놔라 간섭할 계제가 못된다. 어찌 자연이 우리 사람만 못하겠는가. 하여, 황소개구리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우리 개구리'로 대접해야 한다.

　여기 최승호 시인의 글을 따와봤다 : “단일민족이라 하여 모두 무궁화를 노래하고 까치를 예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꽃은 다양하고 까치 말고도 멋진 새도 많다. 귀화생물을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이 땅에서 몰아낼 것인가. 지도를 식별 못하는 생물들이 무슨 국적을 알겠으며, 바다와 대륙을 건너다니는 철새들에게 무슨 국적이 있겠는가? 우리가 지나친 애국심으로 그렇게 미워하며 잡아죽인 황소개구리들도 지금쯤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것이다. 경칩도 지났는데 우물안 개구리 같은 마음에서 벗어납시다”

　정녕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어쩐지 남의 것을 속으로는 끔찍이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싫어하는 척하는 이중성 내지는 용렬함이 유전질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세계화'를 그렇게 외쳐도 소용이 없다. 키워 잡아먹겠다고 들여올 때는 언제며, 잡아죽이려 들 때는 또 언제란 말인가. 자연, 우리의 어머니에게 맡겨두는 것이 상수다. 알아서할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지구에서 사라져버리는, 절멸(絶滅)동물 중에서 양서류가 으뜸이라고 한다. 환경오염에 따라 줄거나 없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저 위 하늘 똥구멍이 뚫려서(오존층이 얇아져서) 강력한 자외선이 내려 쬐어 개구리들이 죽어간다는 외국의 보고가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닐 상 싶다. 의외로 환경변화에 민감한 개구리까지도 신경을 써야할 판이다. 개구리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우리의 친구 개구리 만세!

[생물이야기 441]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7) : 2003-04-25

우리 나라에 나는 양서류는 모두 합쳐봐야 17종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언젠가 말했지 모르지만, 겨우 정글의 거목 한 나무에 살고 있는 양서류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나라는 추운 겨울이 있어서 양서류가 살기엔 너무나 불리한 환경일 뿐만 아니라,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도 아주 싫어하는 곳이다. 적도 근방의 정글은 일년 내내 따스하고, 먹을 게 지천으로 있지 않는가. 아주 더우면 잠깐의 하면(여름 잠,夏眠)이면 족한 그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척박한 환경에서 꿋꿋이 살아주는 우리 양서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해야한다. 화나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도망가버리면 어쩌겠나. 개구리 소리를 못 듣는 험악한 세상이 될까봐서 하는 소리다.

　우리 곁에 사는 양서류를 주섬주섬 섬겨본다. 도롱뇽 4종, 무당개구리 1 종, 두꺼비 2종, 청개구리 2종, 맹꽁이 1종, 개구리 7종, 합해서 17종이 모두다. 여기까지는 주로 청개구리와 개구리를 중심으로 글을 써왔다.

　도롱뇽이 제 이야기도 한 말씀하라고 거든다. 겉 꼴은 도마뱀을 닮았으나, 논 밭가나 냇가의 아주 습기 찬 곳에 살아서 바싹 매 마른 땅에 사는 도마뱀과는 서식처(棲息處) 자체가 아주 다르다.

　도마뱀은 알을 두엄더미에 낳는 반면에 도롱뇽은 논이나 연못의 물에 낳는다. 도마뱀의 알이 새알을 닮았다면 도롱뇽의 것은 한천(寒天) 주머니 속에 염주처럼 들어있다. 개구리 무리는 꼬리가 없기에 모두 무미류(無尾類)이고 오직 도롱뇽만 길다란 꼬리가 있어서 유미류(有尾類)로 분류한다.

　무당개구리도 빠질 수 없다고 거드름을 피운다. 등 짝은 녹색에 가깝지만 배(腹)는 불같이 붉다. 두꺼비도 그렇지만, 특히 무당개구리는 살갗에 독(毒)샘이 많아서 자극을 받으면 독 액을 분비한다. 때문에 알이나 올챙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동물이 잡아먹질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양서류 중에서는 가장 번성하여 전국의 계곡은 물론이고 아주 높은 산자락까지 살고 있다.

　그런데, 책상과 잠수함, 비행기를 빼고는 다 먹는 다는 중국 사람들은 무당개구리도 껍질을 벗겨버리고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하는데, 그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먹새 좋기로 유명 우리도 무당개구리에 도전해 볼 것이다?

[생물이야기 440] 개구리의 보호색 (6) : 2003-04-17

개구리 하면 무엇보다도 `보호색'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말로는 `가림색'이라고 할 수 있는 보호색은 일반적으로 약한 동물이 갖는 장치라면, 눈에 확 띠는 무섭고 두려운 색으로 상대를 얼게 하는 `경계색'을 가진 놈들은 벌 등과 같이 거세고 드센 놈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강자 앞에서 설설기면서 파리처럼 앞다리 살살 비비는 `가림의 인간'이 있다. 어디라고, 약한 자가 기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센바람에는 몸을 굽혀야 꺾이질 않는 법. 기울였을 망정 넘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아무튼 풀밭에 숨어있는 개구리는 잘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흙바닥에 앉아있는 개구리 또한 보호색이라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앞의 녀석은 몸 색이 풀색인데 뒤엣 놈은 흙색이 아닌가. 물론 같은 개구리다. 개구리 살갗에는 색소세포(色素細胞)가 그득 퍼져있고 그 안에는 여러 색소가 들어있다. 세포는 그대로 있고 그 안에 있는 색소들이 모이고(응집) 퍼지면서(확산) 체색이 이리저리 변한다. 흙바닥이나 어두운 곳에 가면 검정 멜라닌(melanin) 색소가 색소세포 속에 확 퍼져버려 온 몸이 거무스름해지고, 그런가하면 밝은 바탕에 들면 멜라닌색소가 가운데로 모여들어 희멀쑥한 색으로 바뀌며, 풀밭에 들면 멜라닌 색소는 숨어버리고 연두색의 색소가 세포 안에 퍼져서 녹색 개구리로 바뀐다. 그 바뀜이 아주 재빠른데, 뇌하수체중엽을 다치게 하면 이런 일이 없어지고 만다.

　그런데 사람은 주변의 바탕 색깔에 맞춰서 몸 색이 바뀌지 않는다. 대신 강한 햇살을 오래 받으면 피부가 검게 탄다. 이것 역시 살갗에 있는 색소세포에 멜라닌이 임시로 생겨나는 현상이다. 물론 더운 지방의 검은 사람들은 유전인자에 멜라닌이 틀어 박혀있어서 색소가 없어지지 않고 피부에 언제나 남아 있지만, 우리는 여름에 검게 탄 얼굴도 시간이 지나면서 멜라닌 색소가 스르르 없어져 버리고 본색(本色)이 다시 돌아온다. 우리의 살갗에 검은 커튼을 치는 것은 자외선을 받아 피부의 세포가 돌연변이(암)를 일으키는 것을 막는 생리현상이다. 자외선은 없어서는 안되지만 넘치면 해로운, 칼날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도마 칼이 감자를 자르지만 잘 못하면 엉뚱하게 내 손가락에 피를 내게 하듯.

[생물이야기 439]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5) : 2003-04-10

개구리들이 짝짓기를 하는 무논으로 들어가 보자. 한 마리의 암놈을 놓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여러 마리의 수놈이 뒤엉켜 바동거리고 있지 않는가. 처절한 힘 겨루기를 하다가 종국엔 완력(주먹심) 좋은 놈이 암놈을 차지한다. 여기서 차지한다는 말은 등뒤에서 암놈을 한껏 껴안는다는 말이다. 암놈의 배가 터지게 눌러대니, 이것은 “나는 사정(射精)할 준비가 되었으니 어서 배란(排卵)을 하라”는 신호다. 즉, 알을 어서 낳아라, 낳아도 좋다는 신호다. 헌데, 개중에는 애통하게도 마냥 암놈을 부둥켜안고 죽어 있는 수놈도 더러 있으매...

　그리고 가만히 보면, 등에 붙어있는 수놈이 아래의 암놈보다 등치가 조금 작다. 어디 개구리수놈이 클 필요가 있는가. 자식을 먹여 살릴 것도 아니고 오직 씨앗만 뿌려주면 되니 덩치가 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식양육에 암수가 같이 애를 쓰는 조류나 포유류는 되레 수놈 등치가 큰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무튼 등짝에 달라붙은 수캐구리는 일부러 뗄라해도 끄떡 않는다. 수놈 개구리는 엄지손가락 아래에 거무튀튀한 살점(돌기,nuptial pad)이 있어서(암놈은 없다, 암수 구별이 그것으로 가능함) 그것으로 몸통을 꽈악 눌러서 찰싹 달라붙어 있기에 그렇다. 암놈에 엉켜 붙은 수놈끼리 서로 밀어내기에 이기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헌데, 개구리가 짝을 지우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들이 교미(交尾)를 하고 있나보다 하고 착각 할 수가 있다. 개구리는 교미기(음경)가 없어서 그냥 그렇게 안고 있을 뿐, 암놈이 알을 낳으면 순간적으로 수놈이 그 위에 정자를 뿌리는 체외수정(體外受精)을 할 따름이다.

　드디어 한 배 새끼가 태어나게 되었다. 올챙이들이 깨여서 함께 떼지어 물장구를 치면서 자란다. 해괴한 일도 다 있다! 여기 올챙이와 옆집 올챙이를 한 데 섞어서 놓아보았더니 어느 새 다시 둘로, 그것들이 제 배끼리 몰려들더라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란 이런 것일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올챙이들! 유전인자가 같은 것끼리 모이니 어떻게 피가 가깝고 먼 것을 올챙이가 알아낸단 말인가. 아무리 섞어놔도 귀신 같이 형제자매를 가려내는 올챙이들!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 것이리라.

[생물이야기 438]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4) : 2003-04-03

어느 생물이나 다 환경의 영향, 지배를 받는다. 자연이나 문화까지도 환경의 산물이 아닌 것이 없다. 그래서 나무에 적응하여 사는 청개구리와 땅바닥에 사는 개구리는 몸의 구조에서도 차이가 난다. 개구리는 모두 앞다리에 발가락이 4개, 뒷다리에 5개가 있다. 땅개구리는 뒷다리에 물갈퀴가 있으나(헤엄을 쳐야하니까) 나무에 주로 사는 청개구리는 거기에 물갈퀴(web)가 없고, 대신 나뭇잎이나 줄기에 잘 달라붙게끔 땅개구리에는 없는, 발가락 끝에 주걱 모양의 발판이 생겨났다. 그래서 나무 둥치는 물론이고 호박잎이나 배춧잎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찰싹찰싹 잘도 달라붙는다.

　아무튼 새 봄을 맞이한 개구리들은 먹이 찾기에 눈이 휘둥그러져 있을 것이다. 지난 가을에 비축했던 기름기는 겨우내 홀랑 다 써버려 배가 훌쭉해졌고 다리의 힘살도 맥 빠져 뜀박질도 뒤뚱뒤뚱 제대로 안 된다. 그래도 살아야하니 눈에 불을 켜고 하늘 위를 노려본다. 개구리는 움직이는 물체라야 덥석 물기에 개구리 낚시를 할 때는 바늘 끝에 벌레를 잡아 꿰어서 풀밭 위를 흔들어댄다. 개구리도 먹이 잡는데 만 정신 팔다가는 어느 새 뱀, 솔개가 달려드니 한시도 곁눈을 팔 수가 없다. 먹고 먹히는 이 한 세상이 험하되 험하구나!

　그런데 아무리 배고프고 힘 다 빠져도 새끼치기는 게을리 못한다. 지난가을 먹을 게 많을 적에 이미 암놈은 알을, 수컷은 정자를 듬뿍 만들어 놓은지라 이제 무논을 찾아 나선다. 건장(健壯)하고 잘 생긴 상대를 만나서 짝짓기를 해야 하기에 말이다. 온 사방에서 씨내리들이 한껏 목청을 드높여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개골! 개골! 개골! 나 이렇게 건강하여 빼난 유전자를 가졌으니... 씨받이들아, 나를 배필로 골라달라는 수놈들의 절규가 개구리의 울음(love song)이 아닌가.

　무슨 수를 부려서라도 제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고 싶어하는 것이 수놈들의 지상의 바램이다. 사람도 그런 점에선 별로 다를 것 없다. 개구리도 암놈은 음치고, 수놈만이 목 밑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오므렸다하면서 떼지어 노래를 불러 제친다. 저 개구리들의 구애(求愛)의 합창이 귀에 거슬리는 사람은 그 소리의 참 뜻을 제대로 모르는 바보 천치다.

[생물이야기 437]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3) : 2003-03-27

`청개구리(tree frog)'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우리 나라에는 단 두 종이 산다. 즉, 한국산 양서류 17종(도롱뇽무리 4종, 개구리무리 13종)중에서 두 종만이 나무에 올라가 산다는 말이다.(물론 배추밭에도 내려옴) 대신 열대지방에서는 80%정도가 나무에 기어올라 산다고 하니, 환경에 따라 양서류의 분포 또한 아주 다르다. 물론 정글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으니 개구리들이 나무로 기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지난 2월 중순에 일주일간 말레이시아를 갔었고, 보르네오 섬에 있는 4000m가 넘는 키나발루산 등반도 하였다. 높은 산이라 기압이 떨어져 호흡에 곤란을 느꼈고, 과자봉지의 공기가 팽창하여 풍선처럼 팽팽해지는 것을 보고 물리학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도 실감하였다. 무엇보다 우거진 `정글'을 걸어본 것도 귀하되 귀한 체험이었다.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있는 곳!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不如一見), 백 번을 들어도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했던가. 울울창창한 나무숲이 장관이었다. 빽빽하게 자리잡은 나무 위에는 이끼류, 지의류는 물론이고 열대 난(蘭) 등 여러 식물이 올라앉아 있어서 개구리도 땅바닥에 있기보다는 나무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식물이 있는 곳에 벌레가 있고... 거기에 개구리가 있다. 그래서 그곳의 개구리는 주로 청개구리 무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여담 하나만 더하자. 기압이 떨어지기에 과자봉지가 풍선이 되었다고 했는데, 사람 몸에서도 예민한 반응이 일어났다. 정상 도전 전날 밤 3300m 근방의 산장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작은 방 하나에 아래 위 침대에 모두 여섯이 잠을 청하는데... 무슨 이런 변괴(變怪)가 있단 말인가. 여섯 사람이 교대로 방귀를 끼어댄다!? 바깥 기압보다 내장의 압력이 높아지니 순대에 고인 공기(방귀)가 그냥 밖으로 밀고 나오는 것이다.

　꼭두새벽, 두 시에 산행을 하기까지 한 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방기(放氣) 만이 아니고, 기압이 떨어지니 골이 띵해지고 신경이 예민하여 너 내 할 것 없이 모두가 뜬눈이다. 내 평생 가장 높은 곳을(비행기 타기를 빼고는) 올라본 것이다. 아쉽게도 그 높은 고도에 개구리가 살고있는지는 확인 못 하고 왔구나.

[생물이야기 436]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2) : 2003-03-20

맞다, 개구리는 양서류(兩棲類)다. 양서류를 `물뭍동물'이라고 불러도 좋다. “물과 땅(水陸) 양쪽에 산다”는 뜻으로, 도롱뇽, 두꺼비,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맹꽁이, 산개구리, 황소개구리가 죄다 양서류다. 이것들은 모두 알을 물에다 낳고 거기에서 알이 깨여서 올챙이가 되고, 복잡한 탈바꿈하여 땅으로 올라와서 살고, 자라서 어른 개구리가 되면 다시 알은 물에다 낳는다.

　물은 생명의 원천(源泉)이라, 우리 사람만 해도 아기집(자궁) 속에서 자랄 때 양수(羊水)라는 물에 푹 잠겨있다. 조금 더 살펴보면, 척추동물 중에서 어류와 양서류는 물에다 산란하고, 파충류와 조류는 껍질 있는 알을 낳고, 포유류는 새끼를 양수에 담궈서 키운다. 다시 말하지만 생명과 물이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모든 동물은 물에서 생명이 생기기 시작하기에 물을 생명수(生命水)라 부른다.

　한겨울로 잠시 되돌아가서, 월동할 때의 개구리의 모습을 얼른 보자. 참개구리는 땅굴 깊은 곳으로 기어 들어가고, 물개구리들은 개울물에서(허파호흡은 전연 하지 않고 피부호흡만 함), 그리고 청개구리는 마냥 몇 켜의 가랑잎 속에 몸을 파묻고 인고의 겨울을 보낸다.

　땅속은 영상이고, 물은 얼지 않으니 좋으나, 낙엽덤불 속의 청개구리 녀석은 그지없이 춥다. 사람은 군불에 이불을 덥고도 추워 야단법석을 떠는데... 청개구리의 살갗은 제 색을 잃어 회갈색으로 바뀌고, 핏줄의 피(血)는 꽝꽝 얼어붙고 사지가 뻣뻣이 굳어져버린다.

　심장과 허파 한 구석에만 피가 돌고 나머지는 땡땡 얼어빠져 냉동 상태! 청상(흡사) 시체가 아닌가? 지금쯤은 그 얼음 피가 스르르 녹아 생기를 되찾고,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벌레 찾아 나서고 있을 것이다. 지독한 목숨들!

　바싹 마르고 꽝꽝 얼어터진 그 청개구리가 생명력을 되찾는 것이 마냥 신기하지 않는가. 얼었을 뿐 세포가 터지지 않았기에 청개구리는 되살아난다. 세포 안에 부동액인 단백질과 지방성분이 그득 들어있었기에 세포막이 찢어지지 않아서 싱싱하게(?) 다시 살아 움직인다.

　동물뿐만 아니라 소나무나 사철나무가 칼 겨울에도 죽지 않는 원리도 같다. 특히 식물세포는 동물보다 더 딱딱한 세포벽을 가지기에 잘 얼어터지지 않는다. 오묘하기 짝이 없는 생물들이다.

[생물이야기 435]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1) : 2003-03-13

지난 3월 6일이 겨울잠을 자던 온갖 벌레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다. 흔히들 개구리 동면 깨는 날을 경칩이라고 하는데, 벌레가 요동치지 않으면 절대로 개구리가 튀어나올 리가 없고, 따라서 뱀이 굴 밖을 나서지 않는다.

　먹이사슬의 순서대로, 벌레가 기어 나오고 그것을 잡아먹고 사는 개구리, 다음에 뱀이 거동을 하게 된다. 뱀이 개구리보다 먼저 나오는 얼토당토 않는 일을 자연계에서는 보기 어렵다. 다 위아래, 전후, 좌우의 순서와 차례가 매겨져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디 동안거(冬安居)를 개구리만 하는가. 곰은 굴속에서 한 잠 푹 자고, 스님들은 한 곳에 틀어박혀 참선을 겨우내 한다. 개구리, 곰, 스님 모두 몸이 수척해지도록 수행하고나 이제 활동을 개시할 철이다. 봄이 그래서 좋다!

　그러나 계절 하나를 건너 뛰어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에는 진눈개비가 내리는 꽃샘추위에다, 이파리 버는 것을 시샘하는 잎샘추위가 버티고 있다.

　하여튼 가을은 산정에서 내려오고, 봄은 남녘 끝에서 올라오는 것이라, 지금 이만 때면 남쪽의 양지 바른 밭 두렁 아래에는 봄나물이 돋아나고, 이르게 꽃을 피우는 잡초들도 더러 있는지라 꽃꿀 따려 봉접(蜂蝶)이 벌써 흩날기 시작했을 것이다.

　봄나물 캐는 아가씨들은 물론 봄타령을 하고 있을 것이고.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봄은 찾아왔다고 아장아장 들로 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 아리랑 타령이 절로 난다, 응 응 응.......응. 호미 들고 밭가는 저 총각의 가슴에도 봄은 찾아 왔다고 피는 끓어 울렁울렁 콧노래도 구성지게 멋 떨어지게 들려온다, 응 응 응......응'

　헌데, 위 제목에서 “옴친다”는 말은 “움츠린다”는 뜻으로,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일을 이루게 하려면 마땅히 그 일을 위하여 준비하고 주선할 시간이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개구리가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라”는 엇비슷한 말도 있다.

　아무튼 풀밭에 숨어있던 개구락지 놈이 사람 발걸음 소리에 놀라 펄쩍 무논으로 뛰어들 때면 빠트리지 않고 찍! 오줌을 발등에 내깔기고 간다. 개구리는 오줌을 함부로 누지 않고 모아뒀다가 위험에 쏟아 부어 천적의 공격을 막는데 쓴다.

[생물이야기 434]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6) : 2003-03-06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가을보리(가을에 씨를 뿌렸으니 `가을보리'라 하고 봄에 뿌린 것이 `봄보리'다)가 잘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우선은 겨울 가뭄이 들지 않으니 좋고, 다음은 보리 뿌리가 얼지 않아 수확량이 는다. 사실 우리가 모르고 지내 그렇지 겨울가뭄이 들어 나무가 많이 말라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겨울에 눈이 많고, 잦으면 보리나 다른 푸나무들이 얼어죽지 않는 것일까. 눈이 오면 그들은 좋아 춤을 춘다. 너무 많이 오면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설해(雪害)를 입는 수도 있지만, 눈으로 이파리나 가지를 덮어버리면 영하 십 몇 도의 칼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눈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는 독자를 위해서 보충 설명을 해보자. 눈이 뒷밭에 수북히 쌓였다. 눈이 온 뒤에는 언제나 춥다. 눈이라는 고체가 녹아 액체로 바뀌면서 냉기(冷氣)를 내 뿜어내기에 기온이 내려간다. 이때 온도계를 들고 나가서 공기의 온도(기온)와 눈 속의 온도를 비교하여 재본다. 눈 속의 온도는 영상일 수가 있는 반면에 바람(기온)은 땡땡 언 영하다. 눈은 영도에서 얼고 영도에 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이 식물들에게 뜨뜻한 이불이요 담요임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같은 밭이지만 밭고랑과 밭두둑의 온도에 차이가 난다. 밭둑은 바람을 맞는 대신 햇볕을 받고, 밭고랑은 응달이지만 바람은 피한다. 그래서 밤과 낮에 따라 이 두 곳도 온도 차이가 많이 나게된다. 이렇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생기는 기후차이를 미기후(微氣候 microclimate)라 한다. 때문에 눈이 내린 날과 칼바람이 부는 날에도 온도 차이가 크게 난다. 아무튼 겨울눈은 풀과 나무에는 금싸라기같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식물도 이 미기후를 잘 이용한다. 겨울 밭에 나가서 냉이나 달맞이꽃들을 잘 관찰해보면, 그놈들이 얼마나 영리한가를 느낀다. 즉 겨울 밭이나 논두렁에서 겨울을 견디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땅바닥에 몸을 바싹 엎드려 달라 붙이고 있다. 이파리들도 차례로 뻗어내고 있어서 위에서 보면 장미 꼴(rosette form)을 한다. 최대한 태양열과 지열(地熱)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제 머잖아 칼 겨울은 가고 따스한 솜털 봄이 올 터이니, 우리도 두 팔 벌려 기지개를 좀 켜보자.

[생물이야기 433]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5) : 2003-02-27

엉뚱한 생각이지만, 이 지구가 한 여름에서 깊은 겨울로, 또 여름으로 왔다갔다, 냉탕 온탕을 반복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 영상 삼십 몇도 올라갔다가 내일은 영하 이십도 내려 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일에 하루에 한 살씩 먹어버리는 일이 벌어진다면? 필자는 한 달 후면 94살이 되어버린다?! 아니다. 며칠 후에 죽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바뀌어 간다는 것이, 기온의 변화나 늙음이나, 얼마나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서서히 기온이 바뀌기에 추위나 더위에 적응을 하는 것이고, 느릿느릿 하루해가 지기에 제 늙는 줄 모르고 산다. 그러나 언뜻, 어느 날 봄이 오고야 말고, 서럽게도 죽음의 날을 맞는다.

　동물은 추워지면 몸에 기름기나 단백질이 쌓인다고 했다. 실은 식물도 그러하다. 그런데 식물은 주로 탄수화물인 당(糖)을 세포에 쌓는다. 이렇게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당을 쌓는 것을 `담금질(hardening)'이라 하는데, `야물어짐'이란 뜻이다. 당금질이 덜 일어난 상태에 갑자기(일찍) 날씨가 추워져서 많은 숲이 죽어나간 예가 독일 등 도처에 있었다. 가을 배추도 그렇고 무도 마찬가지로, 가을이 되면 당이 많이 세포에 축적되어 단맛이 더 나지 않는가. 봄 무와 가을무가 맛이나 향에서 차이가 그래서 난다.

　소나무와 사철나무 등 상록수가 겨울에 얼어죽지 않는 것 또한 이 당금질 덕이다. 물론 당 외에도 여러 가지 지방 물질이나 단백질 성분이 세포에 쌓여서, 그것들이 부동액(不凍液) 역할을 하여서 얼지 않는다. 그리고 식물 세포는 밖에 두껍고 딱딱한 세포벽이 있어서 세포 안의 물이 얼어서 부피가 늘어나도 잘 터지지 않는다. 그리고 소나무 세포에 생기는 얼음은 그 알갱이가 아주 작아서 세포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고. 그런가 하면 사람 등의 동물은 세포막이 얇아서 한 번 얼었다하면 세포가 터져서 버린다. 동상(凍傷)인 것이다.

　덧붙여서 설명을 보충하면, 세포에 여러 물질이 들어있어 농도가 짙어지면 잘 얼지 않는 원리가 겨울 식물을 얼어죽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소금물이나 더러운 물이 덜 어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러면 그렇지, 자식들이 얼어죽지 않으려고 부동액을 세포에 넣어놓고 있었구나!

[생물이야기 432]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4) : 2003-02-20

우리는 여기 저기를 서성거리면서 주변의 겨울을 살펴보고 있다. 자, 여러분, 이제 진달래나 산철쭉에 가까이 가서 그들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가운데 가지 하나를 아프겠다 생각하면서도 과감하게 꺾는다.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면, 여린 가지에 여러 개의 눈(싹)이 붙어 있는 것을 본다.

　그런데 눈에 두 종류가 있지 않는가. 둥그스름하고 커다란 것이 꽃잎을 꼭꼭 다져 말아 넣어놓은 꽃눈(화아 花芽)이다. 그리고 작고 못 생긴 눈은 다음에 새 잎을 만들어 낼 잎눈(엽아 葉芽)이다. 물론 겨울눈 이야기에 목련(木蓮)나무를 당할 자 없다. 지금 당장 봐도 굵직굵직한 엄지손톱만 한 놈이 한 나무 그득 달려있는 것이 꽃눈이다.

　그러나 잎눈은 작아서 멀리서 보아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얼마 안 있으면 소복 입은 여인들, 새하얀 백목련 꽃망울이 화들짝 뜰을 가득 채울 것이다.

　지난 회에 언뜻 말했듯이, 겨울눈이 얼지 않기 위해서 여러 장치를 해놓고 있다. 목련은 보드랍기 짝이 없는 솜털이 꽃눈을 그득 감싸고 있어서 밍크 콩트를 입은 여인을 연상케 할 정도다. 진달래(참꽃)는 여러 겹의 비늘잎이 꽃눈을 포개 싸고 있고, 산철쭉(개꽃)은 끈끈한 진이 나와서 여린 눈들이 얼어터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얘기하고픈 것은 그것들이 어떻게 월동을 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에 피울 꽃망울을 벌써 만들어 놓고 있다는데 있다. 놀랄 일이 아닌가? 금년 봄에 필 꽃을 지난 해 여름에서 시작하여 가을에 완성하고, 겨울에 이렇게 달고 있으니 말이다. 냉기가 가셨다 싶으면 일찌감치 꽃은 피울 목련과 진달래가 아닌가.

　물론 개나리도 산수유도 다 준비완료상태다. 이른봄에 제일 먼저 꽃피는 것들은 모두 다 전 해에 준비를 해 두고 있더라! 유비무환이란 말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과민한 반응 일려나. 꺾은 진달래 가질랑 버리지 말고 물병에다 꽃아 안방에 들여놔 놓자. 머잖아 봄꽃을 피울 터이니... 봄맞이를 가자는 것이다.

　이것들은 이른봄에 이파리가 벌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고, 다음에 배나무나 복숭아나무가 꽃을 만들어 벌기 시작한다. 나무들도 꽃 피우는 시기가 다 다르다는 말이다. 꽃 하나 피우는 데도 다 제 철이 있고 순서가 있다. 참 자연은 신묘(神妙)하지 않는가.

[생물이야기 431] 생물들의 힘든 겨울나기 (1) : 2003-01-23

한 겨울이다. 몹시도 추운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이 있기에 우리는 봄의 따스함을 알게 되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이밥의 참 맛을 아는 것. 겨울이 깊어졌다는 것은 봄이 머리맡에 가까이 오고 있다는 뜻이겠고... 아무튼 겨울은 덥지 않아 좋고, 봄 매화의 짙은 향은 차디찬 겨울을 머금은 탓이리다. 머지 않아 분명 봄의 전령이 달려올 것이니 봄맞이 준비를 하자구나. 꿈과 희망만이 얼음 같이 차고 아린 고통을 참고 견디게 한다.

봄이 올 때까지 이 구석 저 자리를 돌아 치면서 겨울타령을 좀 해볼까 한다. 정말로 겨울이라는 계절, 찬 기온은 생물들에겐 치명적인 환경요인이다. 다른 생물은 물론이지만 우리 사람도 아주 지내기 힘드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특히 늙은이나 병약한 사람들에겐 활동을 제약하는 동절(冬節)이 아닌가.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주변(산이나 들판)에서 어떤 동물들이 칼바람이 부는 이 한겨울에도 활동을 하고 있는가 잘 살펴보자. 우리 집 뒷산에도 까치 떼가 가끔 몰려들고(밭가에 버린 음식물을 찾아든다), 들개와 들고양이에다 들쥐, 청설모, 딱따구리, 뱁새, 박새... 등이 눈에 띤다. 도대체 이것들이 어떤 동물이기에 유독 제 놈들만 추윌 무서워하지 않고 나돌아 친단 말인가. 그렇다. 짐승(포유류)과 새(종류)가 아닌가. 눈을 닦고 봐도 이것들 외에는 뵈는 것이 없다. 그 득실거리던 뭇 벌레들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독야청청(獨也靑靑) 털 난 짐승과 깃털 뒤집어 쓴 새들만이 산야를 서성거리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 이 두 무리만이 정온동물(定溫動物 항온동물)이다. 나머지는 모두가 변온동물(變溫動物 냉혈동물)로, 이것들은 기온이 떨어지면 따라서 체온이 내려가기에 이 추운 날에는 꼼짝달싹 못 한다. 피가 영하로 내려 가버려 얼어 죽어버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좀 따뜻한 땅 속이나 굴에 들어가 겨울을 숨어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온동물인 포유류와 조류는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먹어서 열을 내어 추위를 견디면서, 죽지 못해 산다. 까막까치가 양지 바른 곳 잔디밭을 기웃거리는 것은 가을에 숨겨둔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생물이야기 430]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10) : 2003-01-16

용감한 자 만이 아름다운 짝을 차지한다고 하면 웃을지 모른다. 여기 송사리과에 속하는 열대어 거피(guppy) 수놈의 만용(?)을 보자. 여러마리 거피가 들어있는 큰 어항에 등치 큰 포식자(捕食者, 거피는 피식자가 됨)를 집어 넣어보았다. 그때 피식자(被食者)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다. 반드시(언제나) 몸집이 크고 빛깔이 아주 밝은 대장 놈이 앞으로 나가 포식자와 당당히 맞서더라고 한다. 물론 그러기에 그놈이 대장 짓을 하고, 암놈을 다 차지한다. 아니, 암놈들이 그놈을 따르고 짝으로 선택한다.

　그런데 주변에 암놈을 없애버리고 포식자를 넣었을 때는? 그 대장 거피 놈이 앞으로 나서지 않고 꼬리를 감추고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다고 한다. 보라, 물고기 수놈들은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있지 않는가. 당신은 그럴 자신이 있는가?

　그런데 이런 현상도 재미나는 발견이다. 일부러 유리로 만든 병(관병)에다 등치가 작은 못난이 거피 수놈을 넣고 포식자에게 맞닥뜨려 달려들게 했다. 이것 봐라! 암놈들이 못나도 떳떳한 녀석을 짝으로 삼는다. 암놈은 절대로 비겁한 수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다. 물고기는 언니가 짝을 맺은 수놈 물기를 선호하고, 같은 배의 수놈이 아닌, 먼저 난 수놈을 선택한다.

　암탉도 그렇지 않는가. 학생들도 군대를 갔다온 `오빠'를 배우자로 고른다. 안전하게 자기와 자식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가야 짝으로 삼는 암놈들이다. 아무렴 힘세고, 멋 부리며, 용감한 남성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이 있나.

　의리의 골목의 사나이가 여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런 남자의 유전자를 받은 자식은 힘세고 용감하여 세상살이를 무난히 헤쳐나갈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숭고한 모정이 원앙새 암놈과 별다를 게 없다.

　결론적으로 사람과 다른 생물의 성적 특성이 똑 같다고는 할 수 없으나 닮았다는 것은 부인 할 수가 없다. 남성들의 바람기, 그것은 많은 유전자를 남기겠다는 본능적인 것이고, 여자는 건강한 유전자를 자식에게 남기고 싶어한다. 인간도 동물이라…. 도덕, 윤리, 종교라는 것이 그것을 통제하여 어거하고 있을 뿐이다.

[생물이야기 429]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9) : 2003-01-09

세상에!? 금실 좋기로 이름 난 원앙이 새끼의 40%는 지아비의 피가 아니더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지난 회에 읽었다. 사랑의 상징인 원앙새가 저러니 다른 동물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그러나 다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니 다음 글을 숙독(熟讀), 잘 생각하면서 읽어보시라. 처녀가 애를 낳아도 다 이유와 사정이 있다. 그리고 제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동물들 중에서 멸종 직전에 놓인 여러 동물을 따로 동물원에 잡아넣어서 종 보존을 위해 키워서 새끼를 친다. 제 놈들이 다 죽여 놓고는 이제 와서 바로 그 놈들이 종 보존하겠다고 별의 별 방정을 부리고, 수다 떨고 있는 것을 보면 같잖다는 느낌이 든다. 알다시피 여기서 `같잖은 놈'은 바로 나다. 생각해 보라, 정말로 건방지고 훼방꾼인 사람만 이 지구를 떠나 준다면 얼마나 평화로운 세상이 되겠는가! 물론 끼리도 싸우고 다투고 잡아먹고 먹히고 하겠지만.

　이야기를 이어서, 멸종 눈앞에 놓인 동물을 침팬지라 생각해도 좋다. 그런데 동물원 등에 격리시켜 키워서 씨를 받는 데도 여러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암 놈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접하여 딴 유전형질을 가진 새끼를 낳으므로 종족의 생존값(生存價,adaptive value)을 높이는 것인데, 동물원의 동물들은 정해진 수놈의 정자만 받기 때문에 같은(동일한) 형질의 새끼들만 태어난다. 따라서 어떤 돌림병이 돌거나 예기치 못한 환경 변화에 모두 죽어버리는 일이 생겨난다. 이것저것 여러 정자를 받았다면 총중에는(새끼들 중에는) 그 병이나 환경에 잘 적응하고, 강한 놈이 있어 일부나마 살아남을 수가 있을 터인데 말이지.

　이런 자연원리를 앞의 원앙새 이야기에서도 발견 하였다. 즉 원앙이 암놈이 여러 수놈의 씨를 받으므로 다양한 형질(여러 아비를 닮은)의 새끼들이 태어날 수가 있고, 그래서 불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확률(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그 지혜롭고 현명한, 자식 생각에 투철한 원앙이 암놈을 나무랄 수가 있단 말인가. 이 새에게 돌을 던질 자 나와 보라. 어쨌거나 우리는 원앙이와 침팬지, 고릴라에서 한 수(외도의 본체) 배워야한다.

[생물이야기 428]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8) : 2002-12-26

늙은 대장사자(♂)가 젊은 놈들에게 늘씬하게 맞고 터져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헌데, 여기서 살생이 끝나지 않는다. 새로 대장이 된 수놈이 눈에 불을 켜고 날뛴다. 젖먹이 어린 새끼 사자들을 물어 죽이는 무참한 살상(殺傷)이 계속 된다. 이유인즉, 젖먹이들을 없애버려야 어미(암컷)들이 다시 발정(發情)을 하게되고, 그래야 제 씨를 퍼뜨릴 수가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사람도 수유(授乳), 젖을 먹이는 동안에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 그놈의 씨(유전자)가 뭐기에 이렇게 냉혹하고 무참한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도대체 어미 사자는 왜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일까. 대대로, 언제나 그랬으니 포기하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동물본성은 사자만 가진 것이 아니고, 다른 영장류도 다르지 않게 가지고 있다. 이 영장류에는 불행하게도 사람도 끼어 있으니...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사자와 똑 같은 행동은 아닐 지라도.

　다음은 조금 글의 각도 비틀어서, 동물들의 외도(外道), 오입(誤入), 즉 바른 길을 어기는 문제를 곰곰이 뜯어 살펴보자. 고약한 일이로다. 어째서 사람 말고도 그런 못 된 짓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인간은 왜 엉뚱한 길을 걷고싶어 한단 말인가?

　대부분의 동물들은 암수가 따로 살다가 생식기(발정기)에만 만나 새끼를 치고 헤어져버린다. 암수가 영원히 같이 사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 monogamy)는 주로 새에 많고(특히 오리 무리) 영장류는 약 3%만 가족생활을 한다. 물론 여기에 사람이 끼인다. 그런데 `일부일처'의 삶에도 “노는 계집(사내)과 상종한다”는 문제가 있다. 금실 좋기로 이름 난 원앙새 새끼들의 DNA(유전인자) 검사를 해 보았단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약 40%는 지아비의 유전자와 딴판이었다는 것이다. 허 허, 저런? 즉 어미 암놈 원앙이가 곁 서방질을 했다는 것이다. 어째서, 어쩌다가 상식에 벗어난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미국에 사는, 쥐로선 드물게 가족생활을 하는 집쥐의 일종(Microtus ochrogaster)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가족 생활을 하면서도 제 짝이 아닌 다른 녀석의 유전인자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암놈? 다음 회에 상세히 쓴다.

[생물이야기 427]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7) : 2002-12-19

지난 회에 물고기 한 종이 내시 닮은 어중간한 몸매와 행동(성의태)을 하면서 제 유전자를 심는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읽었다. 그런데 그것은 비길 바 못되는, 경악할 짝 차지하기 수법을 소개를 한다. 아, 짝짓기가 뭐기에 이렇게 까지 머리를 쓸까. 무슨 이런 일이 다 일어난담?!

　미국산 뱀의 일종(red-sided garter snake)의 짝짓기 작전은 기상천외하여서 앞의 `내시 물고기'를 뺨친다. 이 뱀은 교미 때는 암수 여러 마리가 뒤엉켜서 둥그런 큰 공 모양을 하니 이를 교미공(mating ball)이라 한다(다른 뱀도 떼를 짓는다). 그런데 수놈 중에서 16% 정도는 암놈의 탈을 쓰고는 다른 수놈들을 딴 곳으로 꼬드겨 빼내 놓고 제 자리로 달려가서 암놈을 차지한다니 기막힌 작전이 아닌가. 암놈 시늉을 하는 이런 수놈을 `쉬 메일(she-male)'이라 한다. 안팎이 정상적인 수놈이면서도 교미 때는 암놈의 `성페로몬(sex pheromone)'과 똑같은 물질을 뿜어내어 수놈을 홀려 밖으로 끌어낸다고 하니 참 어안이 벙벙해진다. 기막힌 녀석들! 유전자를 많이 남기려는 본능은 모든 생물이 똑 같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한바 있다. 여태 우리는 고사리 꽃식물 곤충 물고기 뱀 등의 치열한 유전자 남기기 기법을 훑어보았다.

　이제는 아주 고등한 동물인 `밀림의 왕자' 사자(leo)의 유전자 전수(傳授), 씨 물려주기를 들여다보자. 호랑이가 외톨이 생활을 하는 독거성(獨居性) 동물이라면, 사자는 할머니에서 손자 대까지 보통 열 대여섯 마리가 한데 모여 사는 가족생활(家族生活)을 한다. 그런데 이 집안의 힘 센 한두 마리의 대장 수놈은 딴 집안에서 들어온 녀석들이다. 어느 집안이나 수놈 새끼가 얼마쯤 자라면 죄다 내쫓아버린다. 근친끼리 피를 섞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떠돌이 생활을 하던 어린 수컷들이 어른이 된다. 때가 온 것이다. 집집마다 기웃거리다가, 이(齒) 빠져버리고, 네 다리 흐느적거리는 늙다리 수컷을 몰아내고 당당히 새 가장(家長)이 된다. 그래서 할머니와 손자, 손녀 사자는 피를 같이 하지만 대장은 엉뚱한 뿌리다. 아무튼 그 과정에 수놈들의 사나운 웨침, 포효(咆哮)에다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우리는 짐작한다.

[생물이야기 426]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6) : 2002-12-12

극락조의 암놈들이 렉(lek)에서 수놈을 골라서 짝짓기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체 암놈의 80%가 수놈 중에서 아주 크고 건강한 한 녀석과 사랑을 하더라는 것이다. 멋쟁이 `성공한 수컷' 한 마리가 암놈의 80%를 차지하였다?! 새들도 뭘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여기서 재미나는 것은 배우자를 고르는데 암놈이 짝의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사람의 경우도 새들의 짝 찾기와 똑 같지는 않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극락조들의 선보기는 완전히 암놈이 결정하는데 반해서 사람은 일부 남자도 `호(好), 불호(不好)'를 할 뿐.

　그러면 못 생기고 밉상인 힘 약한 수컷 새들은 전연 제 DNA를 퍼뜨리지 못할까. 강하고 멋 난 놈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다 제 유전자를 남긴다. 앞의 극락조 이야기에서 20퍼센트의 의미가 아주 큰 것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한 마리의 멋 난 놈이 100퍼센트 암놈을 차지 할 것이나... 약자들도 순간적으로, 강자 몰래 암놈들과 짝짓기를 하니 강자가 모두를 차지하지 못한다. 세상에 100%는 없다? 염소 집단의 못난이들도 대장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교미하고 도망을 친다고 한다. 이삭줍기!

물고기 한 종에서 더 교묘한 수놈의 씨 뿌리기 수법을 보자. 큰입우럭 무리의 일종(bluegill sunfish)의 성의태(性擬態)행위다. 이 물고기의 수컷에는 세 부류가 있어서, ①아주 등치도 크고 몸 색깔도 좋아서 제 영역을 지키면서 여러 암놈을 거느리는 대장 놈, ②첫째 놈의 둘레를 빙빙 돌면서 눈치를 보아 몰래 재빨리 정자를 뿌려버리고 내빼는 놈, ③아주 흥미를 끄는 `성의태'를 부리는 놈이다. 이놈은 첫 번 째의 대장수놈과 암놈들의 중간 크기에다 색깔도 어중간하면서, 되레 암놈 행세를 한다. 암놈과 가까이 지내다가 슬그머니 제 유전자를 뿌린다는 것이다. 대장 놈의 눈에 나지 않고, 암놈들과는 비슷한 꼴이라 거부당하지 않으니... 불알 잃은 남자, 궁중의 내시들의 `성의태'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의 과잉반응일까. 아무튼 교묘하게 `성흉내'를 내어 씨를 뿌리는 물고기, 놀람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생물이야기 425]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5) : 2002-12-05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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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야기 424]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4) : 2002-11-28

앞 회에서, 무성생식인 이분법이나 출아법은 암 수가 관여하는 양성(유성)생식에 비하면 전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좋지 못한 생식방법이라 했다. 아무튼 모든 생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 유전자 남기기에 심혈을 다 기울려 온힘을 쏟아 붓는다. 특히 수놈이 더 적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제 동물들이 실제로 어떻게 짝 찾기를 하는지 보도록 하자. 제일 먼저 나비 한 종류의 사랑이야기를 읽는다. 땅 속에서 겨울을 겨우 보낸 나비번데기는 따뜻한 봄날에, 어머니 땅을 벗어나 꾸물꾸물 위로 기어올라 새로운 탄생을 연다. 겉은 번데기지만 속에는 벌써 다 자란, 수분 촉촉히 젖은 나비 놈이 들어있지 않는가. 날개에다 힘을 북북 주어 띵띵 불은 겉껍질을 찢는다. 되물을 필요 없이 거기에도 태어남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갓 날개를 단, 우화(羽化)한 수놈 나비는 날개 죽지가 마르자마자 언덕바지 양지 바른 곳으로 날아올라 햇볕에 몸을 데우면서 암놈이 깨어나길 기다린다. 그 와중에도 텃세를 부려 다른 수놈이 가까이 오면 내몬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나비가 단 한 번만 짝짓기를 하기에 짝을 고르는데 아주 신중하다고 한다. 뭐니 해도 암수가 서로 건강한 유전인자를 가진 놈을 골라 짝을 맺으려 들고, 짝짓기를 할 때 수놈은 자기 몸무게의 6∼10퍼센트나 되는 정액 덩어리(정포·精包)를 암놈의 자궁에 집어넣는다. ①암놈은 그것을 영양분으로 삼아 튼튼한 알을 만들어 낳고, ②정액에는 산란 촉진물질이 들어있어 재빨리 산란하여 수정토록 하고, ③놀랍게도! 암놈의 성적충동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리하여 딴 놈의 정자를 받지 못하게 한다.

　수놈들이 제 놈의 씨만 더 많이 퍼뜨리려는 욕심스런 메커니즘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모시나비, 사향제비나비 놈들은 한 수 더 뜬다. 반투명한 수놈이 준 정포는 딱딱하게 굳어져서 암놈의 생식관(生殖管)을 틀어 막아버리는 마개(수태낭·受胎囊)가 되어버린다. 정조대라는 기구와 뭐가 다른가! 나비 녀석들의 생식작전에 망연자실(茫然自失)! 암놈의 정절을 강요하는 수놈의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씨 퍼뜨리기! 아연(啞然)할 따름이다. 아이구, 두(頭)야!

[생물이야기 423]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3) : 2002-11-21

그런데 지난 회 이야기에 잘 못 본 것이 있다. “여덟 아홉 열 명의 남성이 한 여성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꼴”이라고 한 말에 모순성이 있어 보인다. 인간 말자들이라면 그런 사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식물은 감히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난소와 정소를 같이 가지고 있는 양성화'는 제꽃가루받이(자가수분)를 하지 않으니 이를 자가불임성(自家不稔性)이라 한다. 즉, 암술 둘레를 싼 제 수술의 꽃가루와는 절대로 자가수정을 피한다.

　우생학(優生學)을 식물이 제 먼저 알고 있다. 아니, 우리가 바로 이런 식물의 특성에서 우생학이 뭔가를 알고, 배운 것이다. 제 꽃의 꽃가루와 수분을 하면, 나쁜 형질의 자손이 생긴다는 것을 식물은 잘 안다. 어느 생물이나 좋지 못한 형질을 결정하는 열성유전자를 갖는 것이라, 자가수정이나 근친결혼을 하면 열성인자의 짝이 생기고, 그래서 잠재되었던 형질이 표현형질로 나타난다.

　그래서 가능한 멀리, 다른 유전자를 가진 짝을 찾으려든다. 그러니 식물의 성생활도 동물과 하나도 다름이 없이, 건강한 인자의 결합을 바라고, 그래야 경쟁자를 이길 수 있으며, 병에 걸리지 않은 튼튼한 후손을 남기려 한다. 아주 먼 형질과 합쳐서 아주 튼튼하고 억센 손을 남기니 이를 우리는 잡종강세(雜種强勢·hybrid vigor)라 하지 않는가.

　그러면 왜 생물들은 ♀(암·비너스의 거울을 상징하는 부호),♂(수·군신-軍神-의 창을 의미함)가 따로 있어 서로 유전자를 섞으러 드는가. 암수의 유전자를 혼합하므로 서로 닮기도 하지만 아주 딴 특성을 가진 후손이 생긴다. 다른 말로는 부모와 다른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손을 가지려 애를 쓴다는 것이고, `변화된 적응'은 다른 말로 하면 진화된 놈이란 말이다.

　하등생물들 중에는 세균처럼 하나가 둘로 잘라져버리는 이분법(二分法)이나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새끼가 되는 출아법(出芽法)으로 번식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복제인간'과 비슷하여 결코 유리한 생식방법이 못된다. 복제인간은 특히 출아법과 다름없는 하등한 것임을 등한시 말 것이고, 무성생식은 하등한 생식방법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구차해도 암수가 만나서 새끼를 치는 유성생식이 으뜸이다.

[생물이야기 422] 수컷은 왜 바람을피우는가 (2) : 2002-11-14

원래는 이 글의 제목이 “왜 수놈들은 바람을 피우는가”였다. 너무 야해 보이고 직설적이라 말을 바꾸었지만 그 말이 그 말이다. 기절초풍할 `번식작전'이 동물계에 수두룩하게 있음을 알게 되겠지만... 식물의 세계도 매한가지다.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은 이파리의 뒤편에 온통 홀씨주머니를 가득 달고 있다. 부지기수(不知其數), 그 수를 알 수가 없을 만큼 많이 만들어서 이 지구를 제 세상, 고사리 세상으로 만들려고 든다. 고사리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을 은화식물(隱花植物,민꽃식물)이라 하는데,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顯花植物,꽃식물)은 더더욱 공개적인 `생식작전'을 구사한다. 점잖은 체면에 꽃이라는 생식기를 백주(白晝), 대낮에 버젓이 줄기 끝에 매달아 뽐내고 있지 않는가.

　식물의 생식기는 색깔이나 모양이 다 다르고, 풍기는 향기도 달라서 그것들을 모아 놓고 황홀하게 즐기는 그들이 바로 사람이다. 꽃이 동물의 생식기라 생각하면 얼마나 혐오스러운가. 동물들은 물건을 몸의 아래(밑) 쪽에 숨겨서 달고 있는데 식물들은 나비나 벌을 유혹하기 위해 몸뚱어리의 제일 꼭대기 벌렁 내놓고 매달아놨다. 동물의 난소에 해당하는 암술을 가운데 놓고 그 둘레에 정소인 수술이 싸고 있으니... “여덟, 아홉, 열 명의 남성이 한 여성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 말은 저 유명한 분류학자 린네가 꽃을 삐딱하게 관찰하여 기록한 것이다. 아니다. 절대로 삐뚤어진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본 것이다. 우리가 선입관과 편견을 가지고 자연을 보고 있을 뿐.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볼 때 제대로 보는 것이다.

　물론 꽃 중에는 위의 것처럼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양성화(兩性花)가 있지만, 한 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단성화(單性花)도 있다. 호박이나 오이, 수세미가 바로 한 그루에 암수 꽃이 따로 피는 예다. 그런데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은행나무나 뽕나무, 삼 등도 꽃도 단성화다.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생물의 다양성(多樣性)'인 것이고, 이것이 곧바로 생물의 특성이다. 하여, 남(타인)과의 차별성을 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남과 다르면 `별난 놈'으로 따돌림을 당할까봐 두려워하는데 단연코 그게 아니다.

[생물이야기 421] 생물의 생식작전이 기막힌다! (1) : 2002-11-07

모든 생물은 자손(새끼)을 많이 남기려 든다. 왜 그런가하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고 말지만, 본능적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후손 남기기에 전력을 막 쏟아 붓는다. 그들의 피 흘리는 투쟁의 모습은 단지 겉면, 그것들의 외피(外皮)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DNA(유전인자)를 남기기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다툼질을 한다. 잘 난놈 못 난놈 할 것 없이, 동식물은 물론이고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매 한가지다. 다투어 삶터를 넓히고, 먹이를 더 많이 얻어서 자손의 수를 늘리자는 것이 생물들의 투쟁사인 것이다. 넓은 터(space)를 가질수록 먹이(meat)를 더 많이 얻고, 그래서 여러 짝(mate)을 얻을 기회가 생겨서 손(유전자)을 많이많이 남길 수가 있게된다. 사람인들 별 수 있는가, 동물의 한 종(種)이고 보면 의당 같은 공식 안에 들고 만다. 인간에겐 돈이 에너지라, 그놈이 있어야 meat를 사고 mate를 얻을 수가 있으니 죽기 살기로 돈에 퉁 때(엽전에 묻은 때)가 올라 오늘도 발버둥을 치고, 궁극적으로는 공간(영역)이 문제가 되니 나리끼리도 터 싸움이 그리도 치열하다.

씨(유전자)를 늘려 퍼뜨리는 방법도 생물에 따라 다 다르다. 세포 한 개 짜리로, 눈에도 안 보이는 세균은 몇 분 안에 둘이 하나로 잘라지는 이분법(二分法)으로, 둘이 또 두 배... 이렇게 기하급수로 개체 수를 증가시킨다. 온도 물 양분만 좋고 충분하면 어느 새 천지가 세균으로 덮일 판이다. 곰팡이가 그렇고, 버섯 하나가 날리는 홀씨(포자)는 과연 몇 개인가. 수 억(億)개가 예사 아니던가. 생물도 아닌 것이 무생물도 아닌 바이러스도 새끼 퍼뜨리기에 있는 힘을 다한다. 바이러스를 생물이 아니라는 것은, 단백질과 핵산(DNA RNA)만으로 구성된, 하나의 입자(粒子 세포단계에 이르지 못함)이기에 하는 말이고, 생물이라 칭하는 것은 그 놈들이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이 사람 저 사람에 옮겨가는 감기 바이러스만 해도 씨 퍼뜨리기에 바쁘다. 생물의 특성에서 아주 귀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번식(繁殖)'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일언지하에 생물들의 사는 목적이 오직 씨를 남기려는데 있다는 것!

[생물이야기 420]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8) : 2002-10-31

코 타령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여덟 번이나 울궈(우려)먹었으니 기름이 다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 만일에 사람 콧구멍이 아래로 뚫리지 않고 반대로 위로 치올라 있다면 어땠을까. 비오는 날에는 고개부터 숙여야할 번했다. 먼지가 푹푹 들어가고...

　농담이고, 코끼리 코는 어찌하여 그다지도 길어 빠진 것일까. 물론 상아(象牙)는 앞니(송곳니가 아님)가 길게 길어진 것이고, 코끼리 코는 윗입술과 코가 붙어(융합)서 길어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놈들의 코는 순수한 코가 아니고 입술과 합쳐져 늘어난 것이란 말이다. 아무튼 그 코를 말아서 물건을 나르고, 들어 올려서 높은 나무의 잎사귀도 따먹고, 다목적용인 코가 되었다. 그런데 잘 보면, 돼지 코도 꽤나 길다란데, 그것도 위 입술과 코가 하나가 되어 있다. 산돼지가 그 튼튼한 코로 칡뿌리를 저돌적(猪突的)으로 파 제친다. 그러나 사람의 코와 상순(上脣)은 따로 놀고, 그 사이의 우묵한 곳(인중, 人中)의 길이가 길수록 오래 산다고 하던가. 입술을 잡아끌어 내려 볼까나, 오래 살게.

　코허리가 시리고 저린 이야기 한 토막. 돈 없고 배고픈 사람이 불고기 집 앞을 지나고 있었다. 콧구멍을 나팔로 열고서는 불고기 냄새를 맡고 있었다. 심보 고약한 주인 놈이 나와보고는 고기 값 내라고 부득부득 졸랐다고 한다. 돈을 내야할까? 비강 점막에 아미노산 분자가 묻어 조금은 흡수된 것은 사실이다. 몇 푼 어치를 먹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흡수하는데 에너지가 더 들기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날아가는 방귀 잡고 시비하는 주인 녀석 놈을, 그냥 코를 비틀어버리고, 세차게 한 대 갈겨 줄 일이다.

　남자의 경우에 코가 크면 `그것'도 크다는 속설이 있지 않는가. 그것이 사실일까. 그것은 과학적으로(통계적으로) 입증된바 없고, 그 작은 피그미족의 그것이 몸집에 비해 아주 크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열대지방에 살고 있어 코가 아주 작은데도. 그런데, 왜 인간들이 키도 훨씬 크고, 몸집도 좋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힘이 셀 것이고, 때문에 먹을 것을 더 많이 모아 온다는 본능적인 것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등치 큰놈들부터 죽어가니, 공룡이 그랬다. 아쉽게도 코 이야기를 여기서 마친다.

[생물이야기 419]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7) : 2002-10-24

누차 말하지만 사람은 눈으로 말을 하지만, 다른 동물은 냄새로 의사소통을 한다. 암캐 한 마리가 발정을 하면 동네 수캐들은 온통 암내를 맡고 달려들고, 호랑이 사자들도 오줌을 여기저기 사방 어귀에 갈겨 놓아 딴 놈들의 접근을 막는다. 물론 다른 녀석들이 그걸 알고 월경(越境)을 하지 않는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개나 호랑이 사자는 어떻게 되는가. 생존은 말할 것도 없고 종족 번식도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냄새를 알아내는 후각기는 그렇게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면서, 코감기에 걸리면 비강이 부어오르고, 게다가 콧물도 많이 흘린다. `눈' 이야기에서 언급을 했지만, 콧물은 순수하게 비강점막에서 분비한 액즙만이 아니고, 항상 눈물이 섞인 `코눈물'인 것이다. 눈에 눈물이 가득 차면, 눈구석에 있는 작은 구멍인 누관(淚管)에 넘쳐 코로 흘러들고, 비루관(鼻淚管)을 타고 코 안으로 들어온다. 한껏 울 때 콧물이 많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훌쩍 훌쩍.

　고뿔에 흘리는 콧물은 점막에서 바이러스를 씻어내는 청소의 의미가 있는 것이니, 너무 예민하여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유수불부(流水不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

　사람도 코로 말을 하는 경우가 쌔고쌨다. 겸연쩍거나 민망한 일을 당하면 혀를 쏙 내밀기도 하지만, 코를 만지작거리는 수가 있고, 생각이 잘 안 나도 코를 만지지 않는가. 야구 코치는 역시 코가 입이다. 말을 하는 대신, 손으로 코를 어느 쪽으로 툭 치느냐, 어느 자리에 갖다 대느냐에 따라 사인(sign)이 달라진다. 젖먹이가 너무 귀여워서 손을 대지 못하고 코로 얼굴을 문질러서 애정을 표시하는 것도 일종의 대화다.

　뉴질랜드에 갔을 적에 원주민, 마오리(Maori)족의 대장과도 코를 맞대는 것으로 첫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따라 높다란 코가 있어 어떻게 입맞춤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던 영화의 여주인공 생각이 떠오른 것은 또 왠일인가.

　코 하나 제대로 가진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나병에 걸려 연골이 다 물러 터져 버린 소록도의 주인공들은 제 코를 가진 사람을 제일 부러워한다.

[생물이야기 418]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6) : 2002-10-17

요새, 듣자니 외국어 발음을 잘 하자고 혀 바닥 아래에 붙어있는 근육을 자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혀가 길어져서 혀 굴림이 잘 되라고 그런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코 수술은 안 하는가. 서양 코쟁이 코를 닮아야 콧소리가 술술 잘 나올 게 아닌가. 서양 바람에 아이들이 다 병신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헌데, 실제로 서양 사람이 우리말을 너무 유창하게 하는 것을 대하면 갑자기 거부감이 생기던데... 부모들이 너무 수다떠는 것이 아닐까.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제 것을 좀 알고 난 다음에 남의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코는 소리의 떨림, 즉 공명(共鳴)에 아주 중요한 몫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코가 컸기에 비음(鼻音)을 그렇게 잘 구사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코 수술 이야기를 했던 것인데, 감기만 걸려도 코 안의 점막이 부어 올라서 비강이 좁아지기에 영판 딴 소리인 코맹맹이 `콧소리'를 낸다. 친구를 지음(知音)이라고 하는데, 하도 가까이 오래 지냈기에 음색(音色)으로 안다는 뜻일 터인데, 감기 걸린 친구는 소리만 듣고는 모른다. 하하, 음색이라, 소리에도 색깔이 있었구나! 관음(觀音)이라, 아하, 소리를 보기도 한다!

　감기 이야기를 조금만 하고 넘어가자. 감기는 모두가 바이러스(virus)가 옮긴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아직은 없다. 그랬다면 에이즈를 벌써 잡았을 게 아닌가. 그런데 어찌 감기약을 사서 먹는 것일까. 결론을 말하면 감기(바이러스)를 잡는 약은 없다. 오직 그 약에는 해열, 진통제가 들었고, 항생제가 있어서 2차 세균 감염을 막는 것이다. 필자는 감기에 걸려도 절대로 약을 먹지 않는다. 푹 쉬어서 몸의 저항력을 키워 줄뿐. 약은 무서운 독이라서 그런다.

　감기 바이러스는 코에 묻어서도 들어온다. 바이러스가 묻은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면 그만 비강점막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어서 세포를 뚫고 들어가 번식을 하면서 세포를 파괴한다. 그래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비누로 자주 씻어야한다. 코 말고도 눈으로도 들어가니, 어른 보다 어린아이들이 자주 감기에 걸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손으로 코를 후비고 눈을 비빈다는 말이다. 감기는 공기로 옮는 것과 손을 통해 접촉 감염되는 확률이 반반(50:50)이다! 꼭 믿어주시라.

[생물이야기 417]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5) : 2002-10-10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을 줄여 말하면, 코는 먼지나 병원균을 거르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허파를 보호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실은 순서가 바뀐 느낌이 든다. 코는 뭐니 해도 냄새를 맡는 후각기(嗅覺器)가 아닌가. 감각기관이 다섯이 있으니, 그것을 오관(五官 눈 코 귀 입 살갗)이라 하고, 그 중의 하나가 코다.

　사람은 주로(90%) 눈이라는 시각기(視覺器)로 판단하고 감각하지만, 다른 동물은 거의 이 예민한 후각기에 의존하여 산다. 개가 그렇지 않는가. 사람이 눈을 잃는 것이나 개가 코를 상하는 것은 다 같이 치명적이다.

　사람도 냄새를 맡지 못하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많을까. 특히 음식의 맛(혀로 느끼는 것과 다른)을 모를 것이고, 몸에 해로운 물질을 구별 못하니 잘 못하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 체루탄이 옆에 터졌는데도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또 암모니아를 운반하는 차가 뒤집어져서 가스가 세차게 새 나올 때는? 부엌에 밥을 안쳐놨는데 그것이 타고 있다면, 아리따운 아가씨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체취를 맡을 수가 없다면...

　아무튼 비강의 안쪽 천장부위에 지름 2㎝ 정도의 후감대(嗅感帶)가 있고, 여기에 수많은 후각신경이 분포해 있어서 냄새를 맡는다. 물론 후각신경은 후각세포와 연결되어 있으며, 보통 60만개 이상의 후세포(嗅細胞)가 분포하고 있고, 후각상피에 녹은 화학물질이 후각세포를 자극하여 대뇌에 연결된 후각신경이 발동하여(흥분전달을 하여) 냄새를 알아낸다. 참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것들이 1만가지 냄새를 구별한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향수나 술을 제조하는 공장에는 냄새를 맡아서, 코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의 코라는 후각기는 아주 예민한 반면에 매우 빨리 피로를 느낀다. 필자도 경험한 일이지만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던 일로, 교실에 들면 아이들이 점심시간 전인데도 벌써 도시락을 까먹어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러면 창문을 열라고 호통을 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야, 이놈들아 춥다”고 문을 닫으라고 야단을 한다. 물론 교실에는 여전히 잡 냄새가 배여 있는 데도 불구하고.

[생물이야기 416]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4) : 2002-10-03

콧구멍으로 들어온 공기는 코청을 경계로 양쪽 비강으로 나뉘어 흘러들고, 다음에는 각 비강의 바깥벽에 세 개의 층으로 된 선반(뚜껑) 모양의 칸막이인 비갑개(鼻甲介)를 지나간다. 열을 전달하는 기구인 라디에이터(radiator) 닮은 구조를 한다고 보면 된다.

　만일에 아주 차가운 공기라면 여기서 데우고, 더운 공기면 식혀서(31∼35℃로 조절)허파에 들어가게 한다. 허파가 너무 차거나 더운 공기를 만나면 다치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가 바로 코라는 말이다. 그리고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비갑개에서 습기를 뿜어내어서 습도를 조절도 하니(75∼85%) 가습기다. 가습기에다 라디에이터 구실을 한다고 하여 제목을 그렇게 뽑은 것이다. 코는 그냥 멋으로 붙여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어째서 코가 커다란 인종이 있는가 하면 아주 작은 코를 가진 종족도 있는 것일까. 앞에서 말한 공기와 온도를 연계시켜 생각하면 해답이 바로 나온다.

　물론 우리네 코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는 `적당한' 코라는 것도 생각에 넣으면 좋다. 자, 그럼 더운 사막지방이나 추운 북쪽의 사람들의 코는 어떤가. 중동 사람들이나 러시아인들의 코가 결코 작은 코가 아니다. 한 곳은 공기가 메마르고 또 딴 곳은 아주 추운 지방이라서 거기에 오래 적응해 온 사람들은 자연히 코가 길고 큰 코주부가 된다. 습도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코라서 그렇다.

　그런가 하면, 열대지방 사람들은 코가 짧고 작다. 습기가 많고 온도가 높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코가 클 필요가 없다. 아하, 코가 납작해지고 우뚝 솟는 것도 다 환경의 탓이었구나! 열대지방에 사는 원숭이들이 어디 코가 큰놈이 있던가.

　조금 더 보태보자. 눈보라 몰아치는 한 겨울에 먼길을 걷는다고 치자. 손발이 시린 것도 그렇지만 코가 얼어서 애를 먹는다. 그래서 마스크를 하거나 손수건을 끄집어내어 코를 막는다. 추위에 숨이 콱콱 막히는 것은 허파에 곧바로 찬 공기가 들기 때문이다. 한편, 더운 여름, 아주 건조한 날에는 물을 코밑에 바르거나 물이 없으면 침을 바르기도 하지 않는가.

　실은 어린아이들의 방에 가습기를 트는 것은 이렇게 코와 허파를 보호하는, 호흡을 편케 하기 위한 것으로, 온도와 습도 조절은 아이의 건강에 필수적인 것이다. 가습기가 없으면 빨래라도 널어주는 것이 옳다.

[생물이야기 415]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3) : 2002-09-26

코를 우리가 손으로 만지는 바깥코(외비·外鼻)와 그 안에 빈 공간인 비강(鼻腔), 그리고 이 비강에 잇닿아 여러 뼈에 뻗쳐있는 부비강(副鼻腔)으로 나눈다. 그리고 비강을 가운데 칸막이가 둘로 나누고 있으니 그 막(膜)을 코청이라 한다.

　송아지가 자라서 뿔이 나기 시작하면 이 막을 뚫어서 쇠코뚜레를 한다. 둥그렇게 구부린, 끝 날이 선 물푸레나무를 살에다 푹 찌르고 된장을 한껏 발라 주던, 송아지가 아파 날뛰던 어린 시절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군상(群像)들 중에도 코를 꾀어야할, 되지 못한 위인들이 수두룩하다. 아무튼 코청이 없었다면 콧구멍이 둘일 필요가 없다. 같잖은 소리를 들었을 적에, “콧구멍이 둘이라 숨을 쉬지”라고 푸! 한숨을 쉬던가. `코털이 세어도' 참지 않을 수가 없는 세상인걸.

　사실 늙으면 머리칼은 물론이고 코 안의 털도 하얗게 변해가고 개수도 늘어만 간다. 그놈의 코털은 왜 나있는 것일까. 내 몸에 필요 없는 것은 정녕 없다. 그 털도 오래 그냥 두면 길어나 구멍 밖으로 머리를 쑥 내미니, 망측스러워 잘라줘야 하고, 손으로 뽑으면 병균이 들어가서 좋지 않으니 삼가는 것이 옳다.

　어쨌거나 코털도 다 필요하니, 숨을 들이실 때 공기와 같이 들어오는 커다란 먼지를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 털에는 미끈한 점액이 묻어 있어서 먼지 알갱이를 잘도 달라 붙인다. 물론 작은 먼지나 병원균은 비강 벽의 진액(津液)에 찰싹 붙고, 이것들이 늘어나서 굳은 덩어리를 만드니 그것이 코딱지가 아닌가. 코딱지 두면 살이 되랴! 이미 그릇된 것은 그냥 둔다고 전처럼 되지 않는 법.

　독자들은 지금, 글읽기를 잠깐 멈추고 숨을 쉬면서, 들이쉬는 숨(들숨)과 내 쉬는 숨(날숨)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자. 어느 쪽이 빠르게 쉬느냐는 것이다. 그렇다, 들숨보다 날숨의 공기 흐름이 빠르다. 다시 말하면 천천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빠르게 내뱉는다는 것이다. 들숨(흡기,吸氣)에는 콧구멍이 오므라들고 날숨(호기,呼氣)에는 구멍이 늘어나고, 그리하여 몸에서 나오는 나쁜 공기를 가능한 멀리 날려보낼 수가 있다. 그래야 깨끗한 새 공기를 얻어 마실 수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여태 무심코 숨쉬기를 해왔다면, “너 자신을 알라!”

[생물이야기 414]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2) : 2002-09-12

　코를 `코빼기' `코쭝배기'라고도 한다. “너 요새 통 코빼기도 안 보이는 구나”하면 연락이 드물었거나 없었다는 말이 아닌가. 하긴 코가 보이면 그 뒤에는 얼굴이 나타날 것이니 말이 된다. 우리 특유의 해학을 이런 데서도 발견한다.

　신체의 일부를 다른 행위에 비유하는 특유한 기술을 우리는 가졌다는 말이다. 으스대고 뽐낼 때 “코가 높다”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면 “코대답한다”고 하며, 세상 인심이 몹시 고약할 때 “눈감으면 코 베어갈 세상”이라 한탄하고, 어떤 일에 시달려 심신이 피곤하면 “코에서 단내 난다”거나 “코털이 센다”고 한다. 그 놈의 코에 얽힌 말이 많기도 하다. 남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면 “콧방귀(코똥)뀐다”고 하던가. `코 묻은 돈'이란 무슨 뜻이더라?

　그리고 코에도 여러 생김과 태가 있어서, 코 등성이가 뾰족한 칼코가 있는가 하면, 펑퍼짐한 빈대코, 올록볼록한 딸기코, 한 쪽으로 들어 누운 뺑코에다 끄트머리가 길게 뻗은 매부리코도 있다. 이 모두가 성형의 대상이다. 야, 코 하나 제대로 생긴 것만도 행운이고, 돈을 듬뿍 번 셈이다.

　그런데 얼굴 위에 솟은 부위는 연골(軟骨)로 되어 있기에 `코를 벨' 수가 있고, 전쟁에서 코와 귀를 잘라가니 귀 또한 코뼈와 같이 물렁뼈다. 물렁뼈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관절(關節) 사이에 들어있는 디스크는 아주 딱딱한 섬유성인데 반해서 코와 귀의 것은 좀 물렁하고 탄력이 있어서 굳이 분류를 한다면 탄성연골(彈性軟骨)이다.

　만일에 코나 귀 뼈가 단단하고 부러져버리는 경골(硬骨)이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겠는가. 누구 하나 제 모양을 가진 코나 귀를 가진 사람이 없을 뻔했다. 조물주는 이런 배려까지 하여서 생명체를 만드셨다! 그리고 하나 더, 베개에는 귀 모양의 구멍이 하나 뽕 뚫려 있을 것이다. 옆으로 누울 때는 귀를 쏘옥 집어넣게끔 말이지.

　여느 연골이던지 연골에는 혈관의 분포가 덜하고, 때문에 피의 흐름이 적고, 단열제에 해당하는 지방 또한 적다. 갑자기 뜨거운 물건에 손이 닫았을 때 제도 모르게(반사적으로) 우리 손이 귀바퀴로 간다. 그 말은 코를 만져도 된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겨울 동상(凍傷)에 이 두 기관이 내놓고 걸린다.

[생물이야기 413] 가습기와 라디에이터 구실을 하는 코 (1) : 2002-09-05

　여러 회에 걸쳐서 눈에 관해 논했다.

　눈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무리가 안 될 만큼 복잡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눈만 봐도 그 사람의 건강, 마음, 지능까지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눈은 미(美)의 핵(核)이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그것을 위장(僞裝)하여 숨길 수도 없는 것이 눈이다. 하여 `마음의 창'을 맑게 닦고, 잘 가꿔나가야 하겠다. 그 비결은 무엇보다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것이고, 글을 많이 읽음이 지름길임을 누차 강조하였다.

　물론 늙은이들은 동심(童心)을 잃지 말아야할 것이고. 필자의 글에 이렇게 늙음의 걱정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건 다 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퇴직 3년을 남겨 둔 사람에게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라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다음에 노화(老化)에 관한 글을 쓸 것을 약속하면서, 몇 차례에 걸쳐서 눈 바로 아래에 붙어있는 코를 들여다본다.

　코는 얼굴의 제일 중앙에 오뚝 솟아 있어서 가장 딴 사람의 눈에 잘 띠는 곳이다.

　이목구비(耳目口鼻),귀 눈 입 코가 균형을 이뤄, 곱게 아우러져야 잘 생긴 얼굴이라 하니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 하니, 코 또한 미추(美醜)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너무 낮아도, 또 높아도 문제요, 펑퍼짐해도, 칼날같이 뾰족해도 미인의 코가 아니다. 그놈의 `적당히'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길의 한복판인 중도(中道)를 걷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 중용(中庸) 말이다.

　여하튼 코에다 칼을 대는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연예인 치고 제 코를 가진 사람이 없고, 한때는 무조건 서양 코를 닮겠다고 높이기만 했었는데, 요새는 어느 유명인의 것과 비슷하게 한다나, 코가 아닌 다른 부위도 온통 깎고 불리니 `인조인간'을 대량생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남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몸의 일부를 바르게 잡아주는 것은 본인의 심리적인 장애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동한다. 단, 부작용이 겁이 날 뿐이다. 수술한 코가 물러앉는다면 어쩌겠는가. 돌팔이에게 우리의 몸을 맡기는 것은 자살과 다름이 없으니....,요, 주의!

[생물이야기 412] 마음의 창문인 눈 (9) : 2002-08-29

인생은 눈뜸으로 시작하여 눈 닫음으로 끝을 맺는다. 눈을 닫지 못하고 죽은 이는 보고픈 사람을 못보고 죽어 그런 것이리라. 내 어머니가 그랬듯이. 기다림의 한으로 살다가 끝까지 보고픈 남편을 못 보고 떠나시다 보니 어찌 눈을 감을 수가 있었을까.

　손으로 감겨드리면 잠깐 뿐, 다시 눈을 뜨시던 내 어머니, 병에 심하게 걸렸거나 명이 얼마 남지 않은 총기 잃은 노인의 눈을 상상해 보라. 눈이란 뇌인 것이라, 이미 뇌 기능이 그렇게 저하되고 만것이다. 아무튼 눈에는 건강이 들어있다! `눈 먼 자식이 효자 노릇하고, 눈이 아무리 밝아도 제 코는 못 본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병신 자식이 효자 노릇하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리고 세상 모두를 잘 보나 바로 눈앞의 코를 못 본다. 등하불명(燈下不明)인 것을 어쩌겠는가. 독자 여러분들께 또 하나 더 물어본다. 우리의 눈으로 얼마나 큰(작은) 것까지 볼 수가 있을까. 공중에 떠다니는 저 많은 먼지 알갱이, 손바닥에 묻은 세균, 냉면 국물에 들어있는 대장균을 우리의 생눈으로는 보지 못하지 않는가. 만일에 우리 눈이 현미경이어서 모든 물체를 지금보다 100배 크게 봤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 눈은 0.1㎜ 이하의 크기는 보지 못한다. 그것이 눈이 한계다. 공중의 먼지가 100배로 크게 보였다면 누구도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콩알만한 것이 둥둥 가득 떠 있으니 말이다. 냉면의 대장균이 올챙이만 했다면 누가 그 면을 먹겠는가. 그것보다 냉면 사리 한 가닥이 동아줄만 하니, 필자가 좋아하는 말, 과유불급(過猶不及)!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기막힌 우리 눈의 구조와 기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눈 하나만도 글을 쓰려면 한이 없다. 끝을 맺어가면서, 여성들이 흔하게 하는 쌍꺼풀 수술 이야기다. 외꺼풀이 우성(優性)이기 때문에 아무리 두 겹으로 만들어도 아이들은 외꺼풀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무 서양문화에 쏠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눈썹에다 잉크(먹물)를 바늘로 집어넣는 일도 서슴없이 한다. 예쁘다면 죽음과 바꿀 사람들! 죽어 눈 두둑이 푹 꺼진 시체의 눈썹 하나는 새까맣게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꼴 좋다.

[생물이야기 411] 마음의 창문인 눈 (8) : 2002-08-22

눈 하나도 이야기 거리가 참 많다. 벌써 8회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양 눈의 윗눈꺼풀 바깥쪽에 큰 눈물샘이 있다. 2∼10초 사이에 한 번씩 눈을 깜박이는데, 이 때마다 눈물샘(누선)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눈알을 원활히 움직이고 또 눈알에 묻는 먼지나 병원균을 모아서 눈곱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 눈물은 단순한 0.9%의 소금물이 아니라는 것. 어디 눈물뿐인가. 우리의 침, 콧물에도 라이소자임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서 다른 병원균을 죽인다. 그래서 필자도 벌레에 물리거나 풀에 비었을 적에도 상처 부위에 침을 발라둔다. 감기에 걸리면 흘리는 콧물도 바이러스를 죽이고 씻어내는 일을 한다. 사람이 만드는 점액이 다른 동물에게는 무서운 독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침 먹은 지네'라고 무서운 지네도 침이라는 독에 맥을 못 춘다. 평상시에도 눈에는 얼마나 많은 병균이 묻어나는지 모른다. 특히 손으로 눈을 비빌 때는 왕창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눈병이 언제나 걸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눈물이 있어 그렇다는 결론이다. 아무튼 우리 몸에서 서로 멀리 있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눈과 손이다. 손을 자주 씻으면 눈병뿐만 아니라 감기도 예방이 되는 것.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잠이 오면 눈을 부빈다. 피곤하면 눈물샘이 잘 열리지 않아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눈 비빔인 것이고, 어른도 눈물이 부족하면 눈알이 뻑뻑함을 느낀다. 거울을 다시 보자. 양 눈의 안쪽 구석을 잘 살펴보자. 붉은 작은 살점이 붙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순막(瞬膜)이라 하는데, 그것은 흔적(퇴화)기간으로 옛날에는 새처럼 눈을 감으면 눈알을 얇은 막이 덮고, 눈을 뜨면 막을 열었으나 지금은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 있다. 거울을 보는 김에 아래 눈꺼풀을 손으로 밖으로 감아서 구석 자리를 보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것이다. 눈물관(누관, 淚管)이라는 것이다. 눈알에 넘치는 눈물은 그 구멍을 타고 코로 흘러 내려가고, 그것이 흘러가는 관을 비루관(鼻淚管)이라 한다. 늙으면 이 누관이나 비루관이 막혀버려 여분의 눈물이 흘러 내려가지 못하니 얼굴로 넘쳐흐르게 된다. 그래서 나와야할 곳에서는 안나오고 나오지 말라는 곳에서 쓸데없이 나온다고 비유를 하는 눈물이다.

[생물이야기 410] 마음의 창문인 눈 (7) : 2002-08-15

사실 필자는 두 눈이 모두 '개 눈'이다. 개 눈 하면 학생들도 모두 놀라서, 눈알이 모두 상해서 만들어 박은 가짜 눈, 의안(義眼) 정도로 생각한다. 그게 아니고, 백내장 수술을 했다는 뜻이다. 당뇨병도 없고 그렇게 늙은 편도 아닌데(1940년 생)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당뇨병인 경우에는 여러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특히 눈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백발백중 백내장(白內障)을 유발한다.

　백내장은 옛날부터 참 흔한 눈병이 아닌가. 눈알 안에는 아주 투명하고 큰 수정체(렌즈)가 있어서 그것이 얇아지고 두꺼워져서 원근조절을 한다.

　그런데, 늙거나 병 때문에 맑고 투명해야할 수정체에 혼탁한 물질(단백질 변성)이 생겨나니 빛이 곧게 투과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난반사를 하게되어 물체의 상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된다. 옛날에는 수정체가 하얗게 굳어져 버려서 "명씨(목화 씨) 박힌다."고 하는데 종국에는 눈을 잃고 만다. 그러나 요샌 의술이 발달하여 입원도 없이 수술을 하고 바로 걸어나온다. 백내장으로 실명하는 일은 없어지고 말았다.

　참 의술이 고맙다. 필자도 그렇지 않았다면 두 눈을 모두 실명하여 바깥 구경은커녕 이미 안방 지킴이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쓸개관(담도)에서 엄지손가락 만한 담석(擔石)을 끌어내고 이어 쓸개까지 떼어버리는 수술을 받았으니 '쓸개 빠진 놈'이 되었다. 의술이 없었다면 벌써 저승에 가 살고 있지 않았겠는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홍채 위를 1cm 정도 레이저로 자르고(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있는 수정체를 녹여 씻어내고 그 자리에다 인공 수정체(투명한 플라스틱)를 끼어 넣으니 이것이 쉽게 말하는 백내장 수술이다. 가짜 수정체를 끼고 다니니 '개 눈'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10 여 년 전에 왼쪽 것을 처음 수술 할 때는 수술이 끝나고 12시간을 넘게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흔들려 끼어 놓은 가짜 수정체가 빠지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금년에 오른 쪽 것을 수술하고선 곧바로 방안을 걸어 다녔으니, 의술의 발달 속도도 아주 빠르다. 어디 빠르지 않은 것이 있어야지, 세월도 너무나 빠르다.

[생물이야기 409] 마음의 창문인 눈 (6) : 2002-08-08

눈동자는 모든 인종이 다 검다고 했다. `눈이 푸른 사람'들은 어디가 푸른 가를 유심히 보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 정답이 있다. 실은 눈동자의 밖을 둘러싸고 있는 홍채(눈조리개)가 푸르거나 갈색이다. 그래서 `그대 갈색 홍채'가 맞는 말이다. `푸른 눈'이 아니라 `푸른 홍채'가 옳은 표현이고. 재미나지 않는가. 자기가 자기의 눈 하나도 무심히 보고, 따져보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느낄 때 말이다.

　이것이 앎의 보람이요 기쁨이 아니겠는가. `너 스스로를 알라'는 말이렸다. 이젠 집토끼의 눈(동자)이 왜 붉은가를 알아볼 차례다. 사람의 눈동자가 검은 것은 망막에 멜라닌이라는 검은 색소가 분포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토끼 놈은 그 검은 색소를 만드는 유전인자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털까지 색이 없는 흰토끼가 되지 않았는가. 돌연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산토끼의 눈은 검고, 털 색깔도 회색이 아닌가. 그러면 백인들은 왜 백인이란 말인가. 몸에도, 또 털에도 멜라닌 색소가 거의 없거나 적어서 그런 것이니 그들은 흰토끼와 가까운 것이다. 돌연변이종인 집토끼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야생종인 산토끼가 되고 싶은가, 독자 여러분은? 백인들은 홍채에 검은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여 푸르스름한 색은 띈다는 것도 알야하 한다. 그런데, 왜 서양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쓴단 말인가. `제 것이 좋은 것이야'란 말이 분명 맞는 말이다. 눈동자(동공,瞳孔)야 말로 정녕 `마음의 창'인 셈이다. 그것을 통해 빛이 들어가고 그것이 뒤의 망막에 상(像)을 맺게 하니 말이다. 동공을 영어로는 학생이란 뜻인 `pupil'이라 하는 것도 다른 의미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학생의 상징이다.

　눈동자의 밖을 홍채가 둘러있다. 그 홍채의 구조나 색상이 사람마다 다 달라서 그 특징을 입력하여 서로 특징이 맞아야 자물쇠가 열리도록 하는데 까지 과학이 발달하였다. 누구나 다 지문(指紋)이 다른 것을 이용하여 열쇠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자기의 홍채를 거울 속에서 세밀하게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가 난다. 마냥 미끈한 홍채가 아니지 않는가.

[생물이야기 408] 마음의 창문인 눈 (5) : 2002-08-01

눈가에 색칠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알을 잠깐 논해야 한다. 눈을 보면 제일 가운데에 눈동자가, 그 둘레에 인종마다 조금씩 다른 색을 띠는 홍채(紅彩,눈조리개)가 있고, 그 밖에 흰자위(공막)가 있다. 크게 보아 눈알의 가운데에 색깔이 있고 밖에 흰색이란 말이다. 그 흰색 밖에다 검은 색을 칠했다면 훨씬 눈이 돋보이게 된다. 그래서 눈알 둘레에 색을 칠하고 게다가 바로 속눈썹 가상사리에 진하게 그리며, 또 `솔잎'까지 붙여서 더더욱 눈이 상대방에게 확 떠 보이게 하는 것이 눈 화장이다. 어디 그걸로 끝나는가. 저 위에 있는 눈썹에도 치장을 하니 눈이 예쁘게 보이게 된다. 물론 입술에 붉은 연지를 바르는 것은 입술을 건강하게 보이게 하여, 나는 건강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여자 화장을 일일이 집고 넘어가는데 만도 엄청난 시간이 든다.

　눈에 시간과 돈을 드리는 이유를 간단히 집어보았다. 그 화장도 교양과 지위에 따라 다 다르다는 것도 우리 남자들에겐 아주 흥미를 끌게 한다. 흰자위 이야기로 가보자. 잘, 여러 동물을 관찰해보기 바란다. 개나 닭, 소등 주변의 동물의 눈의 구조나 색깔 말이다. 여러분들이 발견한 중요한 결과의 하나는 유독 우리 사람만이 흰자위가 희다는 것이다. 그렇게 개 눈을 봤으나,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기에 그런 다른 점을 못 보고 넘어갔던 것이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녕 옳다. 다시, 개나 고양의 눈알의 공막 부위의 색을 관찰해 보기 바란다. 과연 그렇지 않은가!?

　눈동자를 살펴보자. 거울에 자기의 눈동자를 비쳐보자. 무슨 색인가. 물론 검다. 그러면 사진 등에서 서양 사람들의 눈동자는 무슨 색깔인가를 볼 차례다. 역시 검지 않는가. 모든 인종이 눈동자의 색은 모두 새까맣다. 저 눈알의 안쪽에 있는 망막(網膜,스크린에 해당함)이 검기에 그것이 반사되어 나온 검은 색이다.

　그렇다면 `그대 갈색 눈동자(your brown eyes)'란 말은 맞는 말인가? 어디 세상에 눈동자가 갈색인 돌연변이 인간이 있단 말인가, 박물관에 앉아 있어야할. 다음 회에서 그 정답을 찾아보자.

[생물이야기 407] 마음의 창문인 눈 (4) : 2002-07-25

눈은 말을 하기도 하고, 사랑을 전하기도 하지만, 도전(challenge)에도 쓴다는 것임을 이야기하였다. 사실 높은 사람이나 어른 앞에서 얼굴을 숙여 피하고, 눈을 제대로 맞대지 않고, 못하는 것이 예의였으나, 요새 사람들은 하도 당당하여 그런 금기가 무너지고 있다, 현대화라는 말로 포장되어서. 아무튼 눈은 공격용으로도 쓴다.

　여기 `타잔' 이야기를 보태보자. 타잔이 멀리간 사이에 꼬마 보이에게 사자(레오,leo)가 눈을 부릅뜨고 소년을 잡아먹으려 한 발짝씩 다가들고 있다! 이때 소년이 타잔에게 구원을 청하지만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고, 하여, 타잔은 `보이, 사자의 눈을 쳐다보아라'하고 고함을 지르고, 보이가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사자를 노려본다. 결과는 뻔하다. 사자가 그만 뒷걸음질을 하고 살아지지 않는가. 범에 물려가도 눈만 바로 뜨고 있으면 산다? 이렇게 눈에는 정기(精氣)가 들어있다. 여자들의 눈 화장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그 전에, 몸치장을 하는데 들어가는(걸리는) 시간을 가려보자. 과연 어느 부위를 만지고, 다듬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일까. 일부러 이런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전체 걸리는 시간은 얼마며 일생의 몇 분의 몇을 차지할까. 특히 여성의 경우에 말이다. 실은 머리(카락)를 만지는데 가장 긴 시간을 쏟아 붙는다. 겉멋은 머리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머리에 털 난 짐승'이 사람이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여성들의 화장이 남자보다 더한 것은 잘 보이기 위함은 물론이고, 여자들에게서 비난받고 터지는 것이 무섭지만, 남자(수컷) 보다 못 생긴 탓이다. 고등 동물로 올라올수록 닭이나 소가 그렇듯이 수놈들이 더 잘 생겼다는 말이다. 그런데 화장품이라는 것이 독이 있어서 피부를 상하게 하니, 한 번 화장을 시작하면 계속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장사(상업) 속에 모르는 사이에 당한 면도 없지는 않다. 아무튼 여자의 눈 화장도 꽤나 복잡하지 않는가. 소나무 잎같이 빳빳한 속눈썹을 달라 붙이는 것은 물론이고 눈가에다 여러 가지 색을 페인팅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다음 회에 깊숙이 들여다보자.

[생물이야기 406] 마음의 창문인 눈 (3) : 2002-07-18

눈이란 단순한 보기 위한 시각 기관일까? 눈은 물건(먹이)을 찾는 일도 하지만 날아오는 돌도 피해야하지 않는가. 사람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오는 자극의 90% 이상을 이 눈에 의존한다. 개나 쥐가 주로 코(후각)나 귀(청각)에 의존하는 것과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하니 안경이라는 것을 너도나도 쓴다. 식물은 눈이 숫제 없어서 이동을 하지 못한다. 사람의 눈의 구조는 절대로 책을 읽거나 필자의 지금 행위처럼 컴퓨터로 원고를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머루 다래 따먹고, 돼지감자 파먹고, 여럿이 노루를 몰이하는데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렇데 많은 활자를 읽고 썼으니 눈이 망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 이런 이론을 제시하면서, 안경을 쓰지 않는 친구들은 다음 시간에는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도 맞춰 쓰고 오라고 농담을 보탠다. 가장 빨리 눈을 나빠지게 하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용접하는 불빛을 30분만 보고있으면............,정말로 눈을 잃은 사람들에는 미안한 일이다.

　얼마 되지 않았다. 울릉도를 갔을 적에, 집사람과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있었다. 앞에 보니, 세상에, 한 여인이 옆 사람에게 반찬을 먹여주고, 생선을 뜯어 밥술에 올려놓고 있지 않는가. 눈 먼 남편에게 사랑을 먹여주더라는 말이다. 가난해야 행복하다니 저렇게 몸이 불편하니 서로를 아낀다고 느끼면서, 부부는 서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잃지 말아야..., 성한 눈을 가지고서도 마누라에게 할 일을 다 못한 내 스스로를 꾸짖었다. 하여, 앞의 `용접' 이야기는 단지 눈이 다칠까보아 책을 잃지 않는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눈은 마음이 통하는 통로도 된다. `눈으로 말한다.'고 하지 않는가. 눈만 떡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특히 이성간에는 그렇다. 그리고 눈은 도전(挑戰)을 위한 무기가 된다. 개(犬)를 말없이 뚫어지게 내려다 볼 것이다. 만일에 개가 따라서 계속하여 올려다본다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무언의 눈싸움이 일어난다. 둘 중의 한 사람이 상대의 눈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니, 나라를 대표하는 수상이나 대통령 사이에 이런 일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눈싸움에서 지면 그 회담에도 지는 것이다.

[생물이야기 405] 마음의 창문인 눈 (2) : 2002-07-11

　`눈은 뇌의 일부다.'라고 하면 믿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맞다.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발생 과정)을 보면, 전뇌(前腦)에서 시작하여 안포(眼胞)->안구(眼球)->수정체->각막 순으로 형성된다. 물론 뇌는 모두 딱딱한 두개골로 싸여있지만 앞 쪽 일부에 구멍이 두 개 생겨나니 그곳으로 일부가 뚫고(비겨져) 나와 자리를 잡은 것이 눈알이다. 만일에 두개골을 동그랗게 톱질하고, 뇌를 잘라내면 거기에 두 개의 눈알이 달랑! 붙어 나온다. 설명을 덧붙이기 위해 이런 잔인한 얘기를 해야하는 필자의 선하고 착한 마음을 이해해 주면 좋으련만....., 눈에 충혈이 될 정도로 피곤하다는 말은 곧 뇌도 아주 곤 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사람에 따라 피곤의 리트머스가 달라서, 어떤 이는 입술이 트고 또 어떤 사람은 코피를 흘리지만, 필자는 그 신호를 눈에서 제일 먼저 찾는다. 눈에 핏기가 있다면 마냥 푹 쉬어버린다. 쉰다는 것은 바로 잠이다. 잠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

　어쨌거나 눈은 뇌라서 그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지능까지도 보인다. 소리(음성,音聲)에도 지능이 묻어 나오는데 어찌 눈을 속일 수가 있겠는가. 눈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야 누워 떡 먹기다. 눈을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니. 그러니 마음은 과연 뇌(腦)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심장(心臟)에 있는가? 누가 뭐래도 과학적인 `마음'은 뇌 즉 머리인 것이다. 그러니 눈에서 건강을 발견할 수 있고, 마음도 읽는다는 말은 지극히 옳다. 뚱딴지같은 생각인지 몰라도, 한 사람에서 미(美)의 핵(核)은 과연 어디이겠는가. 몸매? 머리카락? 각선미? 궁둥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 겉의 미고 진짜 아름다움은 분명 눈(눈매)에 있다. 늙은 노인의 정감 넘치는 덕스러운 눈, 젖을 물리고 젖먹이를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눈, 사랑하는 이의 사랑의 화살이 마주치는 촉촉한 그 눈들! 얼마나 아름다운가. 초롱초롱, 노려보는 교실의 학생들의 그 눈매의 아름다움 또한 이루 표현이 불가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어여쁜 학생이 따로 있으니, 책을 많이 읽어서 눈에 안광(眼光)이 쏟아나는 영롱한 그 눈을 가진 학생이다. 눈을 보면 지능이, 독서량이 보인다.

[생물이야기 404] 마음의 창문인 눈 (1) : 2002-07-04

　몇 회에 걸쳐서 다른 동물이 아닌 사람, 바로 내 이야기를 하나 골라서 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비아그라'의 원리를 설명하는 글을 여기에 쓴 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 수위 아저씨들은 물론이고 더러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기사 아주 재미나던데요' 하고 아는 척 해 주었던 기쁜(?) 기억이 남아 있다. 역시 자기 몸에 신경을 쓴다는 증거요,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얼마나 성에 예민한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언제 짬나면 성(sex)을 파고 들어보기로 하고....,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사람의 눈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내 눈을 뽑아보면 얼마나 클까. 어느 물체(건)와 비슷할까. 크기나 길이, 부피에 대한 관심과 신경을 쓰는 것이 곧 과학성인 것이라 물어보는 것이다.

　담배 한 개비를 불을 붙여 가만히 낳아두면 몇 분(分) 후에 다 타버릴까? 이런 장난기 있는 행동은 바로 시간에 대한 개념으로 그것 역시 아주 중요한 과학 하는 태도요 마음인 것이다. 일언지하에 과학이란 장난기, 즉 동심(童心)인 것이고, 그것 없이는 과학은커녕 시(詩) 한 줄도 못 쓴다. 하여, 철학과 시와 과학은 서로 만나는 것이고, 과학을 생활화하고, 우리의 생활을 과학화하자는 것이 필자의 의도가 곳곳에 숨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이가 되어버리자! 영어로 말하면 `childish'도 좋고 `childlike'도 좋다. 유치해도 좋고 어린이다워도 좋다. 강조한다면, 늙어도 어린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은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 세계적인 의학 통계라는 것.

　또 엇길로 빠지고 말았다. 돌아와서, 우리 눈의 크기에 대한 답은 아주 간단하다. 탁구공 만하다. 통통 튀는 그 공 만한 것이 양쪽에 틀어박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눈의 직경(지름)은 2.4cm에 무게가 7g이나 된다. 사람 눈이 이 정도면 소(牛)의 것은 얼마나 크겠는가. 눈이 큰 사람은 마음이 넓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떤 사람의 눈을 보면 단방에 그 사람의 마음(心)을 읽을 수가 있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정이 배여 있는 눈, 살기가 넘치는 눈.....,이 눈(眼)을 살펴보는 것이다.

[생물이야기 403] 미토콘드리아 모계성 유전을 한다 (8) : 2002-06-20

　설명이 좀 미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밖을 내다보면 저 짙푸른 푸나무의 잎사귀는 왜 저렇게 원초(原初)의 녹색을 띤단 말인가. 물론 엽록체가 들어있어 그렇다고 쉽게 말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낳아가서, 왜 엽록체가 있으면 연두색이란 말인가? 엽록체는 연두색을 띠는 것이라 그렇다고 무심코 답한다. 실은, 같은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엽록체는 여러 색 중에서 녹색을 반사(反射)하고 다른 색은 죄다 흡수하기 때문이다. 모든 색을 다 흡수하면 검게 보이고 모두 반사하면 흰색이 아니던가. 아무튼 엽록체라는 놈은 녹색 파장만을 반사하기에 우리 눈에 잎새가 녹색으로 보인다. 잎의 엽록체는 뿌리에서 물과 무기 양분을, 잎에서 이산화탄소(탄산가스)를 받아들여서 광합성을 한다. 그 결과 이파리에서 그 귀한 산소를 내 놓고 포도당을 만들며, 그 포도당을 재료로 하여 단백질이나, 지방, 비타민 등의 유기 영양분을 만들어낸다.

어디 사람이 비타민을 만들 수가 있으면, 단백질이나 지방을 만든단 말인가. 그리고 지구의 탄산가스를 해맑은 산소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알고 보면 무력하기 짝이 없는 동물 중의 하나가 인간이다. 모두 이들 식물이 만든 것을 빼앗아 먹고 살 뿐이다. 그럼 이 신비의 엽록체를 간단히 살펴보자. 보통 식물의 세포 하나에는 평균하여 100 여 개가 들어있다. 물론 식물에 따라서는 세포 하나에 한 개가 있는 경우도 있고 백 개가 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엽록체는 원반(圓盤) 모양을 한다. 햇볕이 세게 비추면 꼴을 비틀어서 빛을 덜 받게 변하고, 세포 안에서 여기 저기로 이동도 한다. 아무튼 참 시기하고 신비롭지 않는가. 눈에도 안 보이는 저 작은 엽록체라는 것이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경외(敬畏)로운 식물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엽록체와 닮은 것을 만들어서 비료 공장에서 비료가 나오듯 포도당을 만들면 될 듯 한데....,엽록체의 구조가 하도 복잡하고 거기에 쓰이는 효소도 많아서, 엽록체 공장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것 또한 신에 도전하는 행위요, 불경(不敬)스러운 일이다. 미토콘드리아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생물이야기 402] 미토콘드리아 (7) : 2002-06-13

-미토콘드리아는 모계성 유전을 한다

　동물은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만 가지고 있어서 식물이 만든 양분 속의 에너지를 분해만 하는데 반해서, 식물은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 말고도 엽록체를 가져 태양에너지를 고정한다는 말을 하였다. 이것만 봐도 식물이 동물보다 한 수 높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식물을 예사로, 우습게 볼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식물은 그 위대한 포도당 공장인 엽록체를 가지게 되었단 말인가.

　여기에서 `세포의 진화'라는 말이 등장한다. `진화'란 말이 아주 귀에 거슬리는 독자는 `변화'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진화란 말만 나와도 눈에 쌍심지를 켜는 사람이 많기에 하는 소리다. 진화 그놈도 창조주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될 터인데...,아무튼 세포도 꾸준히 변화를 하여 지금의 것이 되었다고 한다. 일단 엉성한 세포가 생겨나고, 긴긴 세월을 거치면서(30억 년이 넘는?!)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의 작은 것들(세포소기관, 예로 핵, 염색체 등)이 하나하나 생겨나면서 바뀌어 왔다. 또 다른 큰 변화 중에는 세균이 세포에 먹히게 되니(세균이 들어갔다고도 본다.) 그것이 미토콘드리아로 바뀌고, 엽록체를 가진 녹색세균이 세포에 들어가 식물의 엽록체가 되었다고 본다.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 모두가 원래부터 세포에 있던 것이 아니고 밖에서 세포로 들어가서 생긴 것이라는 것.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다. 어디 우리가 그때 살아봐서 아는 것이 아니라 학자들이 추정하여 알아낸 일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틀림이 없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세포에서 분리하여 실험을 해보면 세균과 똑같은 반응과 성질을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어찌 했거나 세포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꼴을 갖췄던 것이 아니란 말이니,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도 우리가 몰라 그렇지 수리수리 마수리 하여 하루아침에 떡 하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수 억년 후엔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져 버릴지 모르지만(아니면 그 안에), 살아 남는 다고 하여도 분명 지금의 인간 아닐 것이라는 것쯤은 추정이 가능하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어디 한 자리에 고대로 변하지 않고 멈춘 것이 있어야지. 아무튼 세포는 변해 왔고 또 무한히 변할 것이다!

[생물이야기 401] 미토콘드리아 (6) : 2002-06-07

　자, 이제 양분과 산소가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에 도착하였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세포는 육안으로 볼 수가 없이 작고, 그 안에 더 작은 미토콘드리아가 간세포에는 2000~3000 개가 들어있다는 것을 잊진 않았을 것이다!) 포도당의 예를 들면, 여러 단계로 변해가면서(효소가 모든 단계에 작용함) 중간 중간에 산소가 들어와서 물질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열은 물론이고 힘(에너지, 에너지의 대명사는 ATP-아데노신 삼 인산-라는 물질임)을 낸다. 이산화탄소는 피를 타고 밖으로 나가고, 열은 우리 몸을 뜨뜻하게 데우고, 에너지(energy)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의 활동을 돕는다. 에너지는 운동을 하는데는 물론이고 소리를 듣는데, 물건을 보는데, 숨쉬는 등 수많은 대사에 이용이 된다. 책을 읽는데 또 음악을 듣는데도 힘이 든다. 가만히 누어있는데도 힘이 쓰이지 않는가. 포도당에 들어있는 에너지를 떼어내는 곳은 미토콘드리아다라고 간단히 말할 것을 괜히 복잡하게 말을 늘어놓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사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였고, 깊게 설명을 하면 한이 없고, 그 해석 속에는 노벨상을 받은 업적이 들어있을 정도다. 이 내용을 소상히 알고 계시는 독자께서는 필자의 표현에 아쉬움을 느끼실 것으로 알지만, 이해를 구하고, 전공이 아닌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라 되레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다. 그럼 그 포도당에 들어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포도당은 오직 식물의 엽록체만이 만들 수가 있다.단지 엽록체만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만들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것을 광합성(光合成)이라 하지 않는가. 다시 말하지만 식물만이 빛에너지를 고정하여 화학에너지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이고, 모든 동물을 식물이 만든 양분을 먹고 산다. 동물은 식물에 기생한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들어있는 에너지는 모두 태양에너지인 것이고 그것을 우리는 먹고 산다. 지구 위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서 왔다! 고마운 태양! 밥을 먹어도 달걀을 먹어도 모두 결국은 태양을 먹고 마시는 셈이다. 엽록체는 태양에너지를 저장하고 미토콘드리아는 반대로 그것을 분해한다는 것이니, 지구의 모든 에너지를 이 둘이 맡아서 요리하고 있다. 얼마나 위대한 존재들인가.

[생물이야기 400] 미토콘드리아 (5) : 2002-05-31

　미토콘드리아 이야기는 우리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동물은 그 미토콘드리아를 모계에서 받는 것이다. 인간이 어디 별건가. 200만종이 넘는 동물 중에서 한 종(種)의 짐승일 뿐. 제발 거만 떨지 말 것이다. 그런데 식물 세포도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모계에서 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 엽록체(葉綠體)의 유전도 이야기 거리가 된다. 식물은 동물이 갖지 못하는 엽록체를 세포질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와 마찬가지로 엽록체도 세포질 유전, 즉 모계성(세포질) 유전을 한다. 꽃가루가 씨앗에 여러 유전자를 전하지만 엽록체만은 암꽃의 씨방 속에 있는 밑씨가 가지고 있는 것이 후손에 전해진다. 한 마디로 동물과 식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유전이나 진화의 방법 등이 동식물 가릴 것 없이 그 특성은 똑 같다. 어려운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고, 과연 우리가 삼시 세끼 먹는 음식과 끊임없이 숨쉬는 공기(산소)는 어디로 가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두 가지 모두 일단은 모든 세포로 간다. 세포에 들어가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앞 회에서도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작은창자에서 흡수한 양분과 허파에서 들어온 산소는 둘 다 모두 피에 녹아서 그 많은 세포에 전해진다. 바로 이렇게 양분과 산소를 세포에 전하고 세포에서 만들어진 찌꺼기(노폐물)를 운반하는 일을 피가 한다. 아무튼 세포에 도착한 이것들은 세포막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종착지(터미널)는 지금 우리가 논하는 바로 이 미토콘드리아다. 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양분중에서 포도당이 세포막을 잘 통과(투과)하지 못하는 수가 있으니, 이것은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한 탓이고, 이 하나만도 큰 병이 되니 바로 당뇨병인 것이다. 과유불급(過猶不及), 넘쳐도 탈 모자라도 탓이 아니던가. 세포막에 당 하나가 술술 들어가지 못하면 그 무서운 고질병인 당뇨병(糖尿病)이 된다. 그런데, 이 세포 하나에서 일어나는 대사(당의 흡수는 그 중의 하나)가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 한 가지(단계)만 이상이 생기면 암세포가 된다거나 세포가 그만 죽어버린다. 정말로 우리가 죽지 않고 살고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물이야기 399] 미토콘드리아 (4) : 2002-05-24

-미토콘드리아는 모계성 유전을 한다

　이제야 제목의 `모계성(母系性)'을 논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소기관(小器官)(세포 안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중요한 기관 역할을 한다는 뜻임)은 어머니에게서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누구에게서 미토콘드리아를 내림 받았을까. 역시 어머니가 아닌가. 결국 어머니의 어머니인 외할머니의 미토콘드리아를 우리가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의 시간에 이런 강의를 한 다음에, 거짓없이 마음에 우러나는 본성적인 답을 하라, 할머니가 좋은가 아니면 외조모가 마음에 와 닫는가? 하여, 지고지순한 모정은 이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사실 유전이란 핵 속에 들어있는 염색체(유전자, DNA)가 주로 맡아있다. 어머니의 염색체 23개와 아버지의 23개가 똑같이 전해지는 것이기에, 부모를 반반 닮는다. 이런 유전을 핵유전(核遺傳)이라 한다. 그런데 이야기의 주인공인 미토콘드리아는 핵에 있지 않고 핵의 바깥인 세포질에 들어있지 않는가. 훌쩍 뛰어서,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 이야기가 등장한다.

　난자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무려 30만개가 들어있고 정자에는 겨우 150개가 들어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정자가 난자의 난막(卵膜)을 뚫고 들어가면 난자가 이물질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를 모두 부셔버리고 만다. 하여, 이 수정란이 발생을 하여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즉, 우리 모두를 뜻한다)의 세포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가. 엄마에서 받은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모계성 유전'을 하는 것이고, 세포질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세포질 유전'이라고도 한다. 다음에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식물도 매 한가지다. 염색체는 양부모에서 같이 받지만 어머니에게서 따로 미토콘드리아를 받고 있지 않는가. 모성 본능 또한 바로 이 `알갱이'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감히 말하건대, 필자는 호적에 오르는 성(姓)은 어머니의 것을 따라야 한다는 모계중심 사상에 쏠려 있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의 사랑(unconditional love)이나 아버지의 것은 조건이 붙는 사랑(conditional love)라고 말하지 않는가. 지금까지의 미토콘드리아 이야기는 오직 우리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동물은 그 미토콘드리아를 모계에서 받는 것이다. 인간이 어디 별건가. 200만종이 넘는 동물 중에서 한 종(種)일 뿐이다. 그런데 식물도 미토콘드리아를 모계에서 받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하나 엽록체의 유전도 이야기거리가 된다.

[생물이야기 398] 미토콘드리아 모계성 유전을 한다 (3) : 2002-05-17

　강원일보 애독자는 다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자주 이 이야기가 등장하였으니 말이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세포는 물경 100조 개나 된다는 것을!!! 달걀이나 타조 알 같은 알은 모두 단세포(單細胞)라는 것은 이미 말한바 있다. 아무튼 서양 생물학 교과서에 `100조 개'라고 쓰고 있으나 아무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의 평균 세포 수는 그들보다 조금 적다고 보면 될 것이다. 70조 개 정도로...,아무튼 사람은 정말로 많은 식구(食口)를 안고 산다! 저놈들 먹여 살리느라 삼시 세때를 그렇게 세차게 먹어야한다. 사람이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것은 이 세포의 수가 많고, 또 세포가 큰 때문이다. 많은 까닭은 알겠는데, `크다'는 뜻은 무엇인가. 몸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주로 지방(脂肪)세포가 결정을 하고 그것은 다른 것과는 달리 주로 물과 기름을 많이 저장하고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음식을 줄여 먹어(다이어트) 이 세포에서 물과 기름이 빠져나가면 체중이 줄고, 그렇지 못하고 물과 지방이 세포를 꽉 채우면 그만 체중이 늘어버린다.

세포가 커졌다 작아졌다(체중의 증감)하는 이런 일을 장난감 이름을 따서 요요(yoyo) 현상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체중은 세포 수가 늘고 주는 것이 아니고 단지 크기가 변하는 것이란 말이고. 어쨌거나 이들 세포엔 여러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있어서, 거기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과 숨 쉰 산소(02)가 결합하여(산화하여) 에너지와 열, 그리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C02)를 낸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먹은 모든 음식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100조 개의 세포에 들어가고, 또 쉬지 않고 숨을 쉬어 들어온 산소도 똑같이 이 세포에 도착한다. 음식이나 산소의 종착역이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란 뜻이다. 여기에서 음식은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가 일어나(서서히 불태워서) 힘을 솟구치게 하고 체온을 유지케 한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를 `세포의 난로'(열을 내기에), `세포의 발전소'(힘이 나오기에)라고 부른다. 야! 세포 하나에 2000개가 넘는 난로(발전소)가 들어있다는 말이 아닌가! 끊임없이 먹어야하고 호흡을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심히 굶어도, 또 숨을 못 쉬어도 죽는 이유를 알았다. 바로 이 미토콘드리아에 명줄이 들어있었구나!

[생물이야기 397] 미토콘드리아 모계성 유전을 한다 (2) : 2002-05-10

　(2)지난 회 말미에 사람은 0.1mm 크기까지만 본다고 했다. 이 작은 세포 하나를 우주(宇宙)에 비긴다면 놀라고, 아니면 비웃을지 모른다. 혹자는 `세포는 우주(A cell is a cosmos.)'라고 하니 말이다. 이런 세포 하나에서 보통 500가지 이상의 복잡한 물질대사 일어난다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고작 알려진 것만 말해서 그렇고, 그 중 한 단계만 이상이 있으면 세포는 죽고 만다). 그리고 세포는 어느 생물의 것이나 죽지 않고 긴긴 세월에 걸쳐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해온 것이기에 그 속에 `우주성'이 들어있다고 하는 것이고, 물리학이나 생화학적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도 우주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세포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복잡한 구조(구성)를 한다. 오죽하고 생물학에 `세포학(細胞學)'이란 분야가 따로 있겠는가. 가운데 핵(核)이 들어있고, 그 둘레에 여러 가지 구조물들이 얽혀있다. 그 하나 하나가 하나도 귀치 않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그것들끼리 서로 연계되어있다는 것도 알고 보면 놀랍다. 아, 독불장군이란 없는 것이로군! 또 어느 조직을 구성하는가에 따라 모양과 기능이 다 다른 것도 신비롭기만 하다. 침샘세포는 죽자 침만을 만들고, 위 세포는 평생 위액을, 두개골에선 머리카락을...,이렇게 분업(分業)을 하고 있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그것들을 일일이 다 다루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선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하나만 물고 늘어져볼 것이다.

옛날 사람은 좀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세포 속에 들어있는 `알갱이(grain)'이 모양을 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그놈의 기증 등을 다른 것과 묶어 보자.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의 세포에 여러 개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간(肝) 세포 하나에 보통 2000∼3000개가 들어있으며, 일반적으로 대사가 활발한 세포에 그 수가 만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이것의 수가 늘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줄어든다고 하니 몸을 움직이는 것(보통 `운동'이라 하지만 죽자 땅을 파거나 짐을 나르는 일꾼에게 당치 않는 말로, 그들은 과한 운동인 노동에 찌들려 산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고 있다. `용·불용 설'은 세포 하나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생물이야기 395] 잉어가 붕어로다 (8) : 2002-04-26

　붕어의 짝짓기 이야기가 연해진다. 이른 새벽 5시쯤에 암놈이 앞 달려나가면 수놈들이 떼지어 뒤따르는 산란행위를 시작한다. 9시가 다 되도록 물살을 가르면서 쫓고 쫓김을 쉬지 않는다. 얼마나 세차게 달려나가는지 물방울이 소나기 오듯 튀어 오르더라고 한다. 자식들, 힘도 좋고 사랑의 시간도 길기만 하다. 진이 다 빠지고 나면(아니, 흥분이 극치에 달하면) 암놈들이 수초의 잎이나 뿌리에 알을 심고 따라가 수놈들이 정기를 불어넣는다. 배불뚝이 아주 큰 암놈 한 마리가 물경 15만 개의 알을 여기 저기에 낳는다고 하니 그것을 다 뿌리고 나면 홀쭉이가 되고 만다. 아이를 낳은 엄마 배처럼 말이다. 정기를 받은 수정란은 20℃ 근방의 온도에서 일주일 후면 벌써 앙증맞은 눈쟁이(치어) 새끼가 살랑거리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그 눈엔 이 세상이 신비롭게 보였을까. 그러나 나중엔...

　이야기가 끝점에 다가오고 있다. 사실은 따로 강조하지 않았지만 잉어 놈도 여태 쓴 내용과 대차 없이 붕어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은 어류계도 전공하는 학자가 적어서 일일이 그들의 생태를 아직 못다 밝히고 있다. 잉어의 생태가 어찌 붕어의 그것과 꼭 같을 수가 있겠는가 마는 비슷한 것으로 이해해 주면 어떨까 싶다.

　경고!

　무지하고 오만하며 용렬하기 짝이 없는 몰지각한 인간들에게! 이골이 나게 하는 말이지만, 이젠 강바닥 그만 파 잦히고, 댐 더 만들지 말고, 똥물 퍼부어 내가 물을 떠나고 싶은, 아니 떠나버리고 마는 그런 일이 더 없도록 할 것!

　 물고기 백(白)

　물고기도 이 땅에서 마냥 편하게 숨쉬며 살 권리가 있다. 지구는 단연코 잘나빠진 바보, 천치, 얼간이, 칠뜨기, 팔푼이, 머저리, 개 코 구멍 인간만의 살터, 해비태트가 아니다. 너그러운 자연은 어중이떠중이 모두를 품어 안아 주고싶어 한단다. 붕어, 잉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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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야기 394] 잉어가 붕어로다 (7) : 2002-04-19

　지난 회에 이어서, 붕어나 잉어의 비늘은 아주 크며, 몸통 살에 세게 박혀있고 그 모양이 기왓장을 포갠 것 같아서 물의 저항을 줄이도록 되어있다. 물고기 비늘을 칠 때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칼질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들어 누었나를 안다. 기왓장도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언제나 아래쪽 머리가 위쪽 놈 밑자락에 들어간다. 옆줄(측선)도 거의 중앙에 일 직선으로 놓여 있으나 꼬리로 가면서 약간 아래로 굽어 처진다. 물고기의 옆줄은 사람의 코나 살갗의 하는 일을 맡아있으니 감각기관인 것. 옆줄 비늘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온도변화나 흐름 등 외부(물)의 환경변화를 바로 아래 살갗에 전달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모든 생물은 제가 살고 있는 둘레 환경(바탕)에 따라 몸 색이 달라진다. 하여, 붕어나 잉어는 물이 흐르는 맑은 곳의 것은 청색을 띠고 고인 물(정수역,渟水域)에 사는 놈들은 황갈색이다. 모두가 보호색을 띤다는 것이며, 다 살기 위해 빨리도 주변의 색에 적응을 해낸다. 햇살이 뜨거운 열대지방의 사람은 얼굴 검고, 볕이 아주 적은 곳의 사람들은 희며, 어중간한 곳에 사는 우리는 누르스름한 것도 다 주변의 환경에 적응한 결과가 아닌가. 그리고 붕어는 잡식성으로 수초나 식물성플랑크톤은 물론이고 작은 새우(갑각류)나 실지렁이, 수생(서)곤충 등 닥치는 대로 포식(捕食)한다. 생물계를 잘 들여다보면 잡식성인 동물이 생존율이 훨씬 높다. 붕어가 아무 데서나 잘 사는 것도 그렇지만 사람이 지구를 지배하는 것도 이 식성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 것이나 골고루 잘 먹는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산다.

　붕어는 암 수의 산란행위가 요란하기로 이름이 나있다. 다음 사실은 전북대학 김 익수 교수가 관찰한 결관데, 수온이 올라가는 5월경에 주로 산란을 하니, 때가 왔다 싶으면 흩어져 살던 놈들이(먹이 때문이다.) 물살이 거의 없는 물가로 몰려든다. 어느 동물이나 짝짓기를 할 때면 암수가 한 곳에 떼(school)를 지우니 그리하여 암수가 쉽게 만날 수가 있게 된다.

[생물이야기 393] 잉어가 붕어로다 (6) : 2002-04-12

　붕어는 보통 몸길이가(체장,體長) 20cm 근방이지만 늙다리 놈은 크되 커서 한 팔(40cm)이 넘는 것이 더러 있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아주 작은 씨알붕어를 `잔챙이', 그것보다 크면 `중치', 더 크면 `준척', 아주 더 큰 30cm 이상을 `월척(越尺)'이라 구분하여 부른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소원은 월척을 낚아 올리는 것이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단방에 공을 구멍에 넣는 것이리라. 홀인완(hole in one)? 그 참, 다 꿈이 다르구나. 어쨌거나 이렇게 대략 크기를 정하지만 붕어 비늘(scale) 하나면 정확한 나이를 알아낼 수가 있다. 모든 물고기의 비늘에는 나무의 나이테와 똑같이 성장선(成長線)이 있어 그것을 현미경으로 헤아리면 된다. 봄여름의 테는 넓고 가을 겨울의 자리는 간격이 좁은 것은 나무의 그것과 똑같다. 물고기는 비늘에 제 놈의 나이를 품고있다! 늙음이 곧 낡음이라 했겠다. 우리 인간은 세월의 두께를 더덕더덕 낯짝에 둘러쓰고 있는데 말이지.

　그런데 보통 붕어 한 마리가 비늘 몇 개를 뒤집어쓰고 있을까. 비늘은 몸을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은 우리 다 안다. 하나만 다치거나 떨어져 나가도 병균이 침입하여 살을 뜯어먹는다. 아무튼 내 방에서 어류를 전공하여 여럿이 석, 박사를 받았다. 궁금증이 도져서 이 사람들에 붕어가 몇 개의 비늘을 갖는가하고 물러봤더니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도 동심을 품고 살아서 그런 것에도 의문의 화살을 꼽는다. 100원 짜리 동전 둘레에 몇 개의 점이 있는가. 화장지 한 칸이 세로 가로 몇 센티미터(cm)가 될까. 달걀은 몇 그램(g)일까. 온통 의문 투성이라 꼼꼼히 헤아리고 재어보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절대로 쩨쩨하다거나 치사한 행위가 아니다. 의문 그 자체가 과학이기에 과학적인 사고 행동이요 태도다. 쯧쯧, 이제야 붕어 비늘을 학생들이 헤아려 왔으니 평균하여 한 쪽 배때기에 320 여 개라 모두 합치면 640 여 개가 온 몸을 덥고있다! 이걸 알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다! 머리 한 구석에 머물러 있었던 질문이 풀려서 그렇다. 분명히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개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고, 마냥 몸집이 불어면서 비늘도 따라 커진다. 즉, 비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생물이야기 392] 내 눈에는 붕어가 있어요 (5) : 2002-04-05

　붕어와 잉어 사이에서 잡종(hybrid)이 태어나는 것은 동물원에서 어릴 때부터 같이 키워 온 범과 사자 사이에서 `liger(tilon)'가 생겨나고, 암말과 수 당나귀의 새끼가 `노새(mule)'인 것과 같다. 그런데 이들 종간잡종으로 생긴 것들은 하나같이 잡종 2대(F2)를 만들지 못하는 불임(不姙,sterile)이다. 다른 종끼리 잡종이 밥먹듯 생기고 그 놈들이 또 새끼를 까대는 혼란한 세상이라면 어지러워 못 산다. 이것 또한 조물주의 섭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동일 종 끼리 만 짝짓기가 되고 손을 남긴다는 것. 엄연히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는데도 혼외정사니 하여 온통 성의 문란(紊亂)이 극에 달한 느낌이 드는 세상인데….

　붕어와 잉어는 몸매가 아주 흡사해 구별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아주 간단하게 구별하는 열쇠(key)가 있다. 붕어는 입가에 수염이 없는 반면에 잉어는 양반이라 턱에 두 쌍의 채 수염(숱은 많지 않으나 퍽 긴 수염)을 가졌고, 붕어가 몸이 좀 짧고 배가 통통하다면 잉어는 길쭉하고 홀쭉하며 특히 비늘이 희뿌옇게 번쩍인다. 그런데 '붕잉어'는 수염이 딱 한 쌍이 있어서 어미 붕어와 아비 잉어를 반반씩 빼어 닮는다. 놈들을 붕어들이 보면 "너 어디서 잠방궂게 콧수염을 얻어 달고 다니냐?"하고 너스레를 떨고,, 잉어들은 "야 이놈아, 수염 한 짝은 어디다 내버렸냐?" 하고 핀잔을 한다. 붕어도 아닌 놈이 또 잉어도 아닌 것이 물 속을 헤엄쳐 달린다!

　그리고 흥미로운 일은 민족에 따라 좋아하는 물고기가 다 다르다. 실은 좋아해서 좋은 게 아니라 자기들이 사는 곳에 그 물고기가 많았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릴 때부터 먹어와 입맛에 맞고, 대대로 먹어온 탓이다. 입맛이란 무서운 것. 외국에 나가봐도 모든 것 다 견디겠는데 음식 하난 반드시 까탈을 부리지 않던가. 혀는 그렇게 고집스럽게도 적응력이 떨어진다. 어릴 때 각인(刻印)된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아무튼 잉어는 중국인, 일본인은 돔, 프랑스 사람은 넙치, 미국 사람은 연어, 덴마크 인은 대구, 우리는 당연히 명태(생태)가 으뜸이다. 우연찮게도 물고기 모두가 그렇게 심하게 비리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었구나!

[생물이야기 391] 잉어가 붕어로다 (4) : 2002-03-29

　그렇다면 온 몸이 울긋불긋하고 황금빛으로　물든 `금붕어'와 '비단잉어'는 어떤 물고기일까? 미리 말하면 둘 다 붕어와 잉어가 돌연변이(突然變異)가 일어난 변종(變種)으로 강이나 연못, 호수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들을 억지로 잡아다 일부러 키워 씨를 퍼뜨린 것이다. 사람들은 괴팍하여, 자연스런 멋보다는 엉뚱하고 괴상한 것을 좋아하는 괴벽(乖僻)한 면이 있다. 코딱지 만한 화분에 수 십 년이나 된 꼴사나운 나무를 심어놓고 `분재'라 하여 즐기는가 하면 원래의 제 색을 읽고 얼룩덜룩한 변색을 내는 잉어 한 마리를 수 천 만원에 팔고 산다니 말이다. 그것도 희소가치를 인정한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면 돌연변이로 생긴 형질은 대대로 유전한다는 것이다. 금붕어와 비단잉어의 몸 모양이나 색깔이 새끼에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말이다. 이것들이 또 다른 돌연변이를 일으키니 그렇게 여러 변종이 이어나고 그 중에서 고약한 형태를 가진 놈을 골라 키운다. 이런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수많이 있고 개중에는 갑부(甲富)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양어장이 바로 우리 나라에 있을 줄이야. 충북 진천(鎭川)이 유명하다.

　그런데 여기에 더없이 괴이하고 요상한 일이 있다. 붕어가 사는 곳에는 잉어가 살고 잉어가 살면 분명히 거기엔 붕어가 있다. 공서(共棲)를 한다는 것으로, 소위 말해서 삶터인 해비태트(habitat)를 이웃하고 산다는 말이다. 살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카터 전 대통령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 `한국 해비태트'를 다른 말로 `habitat 운동'이라 한다. `해비태트'는 생물학 용어로 `서식처(棲息處)'란 뜻이다. 바로 살터 즉 집(house)을 말한다. 붕어와 잉어가 같은 집에 살기에 자연 상태에서 이 두 물고기 사이에서 잡종인 `붕잉어'(`잉붕어'라 해도 좋다.)가 드물게 태어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붕어와 잉어는 아주 딴 종이다. 다른 종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이를 `종간잡종(種間雜種)'이라 하며 이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같은 종인 부부(夫婦) 사이에도 애를 못 낳는다고 야단을 부리는데, 세상에 딴 종간에 잡종이 태어난다!

[생물이야기 390] 잉어가 붕어로다 (3) : 2002-03-22

　대짜배기 붕어는 주로 달여서 병약자나 산모에게 먹여왔다. 한 겨울 시장 곁길에도 꽝꽝 얼어붙은 팔뚝만한 잉어, 붕어를 함지에 놓아 파는 것을 흔하게 본다.

　그러나 어쩐지 거기에 오랫 동안 눈길을 두지 못한다.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살생을 말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고, 그놈을 먹으면 무간 지옥을 갈 것 같은 여린 마음이 살아 움직인다. 필자는 원래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민물고기에서 풍기는 해(흙) 냄새가 그리 좋다면서 찜이나 매운탕에 홀딱 반해 사족을 못 쓰고 기를 못 편다. 그 잔가시를 하나하나 볼가 가면서 잘도 먹는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릴 때 먹어 본 것을 더 잘먹는다고 한다. 아니, 세 살 전에 먹어보지 않은 것은 커서도 먹지 못한다. 혓바닥 놈이 하도 기억력이 좋아 그런 것이니 어린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여두는 것이 좋다. 어려서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커서도 설게 느끼는 것이니 식성도 어린 시절에 결정이 난다는 말이다. 맞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지당하다. 먹는 버릇도 버릇이니 말이다. 음식 까탈 부리는 놈 치고 성질머리 좋은 녀석이 없는 법이니 이것저것 고루고루 어린 혓바닥에 적응 시켜 줘야한다.

　그런데 이 붕어나 잉어는 주변의 강이나 연못 어디에나 잘 사는 물고기가 아닌가. 우리 조상의 섧은 삶과 흡사하다 고나 할까. 아주 지저분한, 소위 말하는 3급수에서도 끄떡없이 살아 견디는 생명력이 아주 질긴 녀석이다(이런 물에는 붕어, 잉어, 미꾸리, 동자개 정도만 산다). 실은 다음 말이 맞다. 붕어나 잉어가 사는 곳은 3급수의 물이라고. 어떤 물고기가 주로 사는 가를 보면 그곳의 물의 오염도를 알 수가 있으니 생물(물고기)이 혼탁(오염·pollution)의 정도를 알려주는 오염의 지표(指標·indicator)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 생물을 지표종이라 하며, 열목어나 산천어가 살면 그 물은 아주 맑은 1급수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水至靑無魚), 요것 조것 비틀고 따지는 사람은 친구가 없다(人至察無徒). 두리 뭉실 어울려 살아 볼 것이다.

[생물이야기 389] 잉어가 붕어로다 (2) : 2002-03-15

　하기야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물에 살면 모두 물고기 듯이 보통 사람들에게 아무리 이점이 같고 저 점이 다르다고 설명을 해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붕어와 잉어를 구분한다는 것이 말이다. 물론 마음(心)을 가지고 알아보려고 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심부재(心不在)면 시이불견(視而不見)이요 청이불문(聽而不聞)이라,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질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어느 것이나 심안(心眼)으로 보고 심이(心耳)로 듣는, 마음으로 새겨 사는 집념(執念)의 생활태도는 그래서 필요하고 그런 자세 없이는 성공은 저 멀리에 있다. `집념의 사나이'가 참으로 매력 있는 말이다. 때문에 물고기에 미쳐버리지 못한, 유별난 관심을 두지 않는 필자도 그놈들을 나누고 구분하여 이름을 바싹 꾄다는 것은 그리 쉽질 않다. 아니 아주 어렵다. 세상에 쉬운 것이 그래서 없다고 한다. 다행히 필자는 이런 글을 쓰면서 그것들을 조금이나마 더 깊게 알려들고, 이해를 해 보려드니 일견(一見) 행복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면서 평소에 몰랐고, 무관심했던 점을 하나 둘 배워 가는 재미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정 들여놓으면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고 하던가. 배움과 앎의 즐거움이란! 이것이야말로 인간만이 갖는 전유물(專有物)이 아닌가. 물론 써놓은 글을 읽는 기쁨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역시 읽는 것도 미쳐 읽어야지 건성으로 눈만 굴린다면 눈알만 버려버리는 꼴이 되고 만다. 어느 하나에 미쳐 사는 보람은 미쳐 본 사람만 안다. 영어로는 크레이지(crazy)가 미침이라는 말이렸다. 미침에서도 매드(mad)는 정신병자의 미쳐버림이라 좋지 않다.

　붕어는 보나마나 옛날 옛날부터 우리의 먹이 감이었고,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 중의 하나였다. 얼마나 아미노산(amino acid) 부족에 허덕여야 했던 우린가. 붕어 새끼는 족대로 잡아다가 간장에 바싹 졸여 뼈 채로 씹어먹고 그물 쳐 잡은 큰놈은 탕이나 찜을 해서 먹는다. “찐 붕어가 되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물론 이 말은 기세가 다 꺾여 버리고 풀이 죽어서 외양(外樣)이 말이 아닌 경우를 빗대는 말이지만, 붕어를 노상 찜을 해먹었다는 증거다.

[생물이야기 388] 잉어가 붕어로다 (1) : 2002-03-08

　금년이 말(馬)의 해 임오년(壬午年)이다. 말의 학명이(Equus caballus)가 아닌가. 쉽게 말하면 길바닥을 달리는 저 튼튼하고 비싼 자동차 `에쿠스(Equus)'가 바로 네발 달린 말인 것이다. 이 한 해도 초원의 저 늠름한 기상을 뽐내는 야생 말처럼 세차게 한 번 달려 보자. 말은 쓸개가 없는(필자도 쓸개를 뽑아 버렸다, 하여 `쓸개 빠진 놈?) 동물이라는 것은 언제 기회가 닿으면 논하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봄 냄새가 물씬해 온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不似春)이라 했겠다. 그리 쉽게 오지 않는 것이 봄이다. 꽃샘 추위에다 잎샘 추위가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꽃샘 추위에 얼 노인 얼어죽는다고 하니 변절기 건강을 잘 보살펴야 한다. 참 바뀜에 적응하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것. 낮은 길어지고, 때문에 활동량이 늘어나니 자연히 따라 오는 것이 춘곤증(春困症)이다. 봄에는 특히 비타민 공급이 필요한 계절이니 봄나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봄볕은 며느리 쬐고 가을볕은 딸 쪼인다.”고 햇살이 얼굴을 쉽게 타게 하니 역시 볕을 피하는 것이 옳다.

　그래도 봄 햇살을 받으면 제일 먼저 가슴 설레는 사람들이 있으니 고기 낚기, 조어(釣魚)를 즐기는 낚시꾼들이다. 손끝에 떨려 오는 붕어 잉어의 요동치는 몸부림에 최대의 쾌감을 느끼는 그들이 아닌가. 고기만 물리면 밤새는 줄을 모르는 괴이한(무식한 소리?)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마누라가 죽었다고 해도 모를 사람들! 그러나 하나에 미쳐보는 것은 남이 갖지 못한 행복의 소유자임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아뿔싸! 이놈들이 천년 만년을 같이 살아 태(態)가 그렇게도 같아 보이는가. 사실 붕어와 잉어는 겉 꼴이 너무 닮아서 언뜻 보아 보통 사람은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데 서로 유사하지만 딴 점이 더 많기에 다른 종(種)으로 분류한다. 우리말 이름(국명)이 다를뿐더러 학명도 달라 붕어는 Carassius auratus이고 잉어는 Cyprinus carpio로 속명(屬名) 까지 다르다. 이 둘은 언제나 같은 환경에 살아와서 외형은 아주 비슷하나 조상은 달라서 속은 아주 다르다. 겉 같고 속 다른 놈들!

[생물이야기 387] 식물들의 겨울나기 (8) : 2002-02-25

　겨울은 공중에만 오지 않는다. 땅 속에도 속절없이 추위가 들어 닥치니 땅도 얼어 동토(凍土)가 된다. 그래도 그곳은 냉기가 덜하기에 식물은 뿌리를 깊게 틀어박고 동물들은 그 속으로 슬금슬금 기어든다. 겨울잠을 자자는 것이지.

　겨울잠은 동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온대지방과 한대의 식물(나무)은 모두가 깊은 겨울엔 철저한 동면(冬眠,hibernation)을 하고 있다. 곰처럼 추우면 굴속에 들어가 꿈쩍 않고 들어 누어있는 것이 동면이 아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몸의 온도도 따라 내려가 얼음 덩어리 되어서 생명만 부지(扶持)하는 상태가 동면으로 고슴도치나 박쥐같은 포유류나 뱀, 개구리 같은 파충류나 양서류가 그렇다. 말해서 기초대사(基礎代謝) 이하의 물질대사만 일어나서 에너지를 최대한 아낀다. 먹을게 없으니 어쩌겠나. 동면은 결코 이불 둘러쓰고 푸근히 잠자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무들은 모두가 동면을 하기에 겨울 동안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도 생명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 땅 속에 들어있는 나무의 뿌리는 찬 겨울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파리도 떨어뜨리고 끝가지의 일부가 말라죽어 가는 냉혹한 추위가 아닌가. 뿌리도 별수가 없다. 뿌리라 하지만 모두가 땅 표면 가까이 퍼져있기에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꽤 많은 양의 뿌리는 죽어버린다. 그리고 나서 새 봄이 오면 다시 그 자리에서 새 뿌리가 나와서 멀리멀리 뻗어나간다. 우리는 가을에 커다란 나무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을 본다. 그 많고 긴 뿌리를 모두 잘라버리고 동그랗게 밑둥치 일부만 새끼로 돌돌 말아 옮겨 심지 않던가. 그래도 그 나무가 죽지 않고 겨울을 견뎌내고 다음 해 봄에 새 뿌리를 뻗어낸다.

　사람도 극한(極寒) 상항에서 팔과 다리를 잘라버린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심한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손가락과 발가락에 피를 주지 않아 동상에 걸리지만 몸통의 심장과 허파는 겨우나마 살아있다. 식물도 하나 다름없어서 원뿌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곁뿌리는 사정없이 죽여버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나무들아, 부디 얼어죽지 말고 겨울 잘 보내거라. 조금만 더 참어, 봄이 멀지 않으니까.

[생물이야기 386] 식물들의 겨울나기(7) : 2002-02-18

　지금까지는 주로 나무가 어떻게 추위를 견뎌내고 피하면서 살아가는 가를 보았다. 그러면 가을 서릿발에 맥없이 사그라져 버린 그 많은 풀들은 월동을 어떻게 하고 후손을 남기는지 보도록 하자. 보나마나고 들어 볼 필요가 없다. 엄청나게 교묘하고 기발한 수단을 다 써서 살아남고,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어엿한 손을 남겨 놓고 있다.

　첫째로 추위에 아주 약한 놈들은 모두 죽어버리지만 대신 씨앗을 남긴다. 씨앗은 언제나 말라서 물기를 적게 가지게 되니 땅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쉽게 얼지 않는다. 겨울 냉해는 모두 세포 속의 물이 팽창하여 세포벽을 터뜨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상기하길 바란다. 물이란 없어서도 안되지만 이 때는 무서운 해를 끼친다. 과일에도 그 안에는 씨가 들어있고, 과육(果肉)은 썩어서 씨앗의 양분이 될 뿐이다.

　다음은 잎과 줄기는 다 말라 없어지고 대신 새 눈을 덜 추운 땅 (흙)속에 묻어서 죽음을 피하는 놈들이다. 더덕이나 도라지를 예로 보아도, 다음 해에 나올 싹을 지표(땅 표면) 아주 가까운 곳에 두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실은 당연한 것이지만) 흙을 살짝 걷어보면 더덕, 도라지 머리가 나오는데, 거기엔 이미 벌써 통통한 눈이 떡 하니 붙어 있지 않는가! 식물들의 준비성은 알아줘야 한다. 곧바로 땅을 뚫고 커 나올 자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뿐이 아니다. 달팽이 겨울 채집을 하다보면 두꺼운 낙엽 속엔 이미 봄이 와서 새순들이 거짓말 조금 섞으면 한 뼘 정도 뻗어 나있다. 그만큼 흙이나 낙엽 안은 온도가 생각보다 높고 식물은 그 점을 잘 안다.

　마지막으로는 싱싱하게, 끄떡 않고 잎줄기를 고스란히 지닌 채 겨울을 보내는 놈들이다. 앞에서 말한 냉이가 그렇고 달맞이꽃 등 여러 풀들이 추위를 겁내지 않고 독기를 풍긴다. 여기서 겁내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다. 잘 들여다보면 모두 줄기는 있는 듯 없는 듯하고 잎은 모두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리고 위서 잎의 배열을 보면 장미꽃 모양을 하니 이를 로젯(rosette)형이라 부른다. 땅의 열과 햇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풀 나무 할 것 없다. 추위란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환경요인이다. 우리도 추위가 참 무섭다.

[생물이야기 385] 식물들의 겨울나기 (6) : 2002-02-04

　옛날부터 조상들은 우리 나라의 겨울 모습을 한 마디로 청송백설(靑松白雪)로 압축하여 표현하였다. 늘푸른 소나무에 하얀 눈! 질펀히 내린 눈으로 아스라이 온 대지가 뒤덮인 설경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앙상한 겨울이 푸근한 정경으로 바뀐 산야가 무척이나 정겹다.

　겨울눈(雪)은 나무의 겨울눈(芽)이 살아 남는데 무지무지 중요한 몫을 한다. 겨울 나무가 뿌리에서 물을 빨아드려 수액(樹液)이 흐른다 해도 저 꼭대기까지 도착하는 양이 턱없이 적은 지라 눈물을 줄기나 가지, 겨울눈에서 직접 빨아들일 수가 있다. 그보다도 매서운 추위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송이송이 눈송이가 꽃눈을 덮어주니 따스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찬 눈이 따뜻하다니 그건 또 무슨 궤변인가?

　눈이 많은 해에는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했다. 왜 그럴까. 역시 눈이 많아 보리가 가물어 말라죽는 것을 면할 수가 있고, 눈 이불이 따뜻이 냉기를 막아주니 냉해(冷害)를 면할 수가 있어 그렇다. 사실 눈이 수북히 쌓인 곳에 가서 온도계를 그 속에 꼽아보면 우리의 편견이 고쳐진다. 기온을 재었을 때 영하 7도라는 매서움이 기록되었는데, 온도계를 눈 깊숙이 꽂은 다음 얼마간 있다가 눈금을 보니 영상(零上)이 아닌가. 눈 속에는 그렇게 지열(地熱)을 받아서 온기가 돈다. 그러니 눈을 '이불'이라고 말한 것이다. 에스키모 인들이 얼음 집 이글루(igloo)에 사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비록 찬 얼음 속이지만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보다는 낫다는 것이지.

　같은 장소이지만 눈밭의 밖과 안, 응달과 양달, 작은 언덕이 바람막이가 되느냐 않느냐에 적은 온도 차이를 나타내니 이를 미기후(微氣候, microclimate)라 칭한다. 이 적은 온도의 차이는 식물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밭둑을 봐도 햇볕을 받는 쪽에 냉이가 납작 엎드리고 있지 않던가. 낮에 한껏 받은 태양열에 밤의 차가움을 더 잘 견딜 수가 있다.

　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곁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설해(雪害)를 입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려야한다. 그래야 식물들의 겨울나기가 한결 쉽다.

[생물이야기 384] 식물들의 겨울나기 (5) : 2002-01-28

　그러면 소나무나 사철나무 같은 상록수는 어찌하여 저 추운 겨울을 마냥 즐기고 있을까. 그놈들은 세포막이 아주 질긴데다 부동액(不凍液)을 잔뜩 세포 안에 넣어 놓아 그렇다. 그럼 자동차의 부동액은 도대체 무엇인가. 알코올 닮은 물질인 에칠렌 글리콜(ethylene glycol)이나 프로필렌 글리콜(propylene glycol)이 주성분인데 이런 유기물은 여간해서 얼지 않는다. 설탕도 그렇고 소금도 그럴뿐더러 지방이나 단백질도 쉽게 얼지 않는 성질이 있다. 추위에 강한 생물들은(향나무, 물고기 등) 모두 이런 특수 유기물(有機物) 덕에 겨울에 얼어죽지 않고 잘도 배긴다. 야, 자식들이 엄청 꾀보로군. 그리고 강물보다는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것은 소금기가 많기 때문이요, 강도 요새는 여간해서 얼지 않으니 강물에 똥오줌이 그득 녹아 있어서 그런 것임을 아는 것도 겨울 식물이 얼어죽지 않는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좀 더 설명을 보태보자. 늦가을 밭이 다 죽어 나가자빠져도 배추와 무, 그리고 파만은 여전히 성성하다. 이놈들은 무슨 재주가 있어 살아 남는가. 알다시피 가을 배추나 무는 봄의 것보다 훨씬 단맛이 더 난다. 가을 무, 배추 국이 얼마나 달착지근하고 시원한가. 그 달콤함은 바로 당분의 농도가 짙기 때문이고 시원한 국 맛은 특수한 지방이나 단백질의 맛인 것이다. 아무튼 추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그것들이 알아차리고 세포에 한껏 당을 축적한다. 이런 준비를 영어로는 `hardening'이라 한다. 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갑자기 추위가 오면 그래서 상록수도 별 수 없이 얼어죽는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바로 부동액을 미리 그득 만들어 넣어놨던 탓에 잘 얼지 않는다. 그렇게 애써 죽음을 막아보겠다고 고갱이에 비축한 양분을 푹 끓여 울궈먹는 잔인한 인간들이여,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도적놈들이다.

　겨울 동상으로 손등이나 귀바퀴가 얼어 터지는 것도 세포가 냉기를 받아 그 속의 물이 부풀어나 세포막이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손 트지 말라고 글리세린을 바르고, 한겨울 시베리아 사람들은 버터를 통째로 낯짝에 바른다고 하지 않는가. 하여튼 겨울은 너무나도 처절하고 잔인한 계절이다, 생물들에겐.

[생물이야기 383] 식물들의 겨울나기 (4) : 2002-01-21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어젯밤만 해도 성성했던 호박잎과 고춧잎이 이렇게 뭉그러질 수가 있단 말인가? 멍하니 입만 쩍 벌어지고 말이 안나온다. 늦가을 서릿발에 냅다 당한 것이다. 서리 놈들이 밭을 온통 생채기 내고 헤집어 놓았다. 불호령에다 엄한 형벌인 추상(秋霜)이 떨어진 것이다. 정녕 “추상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때깔을 잃어버리고 흐물흐물 축 늘어져 매달려 있는 잎사귀들은 말 그대로 시체 그 자체다. 죽음을 지척에 뒀다고 생각하는 나, 나의 마지막 꼬락서니가 눈앞에…, 생자필멸(生者必滅),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하는 것이니 어쩌란 말이냐.

　위의 글은 첫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에 밭가에 나가 느꼈던 단상(斷想)의 일부다. 어제 밤까지도 생기 발랄했던 녀석들이 아닌가. 이른봄부터 주야장천(晝夜長川) 내가 정성을 다해 키워온 내 자식들이 아니었던가. 밤에 잠이 들 때도 일일이 그놈들과 속삭이던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었는데 그 지경이 되다니. 고추나무가 그렇고 호박, 가지나무가 그만 그 꼴이다.

　어느 생물이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한 사람은 100조개의 세포가 모인 것), 세포는 물이 거의 전부다. 물이나 얼음이나 다 같이 분자식은 H2O다. 그런데 H2O란 묘한 놈이라 액체 상태는 물이고, 기체인 수증기로, 얼면 얼음이라는 고체로 들 바뀌는 변화 무상한 존재다. 들쭉날쭉 부피까지 변한다. 점잖게 있던 물이 수증기가 되어 배와 기차를 움직이게 하는가 하면 물동이에 든 놈은 얼면 부풀어 나서 동이를 깨쳐버린다.

　물이 영하로 내려가 얼라치면 몸집이 늘어난다는 말인데, 추상의 회초리에 생기를 잃어버린 뭇 이파리들이 다 이런 물리현상 때문에 죽었다. 세포 안에 얼음이 어는 결빙(結氷)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나무 이파리도 밤에 꽝꽝 얼어 바늘 같았으나 대낮엔 햇볕을 받아 녹아버리고 싱싱 되살아나지 않는가. 그럼 뭐가 사고를 친단 말인가. 호박이나 고추, 가지 등 따스한 곳이 고향인 놈들은 세포막이 얇디얇아서 세포 내의 얼음이 조금만 팽창해도 세포막이 터져 버리고 만다. 그만 세포가 죽고 그래서　썩어 문드러지고 만다. 얼음이 얼어도 세포막만 상하지 않으면 큰 탈이 아니다. 세포막이 고래 힘줄같이 질긴 소나무여!

[생물이야기 381] 식물들의 겨울나기 (2) : 2002-01-06

　이제 목련의 꽃눈을 하나 따서 면도날로 가운데를 반으로 잘라본다. 바깥의 비늘잎을 벗기고 보니 연한 연두색에 가까운 얇되 얇은 꽃잎이 켜켜이 포개져 들어있지 않는가. 그렇다, 그 솜털은 바로 이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있었던 것이다. 아연 목련화의 준비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은은한 봄 냄새가 뜨락에 돌라치면 당장 꽃을 피우겠다는 심사가 아닌가. 내 말이 그래도 믿업지 않으면 진달래나 개나리 가지 하나를 잘라 와 꽃병에 꽂아 따뜻한 방안에 들여다 놓아보자. 며칠 지나면 꽃눈 망울이 사르르 부풀어오르면서 화사한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솟아 피어오를 것이다. 녀석은 봄이 온 줄 안 것이지. 이를 고온처리(高溫處理)를 한다고 한다. 창밖엔 흰 눈이 펄펄 나르는데 안방 창가엔 화창한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런데 이런 꽃눈과 잎눈을 묶어서 `겨울눈(동아·冬芽)'라고 하는데, 이 겨울눈은 용케도 그 아린, 칼 같은 추위를 잘도 견디어 낸다. 다음에 그 견딤의 원리를 보충 설명을 하겠지만, 우선은 겉으로 보아 두터운 솜털과 몇 겹의 비늘잎으로 싸서 눈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철쭉나무 같은 것은 끈적끈적한 진을 겨울눈 바깥에 발라서 냉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식물이 단순한 푸나무 아니라 영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식물 하나 치고 우리보다 이 지구에 늦게 온 것이 없으니 우리의 대형(大兄)이 아닌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잎보다는 꽃을 먼저 피우는 놈들은 모두가 지난해 여름부터 꽃눈 만들기 시작하여 늦은 가을이면 완전한 꽃봉오리 하나를 완성해 놓고 있다. 남녘의 바닷가 동백은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에 꽃을 피우지 않던가. 그러나 대부분의 나무는 잎을 피워서 양분을 듬뿍 만들면서 꽃눈을 봄에사 만들어 낸다. 복사꽃, 배꽃이 다 그렇다. 풀 나무도 생각이 있다. 무조건 빨리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꽃은 언제나 벌과 나비와 시 때를 맞추고 있기에 그렇다. 벌 없는 꽃은 꽃 없는 벌과 다를 게 없다. 이 숙명적인 만남을 인연이라 하는 것이리라. 우리들의 만남 또한 이런즉 연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갈 지어다, 그 귀한 인연(因緣)말이다.

[생물이야기 380] 식물들의 겨울나기 (1) : 2001-12-30

꽃을 피우는 식물을 顯花植物(현화식물), 꽃 대신 포자(홀씨)로 번식하면 隱花植物(은화식물)이라 한다. 식물 세계를 딱 반 토막 내어서 잘라보면 그렇다는 말인데, 아무래도 이 중에서 꽃식물이 더 진화를 했다고 보겠다. 헌데, 이 한겨울에 무슨 놈의 꽃 타령이냐 하겠지만 알고 보면 사뭇 이야기 거리가 어느 것 못지 않게 솔솔 많이 나온다. 겨울에 대나무 竹筍(죽순)을 들먹거리거나 하루살이에게 얼음 이야기하기보다는 훨씬 격에 들어맞는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다고 필자는 이 한 겨울에도 잠깐 동안 온통 봄꽃의 환상에 젖어 있으니 하는 말이다. 저기 저 목련 나무에 주먹크기의 하얀 소복 입은 목련 아주머니가 화들짝 피었구나!

　겨울이라고 마냥 식물이 모두 생명력을 읽고 목숨만 부지하고 있지 않다. 특히 나무들은 모두 뿌리에서 물과 걸음을 빨아올려 적게나마 물질대사를 하여 몸에서 열기를 뿜어내어 냉해를 예방하고 얼어죽는 것을 막아내고 있다. 그래서 늦가을에 나무에 퇴비를 주고, 겨울 가뭄에 나무가 더 많이 말라죽는다고 한다. 심히 가문 겨울에는 화단의 나무에 물을 흠뻑 뿌려주는 것이 그래서 좋다. 겨울추위도 무섭지만 물이 마르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치명적이다.

　말이 헛길을 가고 말았는데, 독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이 한겨울에 본색을 들어내고 처연히 서있는 목련, 진달래, 철쭉, 개나리, 산수유나무를 찾아 가 가지 끝을 들여다보자. 이것들은 아직도 산자락에 겨울 눈 흔적이 남아 냉기가 흐르는 이른봄에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는 성질 급한 나무들이 아닌가. 그렇다. 한 눈에 봐도 花芽(화아:꽃눈)과 葉芽(엽아:잎눈)이 또렷이 구분된다. 목련을 예로 들어봐도, 줄기 끄트머리에 새끼손가락 끝마디 만한 통통한 꽃눈이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코딱지 만한 잎눈이 여럿이 달려있다. 꽃눈은 보드라운 솜털이 꽉 둘러싸고 있으며 잎눈은 밋밋한 비늘잎이 덮고있다. 앞에서 든 모든 나무들도 모두 두 가지 눈(싹)을 가지고 있으니 둥그스름하고 큰 것에는 봄꽃이, 마른 듯 길쭉한 것에는 연두 색 봄눈이 들어있다. 아니, 내년에 피울 꽃이 이미 벌써 가지 끝에 매달려있다니!? 신통한 일이로다.

[생물이야기 379] 달팽이 채집하기 (10) : 2001-12-23

　골 깊은 산 속이나 거친 파도 치는 바닷가의 채집은 한 마디로 사투(死鬪)라 할 수가 있다. 한 겨울, 아무도 얼렁거리지 않는 고즈넉한 산골짜기에 걸어들면, 일단 사방을 두리번거려 널따란 곳에 짐을 풀고는 반드시 나무몽둥이 하나를 준비하여 옆에다 세워둔다. 해괴망측한 본능적인 행위인 것이리라. 산짐승이 무서워서도 아니고 도둑이 거기에 올 리도 없는데 그런 행태를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리를 잡고 채집에 들어 눈(眼)이 빠지게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낙엽을 들치고 있을 적에, 하늘에서 눈발(雪)이 내려 들친 자리를 자꾸만 덮어버리니 난감해진다. 그래도 몸으로 눈을 가리면서 한창 달팽이를 잡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시럭! 소리가 난다. 몸을 순간적으로 곧추세워 눈알을 부릅뜨게 되고, 머리칼이 바짝 서고 온 몸이 오그라들면서 오금이 저려온다. 말해서 모골이 송연하다! 산토끼 놈의 짓이다. 이럴 때 간이 떨어진다고 하던가? 가끔은 산비둘기가, 또 어떤 땐 장끼가 내 명을 앗아간다. 아직도 그들과 친구가 되지 못한 것을 반성을 해보지만…, 산에 사는 산사람은 휘파람을 휙 불면 그들이 몰려 온 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로 사람 김새게 하는 일이 있다. 깨알같은 달팽이를 한 마리 한 마리 콩 줍듯 채집병에 잡아 모아 제법 반이나 찼다. 그런데 그만 발을 헛디뎌 후닥닥 저 아래 낭떠러지로 뒹굴어 처박혀버린다. 한참 후 정신을 차렸을 적에 제일 먼저 빈손을 본다. 몸이 다친 것은 나중 일이고. 이걸 어쩐담. 애터지게 모아 온 내 달팽이를 풀 섶에 냅다 부어버렸으니 말이다. 하도 허무하여 멍 하니 그렇게 퍼져 앉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있을 수만 없다. 제일 먼저 채집병을 찾는 일이다. 이런, 제기랄, 뒤집어진 빈 병…, 얼굴이 할퀴고 무릎이 까지고 팔뚝도 뻐근하다. 채집에 열중하다보면 입에서 욕도 나오지 않는 처절한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무슨 놈의 팔자가 이렇담.

　그래도 달팽이 채집은 계속해야 한다. 알량한 학자 행세를 하려니 이렇게 사람이 멍들게 한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수많은 달팽이를 잡아 죽여야 하는가.

　어쨌거나 사랑하는 내 달팽이, 만세! 만만세!